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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라 기자
    김보라 기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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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은 생각을 바꾸고, 글은 세상을 바꿉니다.

  • 강대국의 조건, 이젠 컬처시티 경쟁

    ‘세계화는 끝났다. 새로운 세계 질서는 무엇이 재편할 것인가.’글로벌 무역과 정보기술(IT)이 주도한 세계화 속도가 둔화하는 가운데 각국이 고심하는 화두다. 20세기는 세계화의 시대였다. 인류의 모든 문명이 자본과 기술을 가진 소수 국가에 의해 하나의 체계로 수렴했다. 국가 간 경계와 문화적 다양성은 자연스럽게 흐려졌다. 세계화는 ‘위기의 세계화’이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 결정적 증거다.‘그다음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각국은 문화예술에서 찾고 있다. 숫자가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예술시장 규모는 2022년 4410억달러(약 588조원)에서 지난해 5795억달러(약 772조원)로 커졌다. 박물관과 공연장, 문화예술 관련 축제와 박람회 등을 합친 수치다.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약 800조원)에 육박한다.코로나 팬데믹은 ‘문화예술이 미래의 핵심 자본이자 국격을 좌우하는 힘’이라는 믿음을 국경을 넘어 퍼뜨린 도화선이 됐다. 2021년 전 세계에 등장한 문화 시설 관련 프로젝트는 211건, 총금액은 112억달러를 넘어섰다. 2022년엔 150억달러 이상 규모의 문화예술 시설이 전 세계 도시에 들어섰다.문화전쟁엔 국경이 없다. 석유로 막대한 부를 쌓은 중동은 이제 마천루 경쟁에서 벗어나 미술관과 박물관, 콘서트홀 등 문화예술 인프라 투자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이미 탄탄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갖춘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새로 지어진 문화예술 시설 투자 중 상위 3개는 미국 플로리다의 올랜도 필립스공연예술센터(약 8128억원),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박물관(약 7675억원), 미국 뉴욕 링컨센터

    2024.02.25 18:27
  • "미술계의 블랙핑크 나올까"…YG, 'K아트'에 꽂힌 이유가

    “당신을 ‘취향의 집(House of Taste)’으로 초대합니다.”지난 22일 서울 한남동 뉴스프링프로젝트 갤러리. 전날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인 이태원의 언덕을 조금 오르자 ‘House of Taste’라는 붉은 팻말이 등장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플러스가 기획한 첫 미술 전시회의 오프닝. 문을 열고 들어서자 8명의 작가가 마치 자신의 작업실에 초대하듯 관람객들을 맞이했다.이 전시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 갤러리 전시들과 달랐다. 하얀색 벽이나 넓은 공간에 작업을 걸거나 놓아두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 곳곳을 마치 ‘누군가의 집’처럼 꾸몄다는 점. ‘그룹전’이지만 도예, 가구 디자인, 회화, 공예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1980~1990년대생 스타 작가들을 한데 모아 서로 경계를 허물고 협업하게 했다는 점이다. YG플러스의 아트레이블 진출, 왜?YG플러스는 그동안 음악 관련 지식재산권(IP) 사업에 주력해온 회사다. YG 소속 음악가들, 음원, 음반의 캐릭터 사업이나 음악 플랫폼 운영 대행, 음원 투자 유통 등을 맡았다. 1996년 설립돼 2013년 YG엔터의 자회사로 공식 편입됐다.이날 공식 출범한 ‘아트 레이블’의 이름은 피시스(PEECES). K팝의 글로벌 수출 시스템을 구축한 노하우를 미술 시장에 접목하겠다는 취지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순수 예술 작가의 매니지먼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기존 미술 시장은 전통적으로 주요 갤러리가 전속 작가를 두고 전시회를 열거나 아트페어에 작품을 출품해 컬렉터들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YG는 순수 예술 영역과 대중 예술 영역의 접점을 찾아 미술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국경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2024.02.25 18:24
  •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마법…100년 먹고 살 문화예술 도시를 만든 사람들

    미국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자, 뉴욕의 상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고대 이집트부터 유럽과 미국, 아시아에서 모인 300만 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흔히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다른 두 곳과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그 태생이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이 왕실 보관품이나 제국주의 시대 다른 나라에서 가져온 예술 작품들을 토대로 국가 차원에서 건립했다면,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철저하게 민간의 기증으로 세워졌다. 1866년 파리에 살던 미국인들이 미국독립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미국에도 이제 명품 미술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뜻을 모은 게 계기였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870년 그 뜻에 동참한 변호사, 사업가, 예술가들은 십시일반으로 기금과 기증품을 모아 소규모로 뉴욕에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개관했다.  ‘더 메트’의 등장은 미국의 국격을 높이는 분기점이 됐다. 20세기 초 산업화 시기 막대한 부를 거머쥔 미국인들을 (유럽에 대한) 문화적 열등 의식에서 벗어나게 했고, 부를 가진 자들이 더 많은&nbs

    2024.02.25 13:56
  • "범죄도시를 명품도시로 만든 예술…마이애미는 살아있는 캔버스다"

    북미와 남미의 통로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1990년대 마약과 총격이 빈번하던 범죄도시가 지금은 전 세계 부호들의 초호화 별장지이자 글로벌 기업 본사들이 몰려드는 명품과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지난 20년 간 마이애미의 얼굴을 바꾼 수 많은 조력자들 중 크레이그 로빈스 다크라 회장(61)이 그 중심에 있다. 마이애미 노스이스트 42번가는 1920년대 파인애플 농장 지대였고, 2000년대 초까지 쇠락의 길을 걸었다. 마이애미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이었던 이곳은 부동산 개발사 다크라가 2010년 부터 '디자인 디스트릭트'로 개발하면서 명품 숍과 디자인 가구 쇼룸, 고급 레스토랑, 130여 개 미술관과 갤러리가 한 데 모인 명품 지구가 됐다. 건축물과 간판에도 디자인 요소를 입혀 길을 걷는 누구나 예술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공예술의 명소가 된 것.  앞서 1999년 그가 추진한 앨리스섬 재개발은 민간 주거 커뮤니티에 초대형 벽화를 내거는 등 디자인과 건축에 이르는 공공 예술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았다. 지금도 도시 재생의 롤모델로 꼽힌다.  살바도르 달리 등 그림 7000여 점을 보유한 큰손 컬렉터이자 현대미술 작가들의 후원가로, 아트바젤 마이애미 기간 ‘디자인 마이애미’라는 아트페어를 만들어 파리로도 수출한 그를 인터뷰했다. 부동산 개발

