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국경 넘은 인연…K컬처의 두번째 고향
1992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미술제 뉴욕 휘트니비엔날레는 창립한 지 6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실험미술과 신진 작가들을 꾸준히 지원해온 이 미술관은 ‘경계선(Boaderline)’이라는 주제로 이듬해 일본에서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그때 고(故) 백남준이 나섰다.

“이번 주제에 가장 어울리는 나라는 한국이요, 서울이다.”

휘트니비엔날레는 이듬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렸다. 지금까지 이 비엔날레가 뉴욕 밖에서 열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베네치아, 카셀도큐멘타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휘트니비엔날레는 올해 30년 전 한국과의 인연을 또 한 번 이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10년간 장기 파트너십을 맺은 첫 결과물인 휘트니비엔날레가 뉴욕 한복판에서 오는 8월 11일까지 열린다. 미국 내 가장 첨예한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예술가들을,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공식 후원사로 나선 의미 있는 현장이다.

지난 열흘간(4월 25일~5월 2일) 이탈리아 북동부 알프스산맥 끝의 우디네에서는 한국 영화인들의 축제가 열렸다. 벌써 26회째 아시아 영화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드러내고 있는 ‘우디네극동영화제’에 이명세, 허진호, 김성수, 최동훈, 장재현 감독 등은 물론 배우 정우성까지 한국 영화계 주축들이 총출동했다. 최신 한국 영화가 상영되는 것은 기본이요,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이 디지털 복원한 1950년대 한국 영화 7편이 상영됐다. 전쟁 중에도 촬영된, 우리조차 잊었던 한국의 고전들이 이탈리아 산맥에서 상영된 순간이었다. 뉴욕 휘트니비엔날레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한빛 아르떼 칼럼니스트가, 우디네극동영화제는 김효정 영화평론가가 현지 풍경들을 전해왔다. 시간과 국경을 넘어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동시대 문화예술계 이야기를 웨이브 커버스토리로 전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