/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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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수록 뇌가 스펀지처럼 정보를 흡수하는만큼, 영유아 사교육은 일찍 시작할수록 이득이다."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가 주변에서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이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서 영유아 사교육 시작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 영어유치원(영유아 대상 영어학원) 입학을 위한 '7세고시' '4세고시'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영유아 사교육과 관련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과학적·학술적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교육부와 육아정책연구소는 28일 '영유아 사교육'을 주제로 구성한 '육아정책포럼' 통권 제88호를 발간했다. 뇌 발달, 인지과학, 정서·행동, 유아교육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조기 선행학습이 영유아의 발달과 배움에 미치는 영향과 한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 특히 ‘영유아 사교육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은가’, ‘많이 배우면 더 잘 배우게 되는가’와 같이 보호자들이 자녀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궁금증에 대한 과학적·학술적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2세 아동 가운데 0세 때 사교육을 시작한 비율은 2016년 11.9%에서 2024년 32.9%로 약 3배로 늘었다. 2세 사교육 참여율은 41.1%에서 51.0%, 5세는 81.5%에서 84.2%로 높아졌다. 0∼5세가 다니는 반일제 이상 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45만4000원이었다.

그러나 육아정책연구소가 한국아동패널과 설문조사, 아동 검사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은 초등학교 1학년 시점의 언어 발달과 문제해결력, 집행기능에서 유의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학습 사교육 경험이 많은 아이일수록 자존감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초기 학업 수행에는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 등 사회정서 영역에서는 뚜렷한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양동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발달위원회 간사(고려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임상조교수)는 "영유아기는 인간의 뇌가 가장 빠르게 발달하고 재구성되는 시기로, 이 시기의 경험은 이후 인지·정서·사회성 발달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며 "그러나 뇌가소성이 곧 빠른 학습이나 조기 학업 주입의 필요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조기 학습은 스트레스를 높이고, 놀이와 탐색, 부모·자녀간 상호작용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유아기를 주로 '민감기(sensitive period)'라고 정의하지만, 민감기는 '그 시기를 놓치면 끝'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양 교수는 "뇌가소성(뇌가 환경 변화나 경험에 따라 그 구조와 기능을 재구성하는 능력)은 '빨리, 많이, 남보다 먼저'의 동의어가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경험에 잘 반응하는 발달적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전두피질과 연관된 실행기능은 영유아기 후반과 유아기에 빠르게 발달한다. 핵심 요소는 억제조절, 작업기억, 인지적 유연성이다. 하버드대 아동발달센터는 이를 '뇌의 항공교통관제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양 교수는 "이 기능이 문제집 반복만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적 상호작용, 놀이, 수면, 신체건강, 낮은 스트레스 수준에 의해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놀이를 통한 탐색의 중요성이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은 "영유아기는 인간 발달의 관점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기다. 이 시기의 의미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세상을 탐색하며,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는 과정 자체에 있다"며 "영유아는 놀이를 통해 세상에 대한 첫 탐험을 시작하는만큼 놀이 자체가 영유아기의 삶이며 존재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