    2024.02.25 13:55
  • 유전은 바닥나도 예술은 영원하다…사막 위 '문화의 꽃' 피우는 중동

    ‘세계화는 끝났다. 새로운 세계 질서는 무엇이 재편할 것인가.’ 글로벌 무역과 정보기술(IT)이 주도한 세계화 속도가 둔화하는 가운데 각국이 고심하는 화두다. 20세기는 세계화의 시대였다. 인류의 모든 문명이 자본과 기술을 가진 소수 국가에 의해 하나의 체계로 수렴했다. 국가 간 경계와 문화적 다양성은 자연스럽게 흐려졌다. 세계화는 ‘위기의 세계화’이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 결정적 증거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각국은 문화예술에서 찾고 있다. 숫자가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예술시장 규모는 2022년 4410억달러(약 588조원)에서 지난해 5795억달러(약 772조원)로 커졌다. 박물관과 공연장, 문화예술 관련 축제와 박람회 등을 합친 수치다.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약 800조원)에 육박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문화예술이 미래의 핵심 자본이자 국격을 좌우하는 힘’이라는 믿음을 국경을 넘어 퍼뜨린 도화선이 됐다. 2021년 전 세계에 등장한 문화 시설 관련 프로젝트는 211건, 총금액은 112억달러를 넘어섰다. 2022년엔 150억달러 이상 규모의 문화예

    2024.02.25 13:53
  • 미술계의 블랙핑크 나올까…'아트'로 진격하는 YG의 첫 전시

    "당신을 '취향의 집(House of Taste)'으로 초대합니다."  지난 22일 오후 한남동 뉴스프링프로젝트 갤러리. 전날 내린 눈이 소복히 쌓인 이태원의 언덕을 조금 오르자 'House of Taste'라는 붉은 팻말이 등장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플러스가 기획한 첫 미술 전시회의 오프닝. 문을 열고 들어서자 8명의 작가들이 마치 자신의 작업실에 초대하듯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이 전시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 갤러리 전시들과 달랐다. 하얀색 벽이나 넓은 공간에 작업들을 걸거나 놓아두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 곳곳을 마치 '누군가의 집'처럼 꾸몄다는 점. '그룹전'이지만 도예, 가구 디자인, 회화, 공예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80년대~90년대생 스타 작가들을 한 데 모아 서로 경계를 허물고 협업하게 했다는 점이다.  YG플러스의 아트레이블 진출, 왜?  YG플러스는 그 동안 음악 관련 IP(지적재산권) 사업에 주력해온 회사다. YG 소속 음악가들, 음원, 음반의 캐릭터 사업이나 음악 플랫폼 운영 대행, 음원 투자 유통 등을 맡았다. 1996년 설립돼 2013년 YG엔터의 자회사로 공식 편입됐다. 이날 공식 출범한 '아트 레이블'의 이름은 피시스(PEECES). K팝의 글로벌 수출 시스템을 구축했던 노하우를 미술 시장에 접목하겠다는 게 큰 취지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순수 예술 작가의 매니지먼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   기존 미술 시장은 전통적으로 주요 갤러리가 전속 작가를 두고 전시회를 열거나 아트페어에 작품을 출품해 컬렉터들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YG는 순수 예술 영역과 대중 예술 영역의 접점을 찾아 미술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

    2024.02.25 09:26
  • 에도시대 '행운 선물'…오미야게를 아시나요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전 세계 어디서든, 무엇이든 살 수 있고 한밤중에 주문한 물건이 해 뜰 무렵 집 앞까지 배달되는 시대다. “한 번쯤 갖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과 기나긴 고민 따위는 사라진 요즘, 타인에게 주는 선물의 의미와 그 과정도 당연히 달라졌다. 수 세기에 걸쳐 ‘아날로그 소비’를 고집하는 문화가 남아있는 곳이 있다면 일본이다. 여행을 떠나 그곳의 추억과 행복을 담아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직접 전하는 작은 선물 ‘오미야게’.오미야게 문화는 해외여행마저 흔해진 지금의 세대에 더 특별한 것이 됐고, 일본의 관광산업을 떠받치는 연 9조원대의 황금알이 됐다. 도쿄 바나나, 후쿠오카 병아리빵, 홋카이도 시로이 코이비토 등 ‘한입 간식’은 지역 명물에서 전국구 명물이 됐고 이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일본의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작고 사소한 것들을 오랜 시간 지켜나가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일본인의 특성 때문일까. 오미야게의 기준을 규정하고 연구하는 ‘오미야게학회’도 있고 매년 철도회사 JR이 선정하는 ‘오미야게 그랑프리’ 대회도 열린다.일본 각 지역을 오가는 여행자마다 두 손 가득 담아 오는 오미야게에는 특별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야생 다람쥐가 많은 지역인 가라쿠마 지역의 특징을 담은 호두 파이 과자 ‘구루밋코’,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의 대표 낙농왕국 홋카이도의 화이트초콜릿 ‘시로이 고이비토’, 100년 전 한 제과점 사장이 잠을 자다 병아리에 파묻히는 꿈을 꾼 뒤 만든 ‘히요코 만주’까지…. 섬세하고 개성 있는 모양, 하나씩 정성껏 포장된 오미야게를 받아 든 이들

    2024.02.15 19:02
  • 140년 전 종로의 속살…세계 최초 공개된 조선총독부 '그 시절'

    말발굽 모양으로 넓게 펼쳐진 초가집, 어깨 위에 쟁반줄을 단단히 매고 사탕을 파는 조선의 어린 소년들, 일제강점기 때 광희문 밖 꼭꼭 숨어있던 빈민굴, 노량진의 무녀촌, 그리고 1884년 경희궁에 서서 파노라마로 찍은 서울…. 한국인들도 잘 몰랐던 옛날 서울의 모습들이 책으로 엮여 나왔다. 서울역사박물관은 미국 워싱턴 D.C. 의회도서관의 판화·사진분과 자료 등을 조사해 학술총서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서울 사진: 네 개의 시선>을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140년 전 미국에서 온 외교관, 여행가, 조선총독부, 외신 자료를 총망라한 이 책엔 1880년대부터 80여 년 간 격동의 서울을 포착한 163점의 사진이 담겼다. 특히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생활상태조사'의 기초자료 일부는 미 의회에서도 공개한 적 없는 희귀본들이다.   <네 개의 시선>에는 조선 말기부터 1960년대까지 4개의 컬렉션이 담겼다. 미국 외교관, 여행 저널리스트, 조선총독부, 미국 언론사 등이 각각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이 주제다.  '조지 C.포크 컬렉션'은 통역사로 조선에 온 보빙사 일행을 수행한 뒤 이를 계기로 조선의 미국 공사관에서 외교 무관으로 파견된 미국 해군 장교 조지 포크(1856-1893)가 촬영한 사진들이다. 포크는 고종의 근대화 사업 자문 역할을 맡으며 남산에서 본 서울 전경과 숭례문과 성벽 밖 민가의 사진 등 현존하는 숭례문 사진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사진들을 남겼다. 1884년 부임 후부터 1년간 찍은 사진들로 그가 머물던 정동과 경희궁 일대 1880년대 서울 풍경을 상세히 담았다.    책은 '프랭크 G.카펜터 컬렉션'으로 이어진다. 그는 세계 곳

