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춤한데…중국 '수소차 굴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30년까지 100만대 보급 목표
정부 지원 속 10여개사 개발 나서
정부 지원 속 10여개사 개발 나서
중국이 그동안 손 놓고 있던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굴기’를 향한 파상공세에 나섰다. 정부가 글로벌 수소차 행사를 주도하고, 수소차 보급과 충전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현지 완성차업체 10여 곳이 최근 수소차 개발 및 생산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이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상용화에 성공하고도 정부 지원과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중국자동차공정학회와 국제수소연료전지협회는 9일부터 이틀간 중국 장쑤성 루가오시에서 국제연료전지차 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형식은 민간을 앞세웠지만 사실상 중국 정부가 주도한 자리다. 중국 정부는 이 자리에서 2030년까지 수소차와 충전소를 각각 100만 대, 1000기 이상 보급한다는 계획을 앞당겨 실현하기 위해 강력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이나 수소 이니셔티브’를 선언한 셈이다.
이날 행사엔 창화시 상무부 중국국제경제기술교류센터 당위서기 등을 비롯해 공업정보통신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 수십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이어 수소차 넘보는 中…세계 첫 양산한 韓, 주도권 뺏길 판
"2030년 100만대·충전소 1000기 이상 목표"
중앙정부가 인프라 구축·차량 보급 '유일'
보조금도 집중…완성차 10곳 양산에 도전
현대차, 내년 신모델 출시…中 진출도 검토
중국은 이번 국제 연료전지차 대회에 수소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도요타 혼다 플러그파워 셸 에어리퀴드 이와타니 하이드로제닉스 고어 등 글로벌 기업을 대거 초청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현대차는 중국 수소차 시장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현지 진출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정부 관계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세계에 수소차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가 있지만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챙기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며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 초점이 전기차에서 수소차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추격 시작한 중국
그동안 중국은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한국이나 일본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수소차 굴기’를 위한 로드맵까지 마련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수소차와 충전소를 각각 5000대, 100기 이상 보급한다는 목표다. 2030년까지는 각각 100만 대, 1000기 이상 보급한다는 야심찬 비전도 내놨다.
이를 위해 시범 도시 운영과 연구개발 계획까지 마련했다. 우선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 위주로 수소차 시장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2단계로 2020년부터 승용차 분야까지 수소차를 보급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버스와 트럭 등이 일반 승용차보다 주행 범위가 넓어 사회적 효과가 크고 충전소 구축도 쉽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 아래 현지 완성차 업체 10여 곳이 수소차 개발 및 양산에 나섰다. 베이치푸톈 둥펑자동차 난징진룽 장쑤아오신 등 국유기업과 정저우위퉁 포산페이츠 진화칭녠 등 민간기업이 수소차 버스 또는 트럭 등을 제작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와 치루이자동차 등은 승용차 부문까지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개발 중인 수소차의 연료전지 및 모터 성능, 출력 밀도, 내구성, 에너지 효율 등은 아직 한국이나 일본 차량에 비해 낮지만 최근 캐나다 수소전기차업체 발라드 등과의 적극적 협업을 통해 기술력을 상당히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보조금 정책도 점차 수소차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전기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등 다른 친환경차의 보조금은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수소차는 2020년까지 현행 보조금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수증기만 나올 뿐 유해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궁극(窮極)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차가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고 이를 적극 육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비용만 20억~30억원에 달하는 충전소 건설 비용도 정부가 60%를 댄다.
◆저만치 앞서가는 일본
중국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최근 2020년까지 수소차 보급대수를 4만 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일본 전역에 있는 91개의 수소 충전소를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160개로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부가 충전소 설치 비용 50%, 충전소 운영 보조금 등까지 지원하며 힘을 쏟고 있다. 이 덕분에 일본 도요타는 2014년 수소차 미라이를 내놓은 뒤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4268대(9월 말 기준)를 팔았다.
반면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첫 양산 수소차인 투싼 ix35를 출시한 뒤 지금까지 841대(10월 말 기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한국이 수소차를 먼저 만들고도 일본에 따라잡혔다”는 뼈아픈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는 내년 3월 한 번 충전으로 580㎞를 달릴 수 있는 차세대 수소차를 양산해 주도권을 되찾는다는 구상이다.
국내 수소차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차량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이다. 1세대 투싼 수소차는 한 번 충전으로 415㎞를 갈 수 있지만 가격이 8000만원대로 비싼 편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도 가격이 5000만원에 육박해 국내 보급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전국에 깔린 수소 충전소도 12곳에 불과하다. 정부가 2020년까지 수소차 1만 대 보급과 충전소 100기 구축을 목표로 내놨지만 추진 의지와 세부 지원 방안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소차 대중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없으면 한국은 수소차 시장 주도권을 쥐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전기자동차
내연기관이 아니라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돌려 도로를 달리는 차. 전기는 외부 충전을 통해 배터리에 채워넣는다.
