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직방, 펄어비스, 블루홀, 더파머스….

한국형 헤지(사모)펀드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DS자산운용의 비상장기업 전문투자사모펀드(펀드명 디퍼런트)가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들이다. 이들 회사는 모두 ‘없어서 못 사는 주식’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비상장회사를 고르는 눈과 투자 타이밍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증시의 ‘은둔 고수’로 불리는 장덕수 회장이 이끄는 DS운용은 기업공개 전 지분투자(프리IPO)와 성장금융 투자(그로스캐피털) 부문에서 한국형 헤지펀드 가운데 최대 규모인 1400여억원을 굴리고 있다.
[헤지펀드 고수들의 투자 노트] 블루홀·직방·더파머스 등 산업지형 바꿀 '떡잎'에 투자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S운용은 지난해 8월 출시한 디퍼런트 펀드(설정액 613억원)를 통해 17개 기업(지분 기준)에 투자했다. 투자 대상 업종은 정보통신기술(ICT), 식음료(F&B), 온·오프라인 연계(O2O) 등이다. 투자를 결정할 때는 각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거나 앞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신선식품 배송으로 월 5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더파머스(브랜드명 마켓컬리), 전국 각지의 맛집 음식을 한자리에서 먹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개념을 도입한 오버더디쉬 등이다.

PC게임 플랫폼업체 스팀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게임 제작사 블루홀의 지분을 취득할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펀드매니저들은 게임 판매량과 온라인 동시 접속자 수, 중국 게임쇼 등의 반응을 골고루 체크해 시장 선도 가능성을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했다. DS운용은 블루홀 주식을 주당 10만 원 대에 사들였는데 현재 장외시장에서 주당 60만~70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 ‘검은사막’을 개발한 펄어비스도 마찬가지다. DS운용이 펄어비스 지분 70억원어치를 사들인 지난해 10월 당시 장외시장에서는 ‘고점 논란’이 제기됐지만 투자에 나섰다. 국산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시장에서도 관심을 끈 데다 PC에 이어 게임기(콘솔)와 모바일에서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에 끌렸기 때문이다. 펄어비스는 지난 14일 상장에 성공하면서 펀드 전체 수익률을 플러스(15%)로 끌어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DS운용은 자금 투입 결정을 내리면 수익이 극대화됐다는 판단이 서기까지는 지분을 처분하지 않는다. 김태규 DS운용 책임운용역은 “상당수 운용사는 장외기업에 투자한 뒤 주식 가치가 20~30% 정도 오르면 차익을 실현한다”며 “우리는 상장하더라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면 계속 보유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DS운용은 지분가치 상승을 통해 수익을 내는 전문투자형 펀드다. 투자한 기업들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너지를 내거나, 기업의 신규 투자를 주선하는 등 경영권 매매(바이아웃)형 사모펀드 방식을 가미해 기업가치를 올리기도 한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비상장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증자에 참여하는 주주가 되기도 쉽지 않고 신주 발행을 주선하기도 녹록지 않아서다. DS운용은 5~7년 경력의 운용역 네 명은 물론 장 회장의 개인 인맥을 총동원한다.

조창래 대체투자본부장은 “과거 일임형 자금으로 카카오, 더블유게임즈, 넵튠, 와디즈 등에 투자해 열 배 안팎의 수익을 기록한 사례가 있다”며 “비상장기업 투자의 수익성을 높게 보고 전사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DS운용은 지금까지 운용 방식을 이어가는 신규 비상장 펀드(디퍼런트S)를 출시하고 이달 말까지 200억~500억원의 자금을 모으고 있다. 새로운 펀드는 문재인 정부 들어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할 계획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