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은 올해 들어 경구용 당뇨·비만 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잇달아 발표했다. 그 덕분에 주가가 급등해 지난 3월 20일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등극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기술력과 기업가치를 제대로 분석한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사실상 전무했다. 이런 가운데 한 블로거가 기술수출 계약의 신뢰성이 의심된다며 12가지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올리자 삼천당제약 주가는 급락했다. 삼천당제약의 시총 9조원이 단 며칠 만에 증발했다. 개인투자자 홀대하는 증권사들최근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왜 증권사들은 삼천당제약 분석 보고서를 내지 않았냐”고 물었다. “보고서를 내지 않는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한편으론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를 홀대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10년 전만 해도 증권사들의 이런 태도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주식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적었던 시절, 소액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개미 투자자는 증권사에 수익성 낮은 ‘계륵’ 같은 존재였다. 증권사는 대규모 수수료를 안겨주는 투자은행(IB) 딜과 거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비즈니스에 주력했다. 증권사로선 돈이 되지 않는 개인투자자를 위해 고비용의 리서치 인력을 투입할 유인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 1년 새 코스피지수가 8000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주식 거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증권사는 브로커리지 부문의 급성장 덕분에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다. 올 1분기에는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증권사도 등장했다.증권사가 누리는 호황의 일등 공신
엔비디아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적은 국내 반도체 업계,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수요 확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2% 급증하며 752억 달러를 기록한 것은 HBM 탑재 AI 가속기의 출하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하반기 AI 서버 투자와 메모리 수요 전망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대신증권은 이미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45만 원, 250만 원으로 상향하며 "AI 추론의 확산 속에 메모리반도체 사업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이는 단발성이 아닌 새로운 역사의 시작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DRAM 호황 사이클 연장 가능성 DB증권은 지난 12일 보고서에서 DRAM 판가가 견조한 AI 및 일반 서버 수요, 관세 및 레거시 공급 부족 등의 복합 요인으로 내년까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빅테크들의 AI 투자 경쟁과 HBM 캐파 전환에 따른 일반 DRAM의 타이트한 수급을 고려하면 DRAM 호황기는 2027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이번 엔비디아의 강력한 2분기 가이던스는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4월 대만 반도체 매출이 견조한 AI 수요로 전년 대비 23% 증가한 점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반도체 장비 및 소재 업체로의 파급 효과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와 강력한 가이던스는 국내 반도체 장비 및 소재 업체들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증권은
미국 국채 금리 고공행진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이틀 연속 조정을 받고 있다.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매도세가 지수 하락의 주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 국채금리가 급등한 국면(2022~2023년)과 현재 2026년의 금리 고공행진은 표면적으로 유사해 보이지만, 그 발생 원인과 시장 구조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 두 차례 금리 급등 국면의 배경과 구조적 차이첫 번째 국면은 팬데믹 대응을 위한 전례 없는 유동성 공급 이후 인플레이션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면서 연준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한 데 기인하였다. 당시 미 연준은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였으며, 이에 따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023년 고점 수준까지 상승하였다. 이 시기의 금리 상승은 연준의 정책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결과였다.반면 현재 2026년의 금리 고공행진은 그 구조가 상이하다. 검색된 정보에 따르면, 현재 연준 기준금리는 3.50~3.75% 수준에서 동결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연준이 쉽게 금리 인상을 결정하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고용시장의 부진, 그리고 경제성장률과 체감경기 간의 괴리가 연준의 정책 결정을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국채 장기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데, 이는 이란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과 재정적자 확대, 그리고 기간 프리미엄 상승이라는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2026년 5월 기준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연 5.02%를 기록하였으며, 10년물은 연 4.44%, 2년물은 연 3.96% 수준을 나타냈다 3. 