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 美에 특수합금 공장…'고부가' 우주·항공 소재 공략한다
세아그룹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에 특수강의 일종인 특수합금 생산공장을 짓고 현지 방산·우주·항공용 소재 시장 공략에 나선다. 니켈, 티타늄, 코발트와 철을 배합해 만드는 특수합금은 고온·고압에도 물성이 변하지 않아 로켓이나 전투기 등 우주·항공 기기에 주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업계에선 우주·항공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만큼 세아의 미국 공장이 가동되면 보잉, 록히드마틴, 제너럴일렉트릭(GE) 등 현지 기업 수요를 빨아들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부가 특수강 시장 공략

세아베스틸지주와 100% 자회사인 세아창원특수강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2130억원을 투입해 미국에 특수합금 생산공장을 짓는 안건을 의결했다. 세아베스틸지주가 미국 특수강 생산법인(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 유상증자에 참여해 640억원을 투입하고, 세아창원특수강이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1490억원을 출자한다. 세아베스틸지주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1967억원)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입하는 셈이다.

세아는 이 공장을 2026년 준공해 연간 6000t의 특수합금을 생산할 계획이다. 공장이 들어설 부지는 생산라인 설계, 물류 동선 등을 고려해 조만간 확정하기로 했다. 세아그룹은 2015년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해 세아창원특수강으로 이름을 바꿨다.

특수합금은 철강 제품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급격한 온도 변화와 고온·고압을 버텨야 하는 만큼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해서다. 전투기나 로켓의 외부 소재는 1900도가 넘는 환경에 노출되는데, 이를 견딜 수 있는 철강 제품이 바로 특수합금이다. 철은 보통 1500도에 녹는다. 세아창원특수강 제품은 내부용으로 주로 활용되지만, 내연성이 높아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특수합금은 세아창원특수강의 현재 주력 제품인 탄소합금강, 스테인리스강보다도 마진이 높다. 세아창원특수강은 미국공장이 가동되면 현재 매출의 4%를 차지하는 특수합금 비중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2021년 기준 전세계 특수합금 시장의 40.0%(연 18만t)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보잉, 록히드마틴, GE, P&W 등 글로벌 방산·항공·우주 업체가 모두 미국에 둥지를 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특수합금 시장은 2021년 68억달러에서 2031년 15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美 고객사와 접점 확대

세아그룹이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건 2016년 세아제강지주가 현지 강관 생산공장을 인수한 이후 8년만이다. 세아가 미국 공장 건립을 결정한 데는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높이는 등의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다. 특수합금은 한국이 미국 수출할 수 있는 쿼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기 깨문이다. 여기에 물류비를 절감하고, 미국 고객사와 접점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회사 관계자는 “특수합금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이라며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특수강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로 세아창원특수강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에 납품하는 물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 스페이스X와 로켓, 위성 등에 넣는 특수합금 공급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세아창원특수강은 이미 스페이스X에 납품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지 공장이 완공되면 더 많은 미국 우주항공 기업으로 납품처가 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아베스틸지주 주가는 전일대비 2.94% 올랐다. 세아 관계자는 “스페이스X 납품에 관한 사실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