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김 가격이 훌쩍 뛴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김 물가 지수는 119.45(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10.0% 상승했다. 4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9%)의 약 3.4배로, 지난해 2월(11.8%)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김코너.  /최혁 기자
지난달 김 가격이 훌쩍 뛴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김 물가 지수는 119.45(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10.0% 상승했다. 4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9%)의 약 3.4배로, 지난해 2월(11.8%)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김코너. /최혁 기자
치솟는 김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가 실시하는 할당관세 도입의 실효성이 기대보다 낮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김 시장에서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데다, 중국이나 일본 등 이웃 김 생산 국가의 김 가격도 한국처럼 오름세를 보여서다. 이번 정부의 대책은 본질적으로 수입 물량을 통한 가격안정보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재고 공급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김밥용 김’ 한 속(100장)당 도매가격은 1만89원으로, 전년 동월(5603원) 대비 80.1% 급등했다. 김 도매가격이 1만원을 넘어선 것은 2004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최근 김 가격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물가 당국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0일부터 김 가격 안정을 위해 마른김 700톤(기본관세 20%)과 조미김 125톤(기본관세 8%)에 대해 오는 9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할당관세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4일 열린 물가안정 대책 회의에 따른 조치다. 앞서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김 생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조속히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취한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국내 김 시장에서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점이다.

수산물 수출정보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물량은 3544.5t이었던 반면 수입 물량은 299.1t으로, 수출량의 1%가 채 되지 않았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이 155.8t으로 과반(52.1%)을 차지했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량은 13.8t으로 전체의 4.6%였다.

주요 김 수입국도 한국처럼 ‘김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KMI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4차 마른김 입찰회가 지난달 10~13일에 실시됐는데, 평균 거래단가가 속당 50.5위안으로 작년(39.3위안)보다 28.5%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일본의 경우 지난달 26일 마른김 평균 공판가격은 속당 2115엔으로 전년(1730엔) 대비 22.3% 상승했다. 할당관세로 들여온 수입 김 가격이 시장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저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선 해수부의 할당관세 조치가 본질적으로 유통업체의 김 재고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할당관세로 수입 물량이 대거 국내로 들어와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저렴한 수입 김이 들어오면 국내 유통업체들이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현재 보유한 김 재고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안정을 위한 일종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