    2024.02.12 17:30
  • 로봇이라는 이방인이 미술관을 배회하고 있다

    미국 애니메이션 ‘월E’처럼 엉성한 로봇들이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 제4전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외나무다리에서 고개를 젓거나 수도승이 절을 하듯 전시장을 걷는다. 멈춰 서서 노래하는가 하면, 곧 반대편 로봇이 부채를 펼쳤다가 접는다.이들의 몸짓은 느리고, 또 느리다. 어두운 공간 속 절제된 조명과 사운드만으로 서서히 몰입하게 한다. 전시장 한구석, 이 모든 시퀀스를 섬세하게 제어하는 한 사람이 있다.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전시장을 지키고 있는 작가, 권병준(53)이다. 직접 만든 로봇으로 가장 서정적이고 명상적인 공간과 연극적 전시를 창조해낸 그는 반전의 이력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삐삐롱스타킹’이라는 밴드의 보컬 ‘고구마’라는 이름으로, 악동 가수 반열에 올랐던 뮤지션이다.그는 돌연 대중의 눈에서 멀어졌다. 새 앨범을 내고 한창 활동을 이어가던 1997년 공영방송 MBC의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타이틀곡 ‘바보버스’를 부르다가 손가락 욕을, 다른 멤버는 카메라에 침을 뱉으며 방송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역대급 방송사고’ 톱10에 남아 있다). 이후 그는 네덜란드로 떠났다. 서울대 불문과 출신인 권 작가는 헤이그 왕립음악원에서 소리학과 아트사이언스를 배운 뒤 사운드 엔지니어와 소리 관련 하드웨어 연구자로 일했다. 9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미술관과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소리와 공학이 결합된 예술’을 꾸준히 선보였다.이번 전시된 작품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2023), ‘일어서는 법’(2023·사진), ‘오체투지 사다리봇’(2022) 등

    2024.02.07 18:45
  • Love Art, LA 미술관이 별처럼 수놓은 도시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는 예술의 도시다. ‘영화의 성지’ 할리우드를 품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미국 전역을 통틀어 가장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다.서부의 심장인 LA는 동부에 비해 미술관이 훨씬 늦게 지어졌지만, 미국의 다른 주에서 볼 수 없는 예술 생태계가 있다. 서부 지역 부호들의 기부금과 기증으로 설립된 미술관들에는 고흐, 세잔, 드가, 마그리트, 마네, 모네, 피카소 등 역사적인 명화는 물론 동시대를 이끌어가는 ‘지금의 예술’들이 한데 모여 있다. 19세기 후반부터 아시아계 등 수많은 국적의 이민자를 받아들이며 성장한 도시여서일까. LA 예술계가 받아들이는 문화의 스펙트럼은 다른 어느 주보다 넓고도 깊다. 그런 LA에서 올해 유난히 많은 예술 행사가 열린다. 세계 최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스티네이션 크렌쇼’가 2.1㎞ 대로를 따라 펼쳐진다. 그래미상을 받은 아티스트이자 유명 컬렉터인 드레이크는 문화예술계에 전설처럼 회자하던 ‘루나 루나’를 다운타운LA에 복원했다. 루나 루나는 1987년 독일 함부르크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예술 놀이공원으로 장 미셸 바스키아, 데이비드 호크니, 로이 리히텐슈타인, 살바도르 달리, 키스 해링 등 당대 최고 예술가 30여 명이 참여한 프로젝트다.9월에는 미국 최대 아트페어인 ‘PST아트: 예술과 과학의 충돌’이 도시 전역에서 열린다. 818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50개 이상의 전시가 예정돼 있다. 무엇보다 LA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도심과 근교에서 만나는 수많은 미술관이다. 자신의 이름이 예술과 함께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 미국 석유 재벌 폴 게티의 미술관

    2024.02.01 18:57
  • LA 간판 미술관 속 1000대의 차, 10년째 '분노의 질주' 중인 사연

    로스앤젤레스(LA)의 간판 미술관이자 15만 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한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 “라크마(LACMA)”란 애칭으로 불리는 이곳의 전시와 작품들은 하루 온종일 둘러봐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30분 이상 머물다 가는 작품이 하나 있다. LA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아티스트 크리스 버든(1946~2015)의 ‘메트로폴리스Ⅱ’다. 6차선 고속도로, 18개 도로가 수 많은 빌딩 숲을 지나고 그 위를 1100대의 미니카가 시속 약 386㎞로 질주한다. 이 차들은 멈추는 법이 없다. 경사로를 슬금슬금 올라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내린 뒤 그저 달린다. 미술관이 쉬는 수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5~6회. 매시 정각 출발해 30분간 굉음을 내며 움직인다. 미니카의 질주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건 다소 천천히 돌아다니는 13대의 기차. 레고 블록과 통나무, 아크릴 등으로 제작된 200여 개의 건물은 전 세계 도시의 랜드마크 건물들을 옮겨놓은 듯 미로처럼 얽혀 있다. 시끄러운 소음과 복잡하게 얽힌 도시의 모습은 처음 보는 이들에게 낯설고 두렵기까지 하지만, 계속 들여다보면 나름의 규칙적

    2024.01.31 18:39
  • 미술관만 100개! 천사들의 예술 도시 '라라랜드' 올가이드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는 예술의 도시다. ‘영화의 성지’ 할리우드를 품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미국 전역을 통틀어 가장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다. 서부의 심장인 LA는 동부에 비해 미술관이 훨씬 늦게 지어졌지만, 미국의 다른 주에서 볼 수 없는 예술 생태계가 있다. 서부 지역 부호들의 기부금과 기증으로 만들어진 미술관들엔 고흐, 세잔, 드가, 마그리트, 마네, 모네, 피카소 등 역사적인 명화는 물론 동시대를 이끌어가는 ‘지금의 예술’들이 한 데 모여있다.  19세기 후반부터 아시아계 등 수 많은 국적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며 성장한 도시여서일까. LA의 예술계가 받아들이는 문화의 스펙트럼은 다른 어느 주보다 넓고도 깊다.    그런 LA에선 올해 유난히 많은 예술 행사들이 열린다. 세계 최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스티네이션 크렌쇼’가 2.1㎞ 대로를 따라 설치된다. 그래미상을 받은 아티스트이자 유명 컬렉터인 드레이크는 문화예술계 전설처럼 회자되던 ‘루나 루나’를 다운타운LA에 복원했다. 루나 루나는 1987년 독일 함부르크에 혜성처럼 등장