이처럼 첫 번째 국면이 '연준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ETF 시장에서 로봇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6년 5월 8일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로봇 관련 ETF는 순자산 규모 기준 상위 10개 상품만 해도 총 순자산이 약 3조 9197억 원에 달하며, 투자 지역과 전략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어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테슬라(미국), 현대차(한국), 무라타(일본) 등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종목에 동시 투자할 수 있는 ETF가 등장하면서 특정 국가에 한정되지 않은 글로벌 분산 투자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 아래 표는 2026년 5월 8일 기준 국내 상장 로봇 관련 ETF 상위 10개 상품의 주요 정보를 정리한 것이다.투자 지역 및 전략별 ETF 심층 분석국내 로봇 기업 집중형: 한국 시장 순수 노출TIGER 코리아휴머노이드로봇산업(0148J0)은 순자산 7,391억 원으로 순수 국내 로봇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상품이다. 'KEDI 코리아휴머노이드로봇산업 지수'를 추종하며, 한국 상장 기업 중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종목만을 편입 대상으로 한다. 주요 구성 종목은 레인보우로보틱스(16.2%), 로보티즈(13.4%), 두산로보틱스(12.7%), 현대오토에버(7.7%), 현대무벡스(7.5%) 등으로, 국내 로봇 전문 기업 및 관련 부품·소프트웨어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다. 환율 리스크 없이 국내 로봇 산업의 성장에 직접 노출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으로 분류된다.RISE AI&로봇(469070)은 KB자산운용이 운용하며 순자산 5,499억 원 규모다. 'iSelect AI&로봇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되, 지수 대비 초과성과를 목표로 운용하는 구조다. 구성 종목을 보면 로보티즈(7.0%), LG씨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회담은 미·중 간 무역 및 기술 패권 경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열리는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회담 결과에 따라 국내 증시, 특히 반도체 업종의 방향성이 크게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핵심 협상 카드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다. 양측은 이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은 미국의 반도체와 중국의 희토류"라고 규정했다. 특히 중국이 대형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해 블랙웰급 반도체와 ASML 장비를 필요로 하는 만큼, 반도체 수급 측면에서 구조적 열위에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구조적 비대칭성이 이번 협상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음은 한국경제신문의 인공지능 투자플랫폼 에픽AI를 기반으로 작성한 미·중 정상회담 시나리오별 수혜주다. 시나리오1 :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 (데탕트 합의)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합의에 도달할 경우, 가장 직접적인 수혜는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 돌아간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합류하며 첨단 AI 칩의 중국 판매 확대 기대감이 선반영됐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3일 2.29% 상승했으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57% 오른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규제 완화로 중국 내 반도체 공
LNG(액화천연가스)는 이제 에너지 연료를 넘어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핵심 자원이다. 탐사부터 생산, 저장, 운송, 발전, 그리고 소비까지 밸류체인이 방대하고, 국내 주식시장에도 관련 기업들이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중동 지역 긴장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 흐름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가 루이지애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건설 사업으로 추후 확정될 경우 한국가스공사, 삼성중공업, 포스코인터내셔널, HD현대, 대창솔루션, SK가스 등 LNG 산업 핵심 6개 상장사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가스공사 – LNG 도입과 국내 공급의 중심한국가스공사는 국내에서 들어오는 천연가스 도매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카타르, 호주, 미국 등 주요 산지에서 LNG를 수입해서 평택, 인천, 통영, 삼척, 제주 등 5곳 저장소(인수기지)에 저장한다. 생산능력은 연간 1억3,490만 톤이고, 실제 2025년 한 해 기준 생산량은 3,671만 톤이었다.신규사업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2020년엔 한국엘엔지벙커링(주)(KOLB)를 설립해서 LNG 추진선에 연료를 넣어주는 벙커링 사업을 시작했고, 부산·울산·광양 등 항만에서 LNG를 공급한다. 해외 Shell사와의 합작법인도 만들어 유럽 벙커링 시장까지 진출했다. 자원 개발 쪽에서도 호주 GLNG(지분 15%), LNG캐나다(2025년 상업생산 시작), 모잠비크 해상광구 탐사 개발 등을 보유하는 등 Upstream(자원 탐사·생산)에도 진출했다. 삼성중공업 – LNG선 건조 최강자, 벙커링까지 사업 다각화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LNGC), LNG-FPSO, FLNG 등 LNG 관련 해양
