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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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 근처까지 떨어지면서 ‘달러 재테크’에 비상이 걸렸다. 달러 예금 등 달러화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금융상품을 사들이거나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한 자산가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전문가들은 원화가 달러화에 비해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재테크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주식 직구족 손실 커져

[가파른 원화 강세] "원·달러 환율 1020원까지 하락할 수도"… 음식료·여행株 눈여겨 봐야
작년 하반기 1100원대를 넘나들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달러당 1054원20전까지 하락해 2014년 10월 이후 3년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060원대가 깨지면서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늘어나고 있다.

남북 화해 분위기로 원화가치 상승을 억누르던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요인이 잦아든 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 따른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달러당 1050원대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외환당국의 손발이 묶인 점도 원·달러 환율 하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작년부터 인기를 끈 달러 연계 재테크 상품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 달러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고 거액을 넣었던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졌다. 미국 달러선물 가격 변동의 두 배만큼 움직이는 상장지수펀드(ETF)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최근 한 달간 5% 넘는 손실을 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개인의 달러 예금은 130억달러가 넘는다. 달러를 활용한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 등도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수익률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미국 주식 ‘직구(직접 구매)’에 나선 투자자들도 손실을 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투자한 자금은 56억달러(약 6조원)에 이른다. 작년 1분기(22억3524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최근 나스닥지수 급락과 함께 환차손까지 떠안게 돼 손실폭은 더 커졌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달러 재테크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통상 압력에 중국이 당분간 위안화 절상 기조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도 위안화 영향으로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연내 달러당 1020원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전력·CJ제일제당 등 수혜주

원화 강세는 국내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는 증시에 호재로 간주된다. 기업들의 수출이 잘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데다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의 자금 유입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원화가 강세일 때 증시가 상승세를 유지했다”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 중국 신흥국 경기가 좋고 다른 국가들의 통화 가치도 강세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증시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1차적으로 내수주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음식료 업체들은 밀 콩 설탕 등 원자재를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동원F&B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을 싸게 구입할 수 있고, 천연가스 석유 등 연료를 수입하는 한국전력 등 유틸리티주는 발전 단가를 낮출 수 있다. 항공업체들은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항공기 임대료와 외화부채가 줄어든다. 달러 약세로 비용 부담이 줄어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주에 호재다.

반면 원화 강세가 수출 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더 떨어지면 정보기술(IT) 자동차 해운 등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업종에 충격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