    2024.01.31 16:08
  • 키스 해링의 회전목마, 바스키아 대관람차…1987 '예술계 전설' LA서 부활

    장 미셸 바스키아의 드로잉으로 가득한 대관람차, 키스 해링이 만든 회전목마, 데이비드 호크니와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외벽을 가득 채색한 파빌리온….  미술을 좀 안다는 사람들의 꿈 속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 함부르크 한복판에 잠시 존재했던, 전설이 된 30여 명의 아티스트가 실제 참여했던 테마파크 이야기다.  때는 바야흐로 1987년. 오스트리아 출신 예술가 안드레 헬러(75)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한 곳에 모아 놀이기구로 가득한 예술 테마파크 '루나 루나'를 만들었다. 예술가들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고작 1만달러. 헬러는 “루나 루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여행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놀이공원을 디자인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꼬박 10년이 걸렸다.  독일 한 잡지사가 50만달러를 투자해 문을 연 '루나 루나'엔 그해 여름에만 25만 명이 다녀갔다. 언론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아찔하고 눈부신 예술 쇼”라고 평가했고, 맥도날드가 인수 제안을 하는 등 몸값도 치솟았다.  사람들은 열광했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한 계절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예술 축제를 지향하던 이 카니발은 유럽과 미국 투어를 계획했다가 소유권 변경과 계약 분쟁으로 소송에 휘말리며 해체됐다. 작품들은 44개의 컨테이너에 담겨 창고에 들어갔다. 30년 넘게 텍사스주 한가운데 방치돼 잠들어 있었다.   모두가 루나루나의 잊고 있던 지난해 12월 15일, 로스앤젤레스 한복판에 '루나루나'가 깨어났다. LA다운타운의 1601 이스트 6번가 '에이스 미션 스튜디오'에서다. '루나 루나 : 잊혀진 판타지'라는

    2024.01.31 08:28
  • 지금, 한강엔 '검은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다

    수천만 번의 망치질로 고정한 셀 수 없이 많은 단추, 겹겹이 이어져 입체적인 색을 뿜어내는 실들. 이것들은 벚나무가 되고, 꽃봉오리가 되고, 새가 되고, 궁궐이 된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이름난 설치 작가, 황란(64)의 작품들이다.황란의 전시 ‘Ascent of Eternity, a Requiem(영원 속으로 승천하는, 진혼곡)’이 지난 20일 서울 반포동 채빛섬 애니버셔리 뮤지엄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라이팅 아티스트 크리스 공(공경일)과 협업했다. 작품 활동 전환점이 된 9·11 테러‘Another moment of rising(비상하는 또 다른 순간, 2023)’에선 붉은 날개를 힘차게 뻗어낸 검은 독수리가 용맹하게 날아오르는 모습이 펼쳐진다. 높이 4m, 넓이 16m의 타원형 설치 작품에 빛과 향이 혼합해 주변을 돌며 감상할 수 있다. ‘Dreaming of Joy(행복을 꿈꾸며, 2008)’는 새장 안의 붉은 새가 흩날리는 붉은 장미꽃잎, 꽃봉오리들과 어우러진다.황 작가는 원래 ‘단추의 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일상적인 재료이자 아주 작은 소품인 단추는 그의 손에서 스펙터클한 건축물과 형상으로 진화한다. 미국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뉴욕 퀸즈미술관, 브루클린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인 그는 유럽과 아랍에미리트, 아시아 주요국에서 전시를 열었다. 뉴욕 휴스턴미술관과 브루클린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아부다비 왕립미술관 등이 영구 소장했고,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 등 다수의 개인 소장가도 그의 작품을 품었다. 2021년엔 페이스북 뉴욕에서 전시해 화제를 모았다.부산 출생인 그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30대 후반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1997년부터 SVA(스쿨 오브 비주얼아트)에서 공부하던 그에게 200

    2024.01.29 18:44
  • [단독]100년간 실종됐던 클림트 '여인의 초상', 1500억 넘길까

    19세기 말 문화 혁명가이자 오스트리아 빈의 모더니즘을 이끈 예술가, 세계인이 사랑하는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클림트 연구자들 사이엔 지난 100년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가 있었다. 25장의 흑백 스케치로만 남아있는, 한 여인의 초상이었다. 클림트 말년의 유작이자 화려한 색을 입혀 완성한 '리제르양의 초상'(Portrait of Fräulein Lieser, 1917) 그림은 세상에 딱 한번, 1926년 5월 오스트리아 노이에 갤러리에의 전시회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클림트 사후 8년 뒤에 잠시 전시회에 나왔다가 사라진 그림의 행방은 이후 묘연했다. 빈 미술계는 '영원히 사라진 것'으로 간주했다. 1918년 클림트가 사망한 후 오스트리아는 나치 정권의 탄압과 전쟁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냈고, 다수의 클림트 그림이 해외로 반출, 훼손되거나 경매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100년간 사라졌던 '리제르양의 초상'이 2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경매회사 '임 킨스키'에서 공개됐다. 오는 4월 24일 경매를 앞두고 소수의 컬렉터와 일부 미디어에 선공개한 것. 이 그림이 공개되자 오스트리아는 물론 유럽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당연히 해외 반출됐을 거라 생각했던 그림을 오스트리아의 한 가문이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 지난해에 이어 클림트의 그림이 또다시 유럽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깰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부채를 든 여인(Lady with a Fan)'이 1억800만달러(약 1440억원)에 팔리며 유럽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깬 점을 감안하면 이 그림의 추정가는 최소 1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24.01.25 19:00
  • [단독] 100년간 실종됐던 클림트 '마지막 여인'…유럽 경매 최고가 찍을까