이재명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을 산업별로 나눠 조사하면 아마도 증권업이 1위를 차지할 것이다. 이 대통령 핵심 경제 공약이던 ‘코스피 5000 시대 개막’이 현실화하면서 증권업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중복 상장 금지 등 정부가 추진해온 자본시장 개혁 정책도 증권업계에선 대체로 호평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이 대통령 지지율에 100을 곱한 수치가 코스피지수 고점”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그런데 자본시장 관련 정부 정책 중 증권업계 관계자 상당수가 우려를 표하는 정책이 하나 있다. 바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허용이다. 환율안정 위해 규제 완화 ETF는 다수 종목에 분산투자하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을 기반으로 탄생한 상품이다. 그동안 자본시장법 시행령에는 ETF가 추종하는 지수를 10개 이상 종목으로 구성하되 한 개 종목 비중이 30%를 넘으면 안 된다고 규정돼 있었다. 국내에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가 불가능했던 이유다.그간 국내 투자자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해왔다. 그런데 정부의 규제 완화로 국내에서도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이 가능해졌다. 정부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규제를 푼 것은 미국, 홍콩 등 해외 시장과의 규제 불균형을 해소해 서학개미의 유턴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환율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증시에 미치는 효과도 작지 않다. 신규 상품 출시로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늘어나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돌고, 해외로 빠져나가던 증권거래세와 금융 서비스 수익도 국내
한때 여의도 증권가에서 ‘박스피’라는 말이 유행했다. ‘박스권’과 ‘코스피’를 합친 이 말은 한국 증시가 장기간 가두리 양식장처럼 정체된 현상을 일컫는 조롱 섞인 별칭이었다. 지난해 시장에 발을 들인 투자자들에게 이 단어는 고어(古語)처럼 낯설 것이다. 지난해 초 24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지수가 불과 1년여 만에 6000까지 돌파하는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한국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고수익 시장으로 각인됐을 법하다. 박스피 탈피한 한국 증시뜨겁게 달아오르던 한국 증시는 지난달 말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코스피지수가 급등락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지난 11일 미국계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한국 증시 변동성을 ‘전형적인 거품 징후’라고 직격했다. 하루 10% 이상의 등락은 1997년 외환위기,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닮아 있다는 경고였다.BoA 보고서가 나온 이튿날 국내에서 박스피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모 증권사 임원을 만났다. 그는 과거 투자전략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베스트 애널리스트이자, 2020년 초 코로나19 공포로 증시가 폭락할 때 가장 먼저 ‘V자 반등’을 주창한 인물이다. 4년여 만에 마주한 그에게 “지금의 한국 증시를 어떻게 평가하냐”고 물었다.그는 지수가 조정받더라도 1년 전의 2000대 중반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유는 명쾌했다. 우선 기업들의 이익 체력이 질적으로 달라졌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은 약 291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올해는 6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9월 로버트 레드퍼드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전 세계 모든 씨네필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가 1960~197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대배우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미국 독립 영화 산실인 선댄스를 일구며 영화사에 남긴 거대한 족적 때문일 것이다.레드퍼드가 일생을 바쳐 키워낸 선댄스 영화제가 지난달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그의 부재 속에 개최됐다. 올해는 전쟁, 이민자 정체성, 환경 파괴 등 묵직한 사회 이슈를 개인 서사로 풀어낸 작품이 강세를 보였다. 기성 감독보다 신인 감독 약진이 두드러져 선댄스가 여전히 새로운 목소리를 발굴하는 창구임을 증명했다. 새 목소리 발굴 창구 선댄스올해 선댄스 영화제 풍경을 다시금 복기하는 이유는 한국 영화의 현재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서다.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지만 정작 한국 영화는 지금 위기에 빠져 있다. 수치가 말해준다. 지난해 연간 영화관 방문객은 외산 영화 흥행 덕에 가까스로 1억 명을 넘겼지만 천만 관객을 동원한 국산 블록버스터는 한 편도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2020~2021년)를 제외하면 국산 천만 영화 실종은 2011년 이후 15년 만의 뼈아픈 기록이다.흥미로운 대목은 대형 상업 영화 고전 속에 독립 영화들이 보여준 유례없는 활기다. 독립 영화계에서 십만 관객은 상업 영화의 천만 관객에 비견되는 기념비적 지표다. 작년에는 이런 ‘작은 기적’을 쓴 작품이 네 편이나 쏟아졌다. 이 중 ‘세계의 주인’은 바르샤바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독립 영화가 이같이 약진한 배경으로 관객의 달라진 눈높
한국경제신문의 고품격 문화 콘텐츠 플랫폼 아르떼가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경험하는 프리미엄 문화예술여행 ‘아르떼투어’를 운영합니다.1920년 시작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관현악, 실내악, 오페라, 연극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예술제입니다. 매년 여름,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연주자들이 집결합니다. 클래식 애호가들이 ‘반드시 한 번은 가야 할 음악축제’로 꼽는 버킷리스트입니다.이번 아르떼투어는 안일구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와 함께하는 6박 8일 일정의 클래식 투어입니다. 안일구 칼럼니스트는 공연 해설과 음악적 맥락 설명을 통해 현장에서 작품과 연주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여정을 이끌 예정입니다.이번 투어에서는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 무대를 한 번에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 포함됩니다. 여기에 오페라 <카르멘> 등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주요 공연들이 더해져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일정: 2026년 8월 21일(금)~28일(금), 6박 8일●장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프로그램: 메이저 공연 5회, 호텔 및 식사, 전용차량, 음악전문가 해설 포함 (※ 항공티켓 개별 구매)●모집: 20명 내외 선착순 마감●홈페이지: www.artetour.co.kr●신청·문의: 02-360-4520, jsj@hankyung.com●주최 : 한국경제신문※ 참고 : 상세내용