■ 수소연료전기차
충전한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연료전지에 보내 전기를 만들어 달리는 차. 별도 에너지 없이 수소만 충전하기 때문에 ‘궁극(窮極)의 친환경차’로 불린다.
장창민/강현우 기자 cmjang@hankyung.com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현지 완성차업체 10여 곳이 최근 수소차 개발 및 생산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이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상용화에 성공하고도 정부 지원과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중국자동차공정학회와 국제수소연료전지협회는 9일부터 이틀간 중국 장쑤성 루가오시에서 국제연료전지차 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형식은 민간을 앞세웠지만 사실상 중국 정부가 주도한 자리다. 중국 정부는 이 자리에서 2030년까지 수소차와 충전소를 각각 100만 대, 1000기 이상 보급한다는 계획을 앞당겨 실현하기 위해 강력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이나 수소 이니셔티브’를 선언한 셈이다.
이날 행사엔 창화시 상무부 중국국제경제기술교류센터 당위서기 등을 비롯해 공업정보통신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 수십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이어 수소차 넘보는 中…세계 첫 양산한 韓, 주도권 뺏길 판
"2030년 100만대·충전소 1000기 이상 목표"
중앙정부가 인프라 구축·차량 보급 '유일'
보조금도 집중…완성차 10곳 양산에 도전
현대차, 내년 신모델 출시…中 진출도 검토
중국은 이번 국제 연료전지차 대회에 수소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도요타 혼다 플러그파워 셸 에어리퀴드 이와타니 하이드로제닉스 고어 등 글로벌 기업을 대거 초청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현대차는 중국 수소차 시장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현지 진출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정부 관계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세계에 수소차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가 있지만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챙기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며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 초점이 전기차에서 수소차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추격 시작한 중국
그동안 중국은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한국이나 일본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수소차 굴기’를 위한 로드맵까지 마련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수소차와 충전소를 각각 5000대, 100기 이상 보급한다는 목표다. 2030년까지는 각각 100만 대, 1000기 이상 보급한다는 야심찬 비전도 내놨다.
이를 위해 시범 도시 운영과 연구개발 계획까지 마련했다. 우선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 위주로 수소차 시장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2단계로 2020년부터 승용차 분야까지 수소차를 보급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버스와 트럭 등이 일반 승용차보다 주행 범위가 넓어 사회적 효과가 크고 충전소 구축도 쉽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 아래 현지 완성차 업체 10여 곳이 수소차 개발 및 양산에 나섰다. 베이치푸톈 둥펑자동차 난징진룽 장쑤아오신 등 국유기업과 정저우위퉁 포산페이츠 진화칭녠 등 민간기업이 수소차 버스 또는 트럭 등을 제작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와 치루이자동차 등은 승용차 부문까지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개발 중인 수소차의 연료전지 및 모터 성능, 출력 밀도, 내구성, 에너지 효율 등은 아직 한국이나 일본 차량에 비해 낮지만 최근 캐나다 수소전기차업체 발라드 등과의 적극적 협업을 통해 기술력을 상당히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보조금 정책도 점차 수소차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전기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등 다른 친환경차의 보조금은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수소차는 2020년까지 현행 보조금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수증기만 나올 뿐 유해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궁극(窮極)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차가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고 이를 적극 육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비용만 20억~30억원에 달하는 충전소 건설 비용도 정부가 60%를 댄다.
◆저만치 앞서가는 일본
중국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최근 2020년까지 수소차 보급대수를 4만 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일본 전역에 있는 91개의 수소 충전소를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160개로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부가 충전소 설치 비용 50%, 충전소 운영 보조금 등까지 지원하며 힘을 쏟고 있다. 이 덕분에 일본 도요타는 2014년 수소차 미라이를 내놓은 뒤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4268대(9월 말 기준)를 팔았다.
반면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첫 양산 수소차인 투싼 ix35를 출시한 뒤 지금까지 841대(10월 말 기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한국이 수소차를 먼저 만들고도 일본에 따라잡혔다”는 뼈아픈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는 내년 3월 한 번 충전으로 580㎞를 달릴 수 있는 차세대 수소차를 양산해 주도권을 되찾는다는 구상이다.
국내 수소차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차량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이다. 1세대 투싼 수소차는 한 번 충전으로 415㎞를 갈 수 있지만 가격이 8000만원대로 비싼 편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도 가격이 5000만원에 육박해 국내 보급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전국에 깔린 수소 충전소도 12곳에 불과하다. 정부가 2020년까지 수소차 1만 대 보급과 충전소 100기 구축을 목표로 내놨지만 추진 의지와 세부 지원 방안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소차 대중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없으면 한국은 수소차 시장 주도권을 쥐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전기자동차
내연기관이 아니라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돌려 도로를 달리는 차. 전기는 외부 충전을 통해 배터리에 채워넣는다.
■ 수소연료전기차
충전한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연료전지에 보내 전기를 만들어 달리는 차. 별도 에너지 없이 수소만 충전하기 때문에 ‘궁극(窮極)의 친환경차’로 불린다.
장창민/강현우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