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은행 골칫거리 된 약달러…'디플레 탈출' 더 늦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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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고 최저임금까지 올렸지만 EU·일본 '2% 물가' 한참 못미쳐
달러인덱스 올들어 8% 넘게 하락…수입품 가격 하락으로 물가 부진
"ECB, 긴축전환 시기 늦출 수도"
달러인덱스 올들어 8% 넘게 하락…수입품 가격 하락으로 물가 부진
"ECB, 긴축전환 시기 늦출 수도"
올 들어 미국 달러화가 줄곧 약세를 보이자 유럽연합(EU)일본 호주 등 주요 선진 경제권 중앙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U와 일본은 그동안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탈출을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달러화 약세로 수입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실물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 쪽으로 전환하려던 유럽중앙은행(ECB)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로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 약세에 물가 상승세 둔화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27일 93.923으로 작년 5월 이후 1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8.1% 떨어졌다. 달러화 가치가 그만큼 추락했다는 의미다.
WSJ는 달러화 약세 현상이 주요 중앙은행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U와 일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디플레이션과 싸웠다. EU는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대거 공급했고, 일본은 최저임금 인상 카드까지 동원했다. 이 덕분에 작년 6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를 보이던 유로존의 소비자물가는 상승세로 전환해 지난 2월 2.0%까지 올랐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역시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다. 올 들어 미국 달러화 약세가 7개월가량 지속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6월 1.3%까지 둔화됐다. 일본은 4월 이후 석 달째 물가상승률이 0.4%에서 더 이상 높아지지 않고 있다.
평소 환율 문제와 관련해 언급을 자제해 온 주요 중앙은행들은 최근 공개적으로 달러화 약세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0일 월례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달러화 약세에 따른) 유로화 강세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의 이 같은 발언 직후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달러화 약세에 따른 낮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ECB의 긴축 전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필립 로우 호주 중앙은행 총재는 “달러화 약세는 호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달러화 당분간 약세 전망 우세
달러화는 작년 5월을 기점으로 강세로 전환해 11월19일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엔 가속페달을 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으로 요약되는 핵심 공약을 실행에 옮기면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올초 달러화는 소폭 약세로 전환했지만 대다수 환율 전문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봤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화 강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런 예상을 깨고 달러화 약세가 장기화된 데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Fed가 작년 12월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만 해도 국제 금융시장에선 미국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올 들어 공개석상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매우 완만한 속도로 이뤄질 것임을 수차례 밝히자 이런 우려는 불식됐다.
미국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2%(전기 대비 연율 기준)로 작년 4분기(2.1%)보다 크게 낮아진 것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을 누그러뜨리는 데 일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이 지나도록 인프라 투자 확대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달러화 약세를 부채질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경제보다는 유로존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며 “당분간 미국 달러화 약세, 유로화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달러 약세에 물가 상승세 둔화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27일 93.923으로 작년 5월 이후 1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8.1% 떨어졌다. 달러화 가치가 그만큼 추락했다는 의미다.
WSJ는 달러화 약세 현상이 주요 중앙은행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U와 일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디플레이션과 싸웠다. EU는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대거 공급했고, 일본은 최저임금 인상 카드까지 동원했다. 이 덕분에 작년 6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를 보이던 유로존의 소비자물가는 상승세로 전환해 지난 2월 2.0%까지 올랐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역시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다. 올 들어 미국 달러화 약세가 7개월가량 지속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6월 1.3%까지 둔화됐다. 일본은 4월 이후 석 달째 물가상승률이 0.4%에서 더 이상 높아지지 않고 있다.
평소 환율 문제와 관련해 언급을 자제해 온 주요 중앙은행들은 최근 공개적으로 달러화 약세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0일 월례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달러화 약세에 따른) 유로화 강세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의 이 같은 발언 직후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달러화 약세에 따른 낮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ECB의 긴축 전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필립 로우 호주 중앙은행 총재는 “달러화 약세는 호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달러화 당분간 약세 전망 우세
달러화는 작년 5월을 기점으로 강세로 전환해 11월19일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엔 가속페달을 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으로 요약되는 핵심 공약을 실행에 옮기면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올초 달러화는 소폭 약세로 전환했지만 대다수 환율 전문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봤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화 강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런 예상을 깨고 달러화 약세가 장기화된 데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Fed가 작년 12월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만 해도 국제 금융시장에선 미국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올 들어 공개석상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매우 완만한 속도로 이뤄질 것임을 수차례 밝히자 이런 우려는 불식됐다.
미국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2%(전기 대비 연율 기준)로 작년 4분기(2.1%)보다 크게 낮아진 것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을 누그러뜨리는 데 일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이 지나도록 인프라 투자 확대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달러화 약세를 부채질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경제보다는 유로존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며 “당분간 미국 달러화 약세, 유로화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