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김승직 "고음만 몰두하다가 '이야기의 힘' 깨달았죠"
“독일에 가보니 소리가 완벽하지 않아도 관객을 눈물 흘리게 하는 가수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런 사람들이 어떻게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는건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계속 무대를 보다 보니 알겠더군요. 왜 그들이 박수를 받는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최근 만난 테너 김승직(37·사진)은 유럽 무대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을 ‘소리 너머의 힘’이라고 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좋은 소리와 높은 음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동은 큰 소리나 고음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소리가 주는 감동은 순간에 그칠 수 있지만, 말과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면 긴 여운이 남습니다.”

그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독창회를 연다. 유럽 오페라극장에 진출한 이후 한국에서 갖는 첫번째 리사이틀이다.

김승직은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파이널리스트에 올랐고, 2016년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를 차지하며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만 25세였던 2015년 서울시립오페라단 ‘파우스트’의 타이틀롤로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그의 무기는 따뜻한 미성과 유연한 고음이었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김승직은 1부에서 베토벤의 ‘아델라이데’ ‘그대를 사랑해’ ‘입맞춤’과 슈베르트의 ‘음악에’ 등 독일 가곡을 부른다. 2부에서는 로베르트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전곡을 들려준다.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이름은 독일의 전설적인 리릭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다. “분덜리히의 노래는 제게 거의 완벽하게 들립니다. 목소리가 아름답고 테크닉이 훌륭해서만은 아닙니다. 억지로 감정을 만들어내지 않는데도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리죠. 따뜻하고 순수하면서 전달력이 있습니다.” 독창회의 1부도 분더리히가 남긴 음반과 주요 레퍼토리에서 곡을 골랐다.

하지만 분덜리히의 해석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것은 아니다. 김승직은 독일에서 여러 스승에게 ‘시인의 사랑’을 배웠지만, 같은 독일인 음악가들조차 작품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모습을 보며 음악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에 슈만이 곡을 붙인 ‘시인의 사랑’은 사랑의 설렘에서 시작해 실망과 질투, 냉소와 자기연민을 거쳐 이별에 이르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다. 그는 이 노래를 절제의 감성을 담기로 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감정을 얼마나 많이 표현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절제하느냐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선율 뒤에 슬픔이 있고, 밝게 들리는 순간에도 불안과 냉소가 숨어 있습니다. 그 감정을 모두 밖으로 드러내면 오히려 작품이 평면적으로 들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는 유럽 극장 세 곳을 거치며 얻은 단단함이 더해졌다는 평가는 받는다. “좋은 목소리를 가진 테너로 기억되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이야기를 전하는 성악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분들이 노래가 아름다웠다는 생각을 넘어 그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고 느끼신다면 가장 행복할 것 같습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