작년 말께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만났다. 유 관장은 박물관 방문객이 급증한 것에 고무돼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650만7483명이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갔다. 1945년 개관 이후 최대 기록으로 세계 4위권이다. 유 관장은 K컬처의 진수를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대중과 호흡하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싶다고 했다. 가령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와 제휴해 박물관 야외에서 패션쇼를 열고 싶은데, 여론의 역풍을 맞을까 망설여진다고 했다. 국가 중요 유산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해마다 패션쇼 개최하는 루브르유 관장이 이런 걱정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창경궁 명정전을 세계신문협회 총회 만찬 장소로 내어준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당시 문화재청은 “세계 언론에 우리 고궁의 아름다움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인은 “문화재청이 임대사업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트라우마를 감안하면 유 관장의 걱정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른바 ‘문화강국’이라고 불리는 세계 주요 국가는 이미 국립 박물관과 고궁 등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이 박물관은 패션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살아 있는 문화 공간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루브르는 매년 박물관의 야외 중정 쿠르 카레 등에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패션쇼를 개최한다. 지난해에는 박물관 설립 이후 처음으로 패션을 단독 주제로 한 대규
개발과 보존은 본질적으로 충돌하기 쉬운 가치다. 현대 도시에선 더욱 그렇다. 고밀도 개발을 통해 공간 이용의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경제적 요구와 문화유산, 자연환경을 보존하려는 공공적 요구는 양립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서울 도심의 세운 4구역 재개발을 놓고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립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서울시는 낙후된 세운상가 일대를 전면 재정비해 종묘와 남산을 잇는 녹지축을 복원하고, 고층 랜드마크 건립을 통해 침체된 도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문체부는 사업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정전에서 바라보는 역사적 경관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새로 지어질 건물의 높이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별한 희생' 강요 안 돼답답한 교착상태를 타개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상기할 만한 두 개의 역사적 판결이 있다. 첫 번째는 1998년 12월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이다. 당시 헌재는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그린벨트 제도가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도 중요한 단서를 달았다. 공익을 위한 규제라도 개인에게 감내할 수 없는 ‘특별한 희생’을 강요한다면 국가는 반드시 금전적 보상을 하거나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이 원칙을 세운 4구역에 적용해보자. 이 지역은 2004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지만 종묘 경관 보호를 위한 고도제한 규제에 막혀 20년 넘게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조합원들이 겪은 재산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은 ‘특별한 희생’의 한계를 넘어섰다. 공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개인
역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들은 관료와 정치인을 제외하면 현장 예술가 출신이 많았다. 유인촌·이창동·김명곤 전 장관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문체부 장관 중 기업인 출신은 최휘영 현 장관이 유일하다. 지난 7월 11일 대통령실에서 최휘영 당시 놀유니버스 대표를 장관으로 지명했다는 소식이 파격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다. 기업인 출신 문체부 장관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문화예술 분야의 직접적 경험이나 식견은 부족할 수 있지만, 기업인 특유의 합리성, 추진력, 균형감각을 갖췄을 것이라는 기대도 많았다. 영화정책 전환 예고한 최 장관문화예술계에선 최 장관이 전문 분야인 관광산업 육성에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가장 선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분야는 영화산업이다. 취임 직후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영화에 대한 정의 변경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선 영화를 ‘영화 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탓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만 공개하기 위해 제작된 작품은 영화진흥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합리한 점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었다.최근 국정감사에선 “정부의 영화정책이 ‘지원’ 위주에서 ‘투자’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K컬처 3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이 대통령의 국정 목표와도 부합하는 발언이다. 문화정책에서 지원과 투자는 근본적으로 철학이 다르다. 지원이 문화의 공공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마침내 넷플릭스 역대 콘텐츠 중 누적 조회 1위에 올랐다. 지난 10일 기준 누적 시청 수 2억9150만 회로 ‘오징어 게임’ 시즌1(2억6520만 회)을 제쳤다.K콘텐츠에 세계가 열광하는 건 익숙한 일이지만 케데헌의 글로벌 흥행은 왠지 모르게 낯설다. 제작사가 일본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데헌이 그 어떤 K콘텐츠보다 한국적이라는 점은 놀랍다. 케데헌을 둘러싼 낯섦과 놀라움은 영화를 만든 매기 강 감독의 인생 스토리를 듣고 나서 해소됐다. 