    19세기 말 문화 혁명가이자 오스트리아 빈의 모더니즘을 이끈 예술가, 세계인이 사랑하는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사진). 클림트 연구자들 사이엔 지난 100년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었다. 25장의 흑백 스케치로만 남아 있는 한 여인의 초상이었다.클림트 말년의 유작이자 화려한 색을 입혀 완성한 ‘리제르 양의 초상’(Portrait of Frulein Lieser, 1917)은 세상에 딱 한 번 보여졌다. 1926년 5월 오스트리아 노이에갤러리에서의 전시회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클림트가 뇌졸중으로 갑작스레 사망한 지 8년 후 잠시 전시회에 나온 뒤로 그림의 행방은 묘연했다. 빈 미술계는 ‘영원히 사라진 것’으로 간주했다. 1918년 클림트가 사망한 뒤 오스트리아는 나치 정권의 탄압과 전쟁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냈고, 다수의 클림트 그림이 해외로 반출·훼손되거나 경매에 부쳐졌기 때문이다.100년간 사라졌던 리제르 양의 초상이 25일 빈의 경매회사 임 킨스키에서 공개됐다. 오는 4월 24일 경매를 앞두고 소수의 컬렉터와 일부 미디어에 선공개한 것. 이 그림이 공개되자 오스트리아는 물론 유럽 전역이 들썩였다. 이유는 두 가지다. 당연히 해외 반출됐을 것으로 생각했던 그림을 오스트리아의 한 가문이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 지난해에 이어 클림트의 그림이 또다시 유럽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깰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지난해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부채를 든 여인’(Lady with a Fan)이 1억800만달러(약 1440억원)에 팔리며 유럽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점을 감안하면 이 그림의 추정가는 최소 1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100년의 미스터리…

    2024.01.25 19:00
  • MBC카메라에 X큐 날린 그 가수, 국립현대미술관에 갇혀있다?

    미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가 2008년 만든 영화 '월E'. 텅 빈 지구에서 수백년 동안 혼자 쓰레기를 수거하는 호기심 많고 사랑스러운 로봇이 주인공이다. 어딘가 고장난 것 같고 여기저기 부서져 엉성한 월E. 이 로봇은 다른 SF영화에서 보여준 '완벽에 가까운 로봇'이 아니라서 오히려 수 많은 '사람'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월E의 추억을 닮은 로봇들이 지금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 제 4전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외나무 다리에서 고개를 젓거나, 수도승이 절을 하듯 전시장을 걷는다. 멈춰서서 노래를 하는가 하면, 곧 반대편 로봇이 부채를 펼쳤다 접는다. 이들의 몸짓은 느리고, 또 느리다. 어두운 공간 속 절제된 조명과 사운드만으로 서서히 몰입하게 만든다. 전시장 한 구석, 이 모든 시퀀스를 섬세하게 제어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전시장을 지키고 있는 작가, 권병준(53)이다. 직접 만든 로봇으로 가장 서정적이고 명상적인 공간과 연극적 전시를 창조해낸 그는 반전의 이력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삐삐롱스타킹'이라는 밴드의 보컬 '고구마'라는 이름으로, 악동 가수 반열에 올랐던 뮤지션이다.  그는 돌연 대중의 눈에서 멀어졌다. 새 앨범을 내고 한창 활동을 이어가던 1997년, 공영방송 MBC의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타이틀곡 '바보버스'를 부르다가 손가락 욕을, 다른 멤버는 카메라에 침을 뱉으며 방송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역대급 방송사고' 톱10에 남아있다). 이후 그는 네덜란드로 떠났다. 서울대 불문과 출신인 권 작가는 헤이그 왕립음악원에서 소리학과 아트사

    2024.01.25 09:01
  • 페북도 페더러도 반한 '단추 작가' 황란의 독수리, 한강에 떴다

    수천만 번의 망치질로 고정한 셀 수 없이 많은 단추들, 겹겹이 이어져 입체적인 색을 뿜어내는 실들. 이것들은 벚나무가 되고, 꽃봉오리가 되고, 새가 되고, 궁궐이 된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이름난 설치 작가, 황란(64)의 작품들이다.  황란의 전시 'Ascent of Eternity, a Requiem (영원 속으로 승천하는, 진혼곡)'이 지난 20일 서울 반포동 채빛섬 애니버셔리 뮤지엄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라이팅 아티스트 크리스 공(공경일 작가)과 협업했다. 'Another moment of rising(비상하는 또다른 순간, 2023)'에선 붉은 날개를 힘차게 뻗어낸 검은 독수리가 용맹하게 날아오르는 모습이 펼쳐진다.  높이 4m, 넓이 16m의 타원형 설치 작품에 빛과 향이 혼합해 주변을 돌며 감상할 수 있다. 'Dreaming of Joy(행복을 꿈꾸며, 2008)'는 새장 안의 붉은 새가 흩날리는 붉은 장미꽃잎, 꽃봉오리들과 어우러진다.   황 작가는 원래 '단추의 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일상적인 재료이자 아주 작은 소품인 단추는 그의 손에서 스펙터클한 건축물과 형상으로 진화한다. 미국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뉴욕 퀸즈미술관, 브루클린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인 그는 유럽과 아랍에미리트, 아시아 주요국들에서 전시를 열었다. 뉴욕 휴스턴미술관과 브루클린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아부다비 왕립미술관 등에 영구 소장됐고,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 등 다수의 개인 소장가들도 그의 작품을 품었다. 2021년엔 페이스북 뉴욕에서 전시하며 화제를 모았다.    부산 출생의 그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30대 후반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1997년부터 SVA(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공부

    2024.01.23 16:52
  • '크리에이티브, 리치 아시안' 에이드리언 청, 아르떼 필진 전격 합류

    부와 예술의 상관관계는, 때론 지루한 클리셰다. 메디치 가문에서 거트루드 스타인, 페기 구겐하임까지 수백 년에 걸쳐 부를 가진 자들은 어김없이 미술품 수집과 예술가 후원에 열정을 쏟았다. 전설 뒤엔 구설도 따랐다. 단지 부와 명예를 과시하려 했다거나, 비즈니스의 어두운 면을 감추기 위한 이미지 세탁 용도였다는 (역시나 뻔한)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21세기 예술계가 요구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핵심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에 있다. 그저 예술을 사랑해서, 혹은 어떤 작가를 순수하게 후원하고 싶어서였다는 대답은 이제 별 감동을 주지 못한다. 역사 속 누군가가 했던 일의 동어반복일 뿐이어서다.   미술품 수집의 개념을 소유에서 공유로, 예술의 후원 목적을 아티스트 개인이 아닌 일반 대중으로 확장한 이가 있다. 지난 10여년 간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예술계에서 ‘큰손 컬렉터’로 떠오른 홍콩의 억만장자 에이드리언 청(Adrian Cheng·45) K11그룹 회장이다. 보유 자산만 289억달러(약 39조원)에 달하는 ‘홍콩 3대 부호’ 청 가문의 3대 후계자인 그가 지난&nbs

