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 꿈도 못꿔요"
“대기업은 블라인드 채용을 하더라도 합숙면접 등을 통해 좋은 인재를 골라낼 수 있지만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은 블라인드 채용이 부담스럽습니다.”(가구업체 A사 관계자)

취업시즌을 맞아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고 있지만 중견·중소기업은 대부분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꿈도 꾸지 못할 채용 방식”이라는 반응이 많다.

블라인드 채용은 출신 학교, 학과, 학점 등의 스펙과 일체의 개인정보를 기재하지 못하게 하고 자기소개서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채용 방식이다. 지난 7월부터 이 채용 방식을 전면 시행하고 있는 334개 공공기관에서는 자기소개서에도 학교명 등을 일절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등 엄격하게 ‘기재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 사정은 다르다. “지금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인지를 판별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출신 학교, 학점, 전공 등의 정보”라는 것이다. 올해 신입사원 경쟁률이 10 대 1이 넘은 경남의 한 유리성형업체 관계자는 “전체 직원이 50여 명에 불과해 직원 한 명이 인사, 총무, 회계 등을 전담하는데 개인정보를 가려놓고 한 명씩 적합한 인재인지 면접하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업무 실적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놓기 힘들어 블라인드 채용이 부담스럽다는 곳도 많다. 한 섬유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에서는 인사팀에 직원 실적관리, 기업문화 조성 등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 당장 업무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직원을 재교육하기도 하지만 중견·중소기업은 채용만 하기에도 벅차다”며 “면접에서 말만 그럴듯하게 하고 실속 없는 사람이 들어오면 교육시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대기업 19곳, 중견기업 37곳, 중소기업 53곳 등 상장사 109개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출신대와 전공이 중요하다’고 답한 중견·중소기업 담당자는 각각 76%와 78%로, 대기업 인사 담당자(71%)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