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임금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3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근로자의 13.7%에 달하는 수치다. 농림어업, 숙박·음식업에서는 이 비중이 훨씬 높아 열 명 중 네 명꼴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못 받는 근로자 300만명 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활용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9620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약 301만1000명이었다. 2022년(275만6000명) 대비 25만5000명(9.3%) 증가했다.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8~2019년 최저임금이 29.1% 폭등하면서 2019년 338만6000명으로 치솟은 뒤 2021년 321만5000명, 2022년 275만6000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300만 명을 넘어섰다. 2001년 이후 작년까지 소비자물가가 61.9% 상승하는 동안 최저임금은 418% 급등해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 수용성이 떨어진 결과라고 경총은 분석했다.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도 2022년 12.7%에서 지난해 13.7%로 1%포인트 높아졌다. 업종별로 농림어업(43.1%)과 숙박·음식점업(37.3%), 규모별로는 5인 미만 사업장(32.7%)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았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20%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한 ‘법정 유급 주휴시간’까지 포함하면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는 전체의 24.3%에 해당하는 533만6000명으로 급증한다고 경총은 추산했다. 같은 기준으로 숙박·음식점업 최저임금 미만율은 55.0%, 5인 미만 사업장은 49.4%로 치솟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상우 경총 본부장은 “기업들의 최저임금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상당 기간 최저임금 상승률을 최소화하고 업종별 경영 환경 차이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박·음식점 근로자 절반 최저임금 못받아…'범법' 사업주만 양산
업종·규모별 미만율 격차 커…5인 미만 사업장 32%가 미달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6일 발표한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은 업종별·기업 규모별로 극심한 격차를 보였다. 생산성을 반영한 업종별·기업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시급하다는 경영계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통계라는 설명이다.

○최저임금 못 받는 근로자 많아

영세 업종으로 꼽히는 농림어업은 임금 근로자 10만4000명 중 43.1%에 해당하는 4만5000명이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평균 미만율(13.7%)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년 미만율(36.6%)과 비교해도 1년 만에 6.5%포인트 치솟았다.

숙박·음식점업도 144만 명 가운데 37.3%인 53만7000명이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에 속했다. 이 두 업종은 열 명 중 네 명꼴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수도·하수·폐기업(1.9%), 전문·과학·기술업(2.1%), 정보통신업(2.4%) 등은 미만율이 매우 낮았다. 농림어업과는 최대 40%포인트가 넘는 격차를 보였다.

사업체 규모별로도 최저임금 미만율의 격차가 컸다. 5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382만9000명 중 125만3000명(32.7%)이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로 집계됐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미만율은 2.2%에 불과해 사업체 규모별 양극화도 업종에 못지않게 심각한 양상을 나타냈다.

한 노동경제학자는 “업종별·기업 규모별 생산성을 무시한 비현실적 최저임금 제도가 범법자를 양산하는 상황”이라며 “생산성을 반영한 업종별 최저임금 도입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휴수당 포함하면 미만율 치솟아

법정 유급 주휴시간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533만6000명으로 전체의 24.3%로 급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휴시간 반영 전 최저임금 미만율인 13.7%에 비해 10.6%포인트 높아지는 것이다. 경총이 유급 주휴시간을 포함해 미만율을 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휴시간이란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1주일 1회 이상 제공되는 유급휴일을 뜻한다. 이날 지급하는 급여는 주휴수당이라고 한다. 주휴시간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 일하는 근로자가 한 달 동안 실제로 일하는 근로시간은 174시간(1주 40시간×4.345주)이지만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는 주휴시간을 포함한 209시간분의 시급을 줘야 한다. 이는 최저임금 부담이 급증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주휴시간을 반영한 결과 숙박·음식점업의 미만율은 37.3%에서 55.0%로 치솟았다. 숙박·음식점업 근로자는 절반 이상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규모별로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법정 주휴시간을 반영하면 300인 이상 사업체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2.2%에서 5.4%로 3.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5인 미만 사업체는 32.7%에서 49.4%로 16.7%포인트 높아졌다. 격차가 30.5%포인트에서 44.0%포인트로 확대되는 것이다.

○국제 기준으로도 높은 미만율

한국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국제 기준으로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총의 최저임금 미만율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하는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근로자 비율’은 한국이 2021년 19.8%로 멕시코(25.0%)에 이어 2위였다. 이는 조사 대상 OECD 25개국 평균(7.4%)의 2.7배 수준이다. 일본(2.0%) 독일(4.8%) 영국(5.9%) 프랑스(12.0%) 등 주요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경총 관계자는 “한국의 최저임금 이하 근로자 비율이 높은 것은 제반 경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장기간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린 결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