    2024.01.18 14:12
  • 미식여행? 예술여행? 아자부다이힐스에서 놓치면 후회하는 것들

    오모테산도 힐스, 긴자 식스, 롯폰기 힐스…. 지난 수십 년간 도쿄를 세계 ‘도시재생의 롤모델’로 만든 화제의 장소들이다. 예술과 미식, 럭셔리 등 문화·상업시설이 어떻게 버려진 지역을 되살릴 수 있는지를 증명한 사례다. 이런 실험을 주도하고 성공시킨 회사는 모리빌딩컴퍼니. 아자부다이힐스는 모리가 34년간 공들인 역작이자 그동안의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었다는 점에서 개장 전부터 화제가 됐다.  롯폰기 모리타워의 모리미술관으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리는 아자부다이힐스에도 거장들의 예술 작품을 곳곳에 설치했다. 모리JP타워 로비를 장식한 은빛 대형 설치 작품은 덴마크 예술가 올리퍼 엘리아슨의 손길이 닿았다. 그의 작품은 쇼핑센터의 반대편 아자부다이힐스갤러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갤러리 오프닝 전시로 3월 말까지 ‘Olafur Eliasson: A harmonious cycle of interconnected nows(서로 연결된 현재의 조화로운 순환)’ 전시가 열리고 있어서다. 자연의 빛과 색으로 새로운 시지각 경험을 주는 그의 작품들은 기하학적 형상에 키네틱 아트가 더해져 한층 더 견고해졌다.이 밖에 센트럴스퀘어에선 나라 요시토모의 ‘Miss Forest in Tokyo’와 현대예술가 유타카 소네의 작품 등을 마주할 수 있다.  몰입형 아트의 선두주자 격인 ‘팀랩 보더리스’는 도쿄 외곽 오다이바 팔렛타운 전시장에서 아자부다이힐스로 장소를 옮긴다. 오다이바에서 230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예약 전쟁’을 벌인 팀랩 전시장이 2월 9일 아자부다이로 옮겨온다는 소식에 마니아들은 벌써 기대에 부풀어 있다. 도쿄타워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아자부다이힐스의 33층

    2024.01.11 15:16
  • 예술 문턱 낮춘 고학찬 前예술의전당 사장 별세

    고학찬 전 예술의전당 사장이 4일 별세했다. 향년 77세.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동양방송(TBC)에서 PD로 재직하던 그는 라디오 드라마 ‘손오공’, 코미디 프로그램 ‘좋았군 좋았어’, 황인용 사회자의 ‘장수만세’ 등 인기작을 다수 만들었다. 1980년 언론사 통폐합으로 동양방송이 해체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건너가 식당 매니저와 바텐더 등으로 일하며 미국 최초의 한국어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뉴욕 한인방송 편성국장,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 총괄국장, 윤당아트홀 관장 등을 거친 그는 2013년부터 제14대와 15대 예술의전당 사장을 지냈다. 예술의전당 30년 역사상 유일하게 6년의 임기를 보낸 인물이다.고인은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재직하며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문화의 영토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연영상화사업을 시작해 오페라와 발레의 대중화에 힘썼고, 서예 장르를 되살리는 서울서예박물관을 재개관했다. 우리 가곡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콘서트를 진행하고 어린이예술단을 창단하는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고인은 또 2019년 오랜 꿈이던 가수 활동을 유튜브를 통해 시작했다. 지난해 ‘정오의 가곡’ 콘서트, ‘영문서예전’ 등을 기획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 돕기를 위한 자선 공연을 펼쳤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7일 오후 1시. 유족으로는 부인 안정희 씨가 있다.김보라 기자

    2024.01.05 00:28
  • 올해 CES 주인공은 '스피어'

    ‘사막 위에 지어진 도박과 컨벤션의 도시.’약 100년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수식하는 한 문장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세계 최초, 최대의 동그란 구 형태 공연장 스피어(Sphere)가 문을 열면서다.미국 매디슨스퀘어가든그룹과 샌즈그룹이 5년 이상 23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한 이 건축물은 라스베이거스를 단숨에 ‘22세기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수도’로 만들었다.오는 9일 개막하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를 앞두고 미리 가본 스피어는 지구 위에 불시착한 ‘미래의 행성’ 같았다. 지름과 높이가 100m를 넘고 면적만 5만4000㎡에 달하는 스피어는 문을 열자마자 ‘세계에서 가장 큰 옥외 광고판’이자 ‘세상에 없는 미디어 캔버스’로 거듭났다. 올해 라스베이거스에 가는 많은 사람이 “CES 간 김에 쇼 하나 보고 온다”고 하는 대신 “스피어 보러 CES 간다”고 말하는 이유다.초고화질 16K LED 스크린이 축구장 두 개 크기만큼 펼쳐지는 스피어 내부는 16만7000개의 인공지능(AI) 기반 스피커는 물론 바람과 냄새, 온도까지 제어하는 햅틱 기술과 만나 ‘초현실, 초감각’의 세계로 사람들을 이끈다.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스피어의 AI 로봇 ‘아우라’.스피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미리 만나는 미래’다. ‘올 투게더, 올 온’을 주제로 한 CES 2024에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기술들이 다 있다. 카지노 천국에 떨어진 놀이행성 '스피어'“이게 뭐야? 진짜야, 합성이야?”작년 말부터 사람들의 눈을 의심케 한 영상이 하나 있다. 180도의 화면 위에 떠오른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

    2024.01.04 18:36
  • 우주서 듣는 U2 라이브…구름 위를 걷다 불꽃에 휩싸인 보노 [라스베가스 스피어 리뷰]

    쉴새 없이 돌아가는 슬롯머신의 소음과 뿌연 담배 연기, 화려한 도시의 불빛으로 가득한 '씬 시티' 라스베가스. 그 혼돈을 뚫고 도시 한켠에 사뿐히 내려앉은 둥글고 거대한 행성으로 향했다. 그 행성의 이름은 '스피어(Sphere)'. 작년 가을부터 영상과 사진으로 SNS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그 스피어를 지난 달 15일 저녁 찾았다. 이날은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U2·UV-Achtung Baby' 스물 네 번째 공연이 열리는 날.  좁은 복도에 약 2만 명의 인파와 긴 줄을 서서 스피어로 향하는 길은 꼭 우주로 향하는 것만 같았다. 대기하는 복도에선 마치 지구를 떠나는 금세기 마지막 인류가 된 것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휴일을 보내러 온 미국 중서부의, 카우보이 모자와 부츠로 한껏 멋을 낸-U2와 함께 세월을 보낸-중장년층들과 함께였다.○180도 스크린으로 만난 보노와 U2 스피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밤이었지만, 세계인들에게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명성을 듣게 된 건 U2의 콘서트가 열리면서다. 지난해 9월 29일을 시작으로 오는 3월 2일까지 장장 5개월 간 40회에 걸친 공연이다. 그것도 2019년 이후 라이브 공연을 하지 않았던 전설의 록밴드 U2라니.  공연장은 거대한 스크린이 관객석을 180도 둘러싸고 있었다. "1층과 무대 앞 스탠딩석보다 뒤로 갈수록 감동이 더 크다"는 리뷰를 믿고 400열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뒷쪽 좌석을 택한 건 시각적으론 최고의 선택이었지만, 자리를 찾아가는 급경사로에서 뒤를 돌아보면 잠시 아찔하고 아득했다. 외관이 360도의 살아있는 파사드를 자랑한다면, 내부의 스크린