이민 1.5세대가 만든 케데헌강 감독은 다섯 살 때 가족을 따라 캐나다로 이주한 1.5세대 이민자다. 초등학교 시절 캐나다 사람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잘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언젠가 한국을 제대로 알리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H.O.T 같은 1세대 K팝 아이돌과 한국 TV 프로그램을 즐기는 동시에 ‘심슨 가족’ ‘루니 툰’ 같은 서구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랐다.이런 성장 배경은 그에게 자연스럽게 ‘문화적 혼종성’을 부여했다. 완전히 한국적이지도, 완전히 서구적이지도 않은 그 중간 정도의 정체성이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케데헌도 한국 문화와 서구 문화의 정수가 절묘하게 결합돼 있다. 강 감독은 K팝의 세계관과 팬덤 문화, 그리고 저승사자와 같은 한국적 요소를 해외 관객이 낯설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서구 문화권에서 친숙한 슈퍼히어로 장르로 쉽고 매력적으로 풀어냈다.한국 근현대사의 소외된 단면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전시하기 위한 미술관은 전 세계에 10곳 정도 있다. 그중 피카소의 작품을 시대별로 모두 볼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컬렉션을 보유한 곳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 피카소 미술관이 유일하다. 이 미술관은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신 낼 수 있는 ‘미술품 물납제’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1973년 피카소 사망 이후 그의 작품과 재산을 물려받은 6명의 상속인은 막대한 상속세를 낼 돈이 없어 약 5000점의 피카소 작품을 세금 대신 냈다. 프랑스 정부는 이때 확보한 작품을 기반으로 1985년 파리 시내에 피카소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리기 위한 미술관을 건립했다. 허울뿐인 미술품 물납제미술품 물납제는 공공 미술관의 컬렉션 강화, 국민의 예술 향유 기회 확대, 국가 예술 유산의 해외 유출 방지 등을 이유로 주요 선진국에서 오래전부터 시행해 왔다. 국내에선 2023년이 돼서야 도입됐다. 일제강점기에 전 재산을 바쳐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간송 전형필 선생의 후손들이 막대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문화재를 경매시장에 내놓은 사건이 알려진 것이 계기가 됐다. 제도 시행 초기 미술계에선 국내에서도 미술품 물납제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그런데 제도 시행 후 약 2년 반이 지났지만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납부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전문가들은 국내 미술품 물납제가 선진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엄격하게 설계됐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상속받은 미술품 자체에 부과된 상속세액의 한도 내에서만 해당 미술품으로 물납이 가능하다. 가령 총상속세
한국 현대사의 문화예술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남긴 대통령을 꼽으라면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을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박 대통령은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을 제정했고, 이후 5년에 한 번씩 문화예술 진흥 계획을 수립해 실천에 옮겼다. 서울 광화문에 세종문화회관을 건립한 것도 박 대통령이다. 김 대통령은 외환위기 와중에 집권했지만 정부의 전체 예산에서 문화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처음으로 1%대로 끌어올렸다. 문화산업이 한국의 차세대 성장산업이 될 것으로 보고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을 마련하기도 했다. 문화 대통령의 전제조건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문화예술 분야에 적지 않은 관심을 표명했다. 대선 출마 선언 때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며 문화강국을 핵심으로 하는 ‘K-이니셔티브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달 30일엔 토니상 6관왕에 오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김원석 감독 등 문화예술계 인사를 초청해 문화산업 발전방안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성남시장, 경기지사 등을 거치면서 문화예술 분야에는 특별한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행보로 받아들여진다.그런데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문화예술 분야 공약들을 뜯어보면 윤석열 정부 시절 만든 ‘문화한국 2035 비전’과 큰 차이가 없다. 콘텐츠산업 세제 지원 및 정책금융 확대, K컬처 글로벌 브랜드화, 국내 콘텐츠 플랫폼 해외 진출 지원 등의 정책과제가 구체적인 표현만 다를 뿐 공통으로 포함돼 있다. 문화예술 분야는 외교 안보 노동 환
이달 초 개봉한 영화 ‘바이러스’는 감염되면 사랑에 빠지는 균이 퍼지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개봉에 앞서 열린 시사회에서 한 참석자는 “바이러스를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라고 물었다. 주연 배우 배두나는 “관객이 영화를 큰 스크린으로 볼 것이라는 전제하에 섬세하게 연기했다”고 답했다.언젠가부터 우리는 새 영화가 개봉하면 1단계로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을까’를 평가한 뒤 2단계로 ‘이 영화를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할까’를 따져보기 시작했다. 영화관이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보편화되면서 생긴 변화다. 앞으로는 이런 흐름이 더욱 확산할 것이고 콘텐츠산업 주도권은 강력한 OTT 플랫폼을 보유한 자가 쥐게 될 것이다. 20조원 vs 1000억원정부는 토종 OTT를 육성하기 위해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말 ‘K-OTT 산업 국제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1조원 규모의 K콘텐츠 제작 펀드 조성, 인공지능을 접목한 OTT 가치사슬 고도화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대선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내놓으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백화점식 나열에 그친다.