    2024.01.04 08:47
  • '21세기 씬 시티'에 뚝 떨어진 행성…360도 살아있는 지구를 담다 [라스베가스 스피어 리뷰]

    네바다주는 거대한 사막 지대다. 네바다주의 대표 도시인 라스베가스는 1935년 콜로라도강에 '후버댐'을 지으며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척박했던 땅을 인간의 손으로 개척하고, 카지노를 합법화하며 세계적인 관광 도시가 된,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그야말로 '혁신의 땅'이다. 라스베가스 카지노와 호텔에만 머물다 간 사람들은 이 도시 인근에 드넓게 펼쳐진 네바다주의 대자연이 얼마나 신비로운 지 알지 못한다. 네바다주 최초의 사막 국립공원도, 거대한 콜로라도강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산맥도 카지노 룰렛과 슬롯머신, 잿빛 연기 속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인공의 불빛에 현혹돼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였을까.라스베가스 스피어가 개장하며 직접 제작한 50분짜리 영화 '지구에서 온 엽서(Postcard From Earth)'는 네바다주 사막 협곡을 넘어 심해의 물고기떼, 정글의 작은 곤충과 아프리카 초원의 기린은 물론 사자와 각종 희귀 식물까지 도시인들이 직접 마주하기 힘든 자연의 속살들을 파노라마로 펼쳐 놓는다. 감독은 영화 '블랙스완'과 '더 웨일' 등을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지구와 우주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SF 영화이자, 생태계의 경이와 우주의 광활함을 담은 스펙타클을 선보였다. 스피어는 U2처럼 세계적인 밴드의 공연 무대로서도 손색이 없지만, 스피어가 줄 수 있는 최대치의 매력을 경험하고 싶다면 '스피어 익스피리언스: 지구에서 온 엽서'를 더 추천한다.갑작스레 원숭이가 튀어 나오고, 지진으로 의자가 흔들리고, 사막의 모래바람과 함께 서늘함이 느껴지고, 물고기떼를 만날 땐 차가운 물

    2024.01.04 08:31
  • '스피어의 아버지'는 뉴욕 닉스 구단주, 지구 안에 우주를 심다[라스베가스 스피어를 가다]

    라스베가스 스피어는 고글도, 헤드셋도 없이 맨몸으로 '초월적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몰입형 예술은 이제 흔해졌지만 스피어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아무리 뛰어난 미술관에 가더라도 환호하며 박수치는 사람은 없고, 아무리 멋진 사운드의 공연을 접하더라도 시각적 환희까지 느끼기는 쉽지 않은 일. 스피어 안에선 16만 개의 스피커가 귀를 자극하고, 축구장 3개 크기의 초고화질 스크린이 시각적 압도감을 선사한다. 냄새와 미세한 진동까지 느껴져 그야말로 '인간이 동시에 감각할 수 있는 모든 자극'이 아무런 장비 없이도 가능한 셈이다. ◆'뉴욕의 억만장자' 제임스 돌란 동시대의 첨단 기술이 모두 응축된 '22세기형 엔터테인먼트의 끝'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이 무모한 도전을 한 사람은 미국 메디슨스퀘어가든그룹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사업가 제임스 로렌스 돌란(69) 회장이다. 그는 뉴욕 기반의 케이블 TV 사업자 케이블 비전을 창업한 찰스 돌란의 아들이자, 현재 메디슨스퀘어가든그룹을 이끌고 있는 미국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물. 돌란 회장은 메디슨스퀘어가든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MSG네트웍스 및 스피어엔터테인먼트를 이끌며 뉴욕닉스(농구팀)와 뉴욕레인저스(하키팀)의 구단주도 역임하고 있다. 스스로를 '음악가'라고 소개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는 어느 날 둥근 지구 모양의 스케치가 그려진 공연장 설계도를 그리며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재창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졌던 일생의 꿈을 스피어를 통해 이뤘다고 말한다. 2018년 착공한

    2024.01.04 08:00
  • "살면서 본 것, 들은 것 다 잊어라" 22세기의 콜로세움, 스피어의 비밀[라스베가스 스피어를 가다]

     스피어에서 열리는 공연이나 영화를 예매하면 '22세기 미래로의 초대장'을 받는다. 말 그대로 21세기의 기술을 총집합시켜 다음 세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상상 속의 공간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스피어를 만든 제임스 로렌스 돌란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 세대에 남길 '콜로세움'"이라고도 했다. 1. 어떤 기술이 적용됐길래 일단 건축물 자체가 기념비적이다. 3000t의 철강이 쓰였고, 1만t의 콘크리트가 지붕을 덮고 있다. 외관에 쓰인 LED의 너비는 5만4000㎡. 16K 초고화질 LED로 무장한 스피어의 내부 스크린은 1만5000㎡너비를 자랑한다. 축구장 두 개와 맞먹는 규모다. 강철과 콘크리트 같은 건축 자재 위에 수백 만 개의 다이오드 디스플레이가 얇은 유리 두께로 정교하게 배치된 배경엔 하루 평균 1500명, 많게는 25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노동이 있었다.   이렇게 조형된 화면엔 고도로 시뮬레이션된 바람과 향기, '빔 포밍'이라는 오디오 기술이 녹아 있다. 내장된 스피커의 수만 16만7000개. '홀로플롯'이라는 회사에서 설계한 스피커 시스템은 장거리에서 음파를 제어하는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오디오를 투사하는데, 공연장으로 가는 복도와 대기 공간에서도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스피어의 기술은 외관에서도 빛을 발한다. 5만3000㎡(약 1만6000평)에 달하는 면적이 '야외 디지털 캔버스'이자 '초대형 광고판'인 셈이다. 'Exosphere'라 불리는 외관엔 거대한 눈알과 지구의 위성 사진, 이모티콘의 얼굴, 테니스공과 농구공, 바닷 속 생물들이 시시각각 교차되며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외부 광고 비용은 하루 45만달러(약