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바로 ‘규모’와 ‘규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넷플릭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규모의 경제’다. 디지털 플랫폼 산업에서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동한다. 한번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용자를 확보한 기업일수록 콘텐츠 제작, 마케팅, 기술 개발 등에서 효율성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클럽 브랜드 엘로드 클럽이 새로운 샤프트인 ‘고탠스(GOTANCE)’를 선보인다. GOTANCE는 GO와 DISTANCE의 합성어로, 흔들림 없이 정확한 방향으로 최대 비거리를 실현시킨다는 의미다.5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GOTANCE는 3가지 레이어로 구성돼 있다. 가장 안쪽의 레이어는 GOTANCE의 차별화 소재인 비정질 금속 소재를 적용했다. 기존 Titan에 비해 탄성이 약 3배가 높아 비거리 증가에 도움이 되며 경도 또한 높아서 뒤틀림을 억제하고 방향성 또한 향상시켜준다. 중간에 위치한 BIAS 레이어는 강도와 탄성을 균형 있게 구현한 토레이(TORAY)사의 M46X 원단을 적용했으며, 가장 바깥에 위치한 STRAIGHT 레이어는 레진 함량이 15%인 토레이사의 경량 원단을 여러 겹 쌓아 뛰어난 탄성을 보여주며 안정감 있는 타격감을 제공한다.GOTANCE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비정질 금속 소재는 현존하는 금속 중 최상위 탄성을 자랑한다. 일반 금속보다 고강도의 특성을 가지는 반면, 마모 저항성이 뛰어나 잘 변형되지 않는다. GOTANCE는 이러한 비정질 금속을 사용하여 다섯 가지 주요한 기능을 보여준다. 첫번째로 일관성 있는 스윙 결과를 볼 수 있다. 오프센터 히트, 즉 미스샷이 나오더라도 헤드의 순간적인 비틀림을 억제하고 사이드 스핀을 감소시켜 관용성을 높여준다. 둘째는 비거리의 향상이다. 최상위의 탄성을 자랑하는 소재이므로 스윙시에 탄성력을 최대화해 볼 스피드를 극대화한다.세번째는 효율적인 스윙과 편안함이다. 스윙의 전환지점인 트렌지션에서 샤프트가 휘어졌다가 본래의 스퀘어 형태로 쉽게 복원되기 때문에 편안한 스윙감각을 느낄 수 있어 골퍼가 클
국내 피아노 전공자 사이에선 이런 얘기가 회자된다. 조성진의 공연을 보면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멋진 연주를 하고 싶다’는 꿈을 품지만 임윤찬의 연주를 보면 절망하게 된다고. 임윤찬에게선 보통 사람이 범접하기 힘든 천재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들의 회상에 따르면 임윤찬은 입학할 때만 해도 평범한 학생 중 한 명이었는데, 손민수 교수를 스승으로 만나면서 잠재력이 폭발했다고 한다. 재학 중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임윤찬에게 한예종 교수들이 느끼는 애정은 각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반기 스승 따라 미국행그러나 임윤찬은 올해 하반기 미국 보스턴에 있는 명문 음악학교 뉴잉글랜드 음악원으로 적을 옮긴다. 손 교수를 따라가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이유가 아니어도 임윤찬은 한예종을 떠났을 것이라고 한다. 한예종에는 정식 석·박사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1993년 전문 예술인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한예종은 클래식 미술 영화 무용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를 배출했다. 하지만 고등교육법상 ‘대학교’가 아니라 ‘각종학교’로 분류돼 석·박사 과정을 운영할 수 없다. 대학원에 해당하는 예술 전문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식 학위 수여는 불가능하다.그러다 보니 한예종의 예술 전문사 과정을 졸업한 학생은 대학이나 예술 관련 기관에 취업할 때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석·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연구자가 없어 국내외 다른 대학과의 공동 연구나 기업과 산학협력을 하는 데도 제약이 따랐다. 학교에 정식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는 것이 언젠가부터
올해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에 있는 작은 섬 나오시마를 다녀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나오시마 신미술관’이 오는 5월 말 정식 개관하기 때문이다. 총 3층 구조로 지어진 이 미술관은 혼무라 지역 인근 언덕 위에 자리 잡았다. 나오시마 신미술관은 상설전과 특별전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개관 기념 전시에선 한국의 서도호, 일본의 무라카미 다카시, 중국의 차이궈창 등 아시아 지역 저명 작가 12명이 이 미술관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도 다다오의 열 번째 건축물안도 다다오가 이 섬에 지은 열 번째 건축물인 나오시마 신미술관은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의 출판기업 베네세홀딩스가 1990년대 초 조선업 침체로 쇠락해가던 나오시마를 문화예술의 힘으로 회생시키기 위해 시작했다. 단순히 미술관만 건립하는 게 아니라 섬 전체를 현대미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변화시키려는 장기적인 기획이다.국내에서도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문화예술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문화 분야 중장기 비전 ‘문화한국 2035’에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심포니 등 5개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 방안이 포함된 것도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들 예술단체가 이전하면 지방에서도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가 늘어나고, 이는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깔린 듯하
올해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겨울 초입에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와 연이어 터진 제주항공 참사 탓에 두문불출하며 우울한 연말연시를 보낸 사람이 많다. 전시업계에서는 미술관을 찾는 이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많은 사람이 미술관으로 향했다. 일부 전시는 주말에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관람 열기가 뜨거웠다. 혹자는 시대가 혼란할수록 고요한 명화 감상에서 위안을 얻으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반작용의 사회현상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명화에서 위안을 느끼는 사람들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글로벌 도시의 경쟁력을 논할 때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주요 평가 항목으로 포함되기 시작했다. 컨설팅 회사 AT커니는 2008년부터 전 세계 150개 도시를 평가해 ‘글로벌 도시지수’를 발표하는데 기업 활동, 인적자원, 정보 교류, 정치적 참여도와 함께 문화적 체험을 5대 평가 분야로 삼고 있다.지난해 평가에서 도쿄는 뉴욕·런던·파리에 이어 4위에 오른 반면 서울은 11위에 그쳤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서울은 문화적 체험 영역에서 도쿄에 한참 뒤처진 게 사실이다. 명화 관람 기회만 해도 그렇다. 서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도쿄에서는 국립신미술관, 모리미술관, 국립서양미술관 등에서 수시로 열린다.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서울과 도쿄의 경제 규모, 소득 수준, 컬렉터들의 구매력, 전시장 규모와 수 등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미술 전문가들은 제도적 차이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바로 해외 미술품 압류 면제 제도다. 전시를 위해 해외에서 국내로 반입
지난해 강원 원주 만대초등학교에서는 서유리 예술강사의 도움으로 국악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영상과 퀴즈를 통해 조상들이 농사지을 때 부른 토속 민요인 농요(農謠)를 배우고, 장구 장단에 맞춰 직접 불러보기도 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사계초에선 정진아 예술강사가 탈춤 수업을 이끌었다. 학교 체육관에서 약 40분간 이뤄진 수업에서 학생들은 ‘고개잡이’ ‘다리 들기’ ‘황소걸음’ 등의 춤사위를 익혔다.올해부터는 이런 풍경을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볼 수 없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5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학교 예술강사 지원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존폐 기로에 선 예술강사 지원 사업문체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학교 예술강사 지원 사업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예술을 보다 체계적으로 배우고 경험할 수 있도록 예술 전문 강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2005년 제정된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재원은 정부 예산에서 나온다. 문체부가 대부분의 돈을 대고 각 시도교육청이 매칭 방식으로 일부를 보태는 식이다. 그런데 문체부가 갑작스레 이 사업 예산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예산을 편성할 때 전년보다 50% 삭감했고, 올해 예산 편성 때 다시 72%를 줄였다. 결국 2023년 547억원이던 문체부의 학교 예술강사 지원 사업 예산은 올해 8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각 시도교육청도 덩달아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경기교육청은 지난해 27억원이던 예산을 올해는 7억5200만원으로 줄였고, 서울교육청은 48억원에서 33억원으로 축소해 예산을 편성했다. 인천·광주·전남·제주 교육청도 마찬가지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중 하나인 굿피플은 종교와 문화, 국경을 초월해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을 돕기 위해 1999년 설립됐다. 굿피플이 케냐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농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코이카와 함께 진행한 사업이 결실을 맺었다. ○ 케냐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굿피플과 코이카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지난 3년 동안 코이카 민관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케냐 서부에 위치한 나쿠루 카운티 수부키아 지역에서 농가 소득증대사업을 진행했다. 두 기관은 수부키아 지역 농민 501명에게 천연 살충 성분이 있는 국화이자 고부가가치 작물인 ‘제충국’ 묘목 170만 그루와 4동의 제충국 생화 건조장, 농업용 물탱크 및 농기구를 지원했다.더불어 수부키아 지역의 제충국 재배 농민을 중심으로 제충국 재배자 협동조합을 설립 및 운영할 수 있게 돕고, 농업 효율성 제고 및 지속가능한 제충국 농업 환경 구축을 위한 역량강화 교육을 연 20회 이상 실시했다. 지역 내 우수 협동조합을 방문하는 등 현장 체험학습 기회도 꾸준히 제공했다.이처럼 굿피플은 제충국 생산, 건조, 판매 및 유통까지 농업 가치사슬 전반을 개선함으로써 농민들이 재배와 판매 역량을 키우고 농산물의 시장경쟁력을 확보해 소득 증대를 도모할 수 있도록 힘썼다.그 결과 조합원 수가 2022년 138명에서 2024년 말 기준 359명으로 260% 이상 증가했으며, 수부키아 지역 농민 2000여명의 제충국 판매 및 유통을 관리하는 농민 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아울러 굿피플은 제충국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참여 농민들과 함께 수확용 앞치마도 제작했다. 앞치마에는 제충국 생화를 담을 수 있는 넓은 주머니가 있어 효율적으로
얼마 전 한 모임에 초대받았다. 장소는 서울시립미술관. 퇴근 후 찾아가 보니 증권사 대표, 대학교 총장, 사모펀드 운용사 부회장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로비에 마련된 만찬장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 후원회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오랜 시간 함께 활동해온 사람들의 모임이어서 그런지 시종일관 활기차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2014년 3월 사단법인으로 출발한 후원회는 현대미술의 저변 확대와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 증진을 위해 소장품 기증, 예술인 창작 지원, 후원금 조성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최은주 미술관장은 미술관이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가 바로 후원회라며 감사를 표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키다리 아저씨'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미술관에 후원회가 왜 필요할까 싶지만 국립중앙박물관,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등 상당수 공공 문화예술 기관에는 민간의 자발적인 후원회가 존재한다. 예술의전당 후원회는 누적 후원금이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단테,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르네상스 시기에 활약한 예술가 뒤에 메디치 가문이 있었듯이 문화예술이 꽃피기 위해서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필요하다.그런데 최근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민간 후원이 위축되고 있다. 2020년 550억원까지 불어났던 국내 문화예술단체의 기부금 수입은 2021년 396억원, 2022년 392억원으로 급감했다. 한국과 미국 문화예술단체의 재원 구조를 뜯어보면 한국의 기부금 비중은 3%로 미국(30%)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자체 수입 비중도 한국은 18%로 미국(60%)보다 낮다. 한국의 문화예