    2024.01.04 07:51
  • 떠난 예술가와 남겨진 이야기

    죽음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단 하나, 남겨진 이야기를 빼고. 그래서 누군가의 삶을 쓰고, 말하고, 기록하는 일은 어쩌면 한나절의 장례식이나 거창한 비석을 세우는 일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일지 모른다.올해도 수많은 별이 졌다. 사랑하는 이와의 영원한 이별은 삶에서 가장 큰 고통임이 틀림없지만, 예술가들의 그것은 때로 새로운 차원의 ‘생(生)’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들이 남긴 음악과 영화, 글과 그림과 사진, 그리고 전하고자 했던 새로운 생각들은 시간과 세대를 거슬러 작품으로서 영원히 살아가기 때문이다.2023년 우리가 떠나보낸 위대한 예술가들과 그들이 남긴 말을 다시 읽는다. 그들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밤이 깊어지면 아침이 빨리 온다”던 음악가 조지 윈스턴, “나는 다시 살 수 없지만, 우리는 다시 살 수 있다”고 한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 “지금 두려운가. 다시 기쁨에 모험을 걸자”던 시인 루이스 글릭.인간이기에 가졌던 유한함, 그리고 이를 극복해낸 성찰도 담겨 있다. “무언가 세상에 내놓으려면 수십 번은 편집을 거쳐야 한다”던 세계적 설치미술가 로버트 어윈, “인생은 충분히 오래 산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준다”던 전설의 재즈 보컬 토니 베넷. 그리고 이 시대에 많은 영감을 남기고 간 사카모토 류이치의 말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까지.1년 동안 우리가 떠나보낸 예술가 20명의 이야기는 아르떼 홈페이지에서도 영상과 함께 다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곳에 다 담지 못한, 하늘의 별이 된 수많은 스타들에게 전한다. R.I.P(Rest In Peace).별이 된 단색화 거장…"안부 전화 마라, 선을 더 그어야 한다"■ 

    2023.12.28 19:11
  • 2023 우리 곁을 떠난 예술가들,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②

    ▶제프 벡 ( 1944.6.24~2023.1.10)  - 천상의 음을 넘나든 20세기 ‘기타의 신’-그가 남긴 한마디 : “난 규칙엔 관심이 없다. 매 곡마다 10번 이상 규칙을 어기지 않으면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기타리스트의 기타리스트로 불렸던 제프 벡. 그에게 클래식과 팝, 재즈 등 장르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연주한 'Over the Rainbow'에는 서정적 멜로디의 아름다움, 기타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극한을 보여준다. ▶티나 터너 (1939.11.26~ 2023.5.24) - 용맹한 삶을 살았던 ‘로큰롤의 여왕’ -그가 남긴 한마디 :  “꿈을 포기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천하무적 낙천주의를 갖고 있다.”*티나 터너가 남편으로부터의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극복하며 44세가 되던 1984년 발매한 앨범. 뉴욕 거리를 활보하는 뮤직 비디오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으로 롤링스톤으로부터 '1980년대의 가장 호쾌한 컴백 앨범'이라는 평을 받았다. 인간 승리의 표면이자 여성 로큰롤의 여왕으로 추앙받게 된 결정적 노래다. ▶토니 베넷 (1926.8.3~2023.7.21) - 죽기 전까지 노래한 미국 재즈 보컬의 전설  -그가 남긴 한마디 :  “인생은 충분히 오래 산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준다.”▶아스트루드 질베르투 (1940.3.30~ 2023.6.5) -이파네마에서 온, 보사노바의 

    2023.12.28 16:27
  • '카지노의 도시' 홀린 김홍도·신윤복의 붓질

    지난 1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전 세계에서 연말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지노의 도시’ 한복판에 수십 미터에 이르는 줄이 늘어섰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돈 딸 확률이 높다’고 소문난 카지노도, 인기 가수가 나오는 공연장도 아니었다. 20일 전(11월 29일) 문을 연 ‘신생 뮤지엄’이 이들의 목적지였다. 미술관 이름은 ‘아르떼뮤지엄 라스베이거스’.사막 위에 지은 ‘인공 도시’에서 ‘영원한 자연’을 테마로 명상의 공간을 만든 주인공은 국내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문기업 디스트릭트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의 ‘100m 폭포’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광판의 ‘파도’로 잘 알려진 이 회사의 1호 미국 상설 전시관이다.일단 ‘명당자리’에 터를 잡았다. 라스베이거스의 중심인 벨라지오호텔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다. 라스베이거스의 모든 것이 모여 있는 스트립의 한복판이다. MGM리조트인터내셔널이 올해 문을 연 럭셔리 복합몰인 ‘63라스베이거스’ 내에 3305㎡ 규모로 개장했다. 제작비만 2500만달러, 준비기간은 2년을 들였다. ○한국 ‘몰입형 아트’의 기술 총집합주말 낮에 찾은 아르떼뮤지엄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의 번쩍이는 불빛을 피해 예술 작품으로 마음을 다스리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깜깜하고 좁은 복도를 지나면 아르떼뮤지엄의 시그니처인 폭포와 파도, 숲과 꽃잎들이 펼쳐진다. 호랑이와 용이 날아다니는가 하면 관람객들이 직접 그린 동물 그림을 화면에 인식시켜 벽면에 투사하는 ‘라이브 스케치북’ 코너도 있다. 제주, 여수, 강릉 등 세 곳의 아르떼뮤지엄

    2023.12.20 19:00
  • '씬 시티' 라스베이거스를 뒤흔든 김홍도·신윤복의 그림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전세계에서 연말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지노의 도시' 한복판에 줄잡아 수십미터에 이르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돈 딸 확율이 높다'고 소문난 카지노도, 인기 가수가 나오는 공연장도 아니다. 20일전(11월29일) 문을 연 '신생 뮤지엄'이 이들의 목적지다. 미술관 이름은 몰입형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관인 '아르떼 뮤지엄 라스베이거스'.  사막 위에 지은 '인공 도시'에서 '영원한 자연'을 테마로 명상의 공간을 만든 주인공은 국내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문기업 디스트릭트.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의 '100m 폭포'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광판의 '파도'로 잘 알려진 이 회사의 첫 북미 진출 결과물이자, 중국 청두에 이은 해외 두 번째 상설 전시관이다. 일단 '명당자리'에 터를 잡았다. 라스베이거스의 중심인 벨라지오 호텔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다. 라스베이거스의 모든 것이 모여 있는 스트립에서도 한복판이다. MGM리조트인터내셔널이 올해 문을 연 럭셔리 복합몰인 '63라스베이거스' 내에 3305㎡ (약1000평) 규모로 개장했다. 제작비 2500만달러, 준비 기간 2년을 들였다. 스트립을 걷는 사람은 싫어도 볼 수 밖에 없는 초대형 전광판에 'ARTE MUSEUM LASVEGAS'를 넣는 등 홍보·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한국 '몰입형 아트'의 기술 총집합주말 낮 시간에 찾은 아르떼 뮤지엄 라스베이거스 입구엔 카지노의 번쩍이는 불빛을 피해 예술 작품으로 마음을 다스리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깜깜하고 좁은 복도를 지나면 아르떼 뮤지엄의

    2023.12.2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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