지난달 10일 한강 작가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문학 번역가들이 일등공신으로 재조명받았다. 외국어 실력뿐 아니라 문학성까지 갖춰야 하는 문학 번역가들은 작가와 전 세계 독자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문학 번역가들 못지않게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기여한 곳이 있다. 바로 국내 출판사와 서점이다.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육성하는 출판사가 없었다면, 전국 곳곳에서 책을 공급하는 서점이 없었다면 한강은 오늘날과 같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 출판시장은 최근 단군 이후 최대 불황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출판산업국내 출판시장 불황의 출발점은 독서율 하락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독서율은 10년 전인 2013년 72%이던 것이 지난해엔 43%까지 추락했다. 지난 1년간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이 성인의 절반이 채 안 된다는 얘기다. 대다수 성인이 ‘독서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또는 ‘다른 매체나 콘텐츠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독서율 하락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독서율이 60~70%대인 점에 비춰보면 한국의 독서율 하락은 지나치게 가파르다.독서율 하락은 출판사에 직격탄이 됐다. 영업 실적이 공개된 국내 출판사의 작년 총매출은 4조9336억원으로 10년 전(5조5147억원)에 비해 10.5% 줄었다. 같은 기간 총영업이익은 70.1% 급감했다. 책 도매업체들은 줄줄이 문을 닫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동네 서점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 ‘전,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함으로써 국내 영화계에 중요한 화두를 하나 던졌다. 바로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영화의 정의에 관한 질문이다. 이 영화는 조선시대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박정민 분)과 그의 몸종(강동원 분)이 임진왜란 발발 후 각각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만나 대립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의 완성도, 출연 배우들의 면면, 제작자가 박찬욱이라는 화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개막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9월 초 ‘전,란’이 개막작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영화인은 비판을 쏟아냈다. 왜 그랬을까. 개막작 '전,란'에 쏟아진 비판비판은 크게 두 갈래였다. 우선 ‘전,란’이 전형적인 상업영화라는 점을 문제 삼는 이들이 있었다. BIFF는 독립영화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완성도 높은 독립영화나 작가주의 영화를 주로 개막작으로 선정한 역사를 감안하면 가능한 문제 제기다.‘전,란’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기 때문에 개막작이 될 자격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런 주장의 기저에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넷플릭스에 대한 영화인의 경계심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다른 이유도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에 담긴 영화에 관한 정의 때문이다. 2006년 제정된 이 법은 영화를 ‘영화 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전,란’처럼 애초에 온
골프존뉴딘그룹이 MZ 골퍼를 대상으로 골프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전사적 캠페인 ‘2030 골프존 페스타’를 진행한다.대한골프협회가 발표한 ‘2023 한국골프지표’에 따르면 향후 골프를 칠 의향이 있는 잠재 골프 비경험자는 평균 41.7%로 그중 30대가 46.4%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 금전적 여유가 될 경우 참여하고 싶은 운동종목으로 ‘골프’가 1위에 선정됐다.골프존뉴딘그룹은 스크린골프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골프존, 골프용품 시장점유율 1위 골프존커머스, 전국 20개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골프코스 토털 서비스 기업 골프존카운티 등 골프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골프존뉴딘그룹 지주회사인 골프존뉴딘홀딩스의 최덕형 대표이사는 “2030 젊은 세대가 골프에 보다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실속 있는 캠페인을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골프존뉴딘그룹은 2030 세대를 비롯한 전 골퍼들의 골프 참여에 도움을 주고 골프 업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미래 전략을 구상해 골프의 대중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골프존뉴딘그룹의 첫 연합 캠페인 ‘2030 골프존 페스타’는 ‘2030 골퍼의 꿈을 응원합니다’라는 주제로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한 달간 1985~2004년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골프존은 골프존 앱에 가입한 2030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국 골프존파크 및 골프존 스크린골프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2000원 이용권을 증정한다. 이용권은 10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발행되는 이용권은 약 100만 장 규모로
고대 그리스에서는 경제를 ‘유용한 것을 지향하는 행위’로, 문화는 ‘아름다운 것을 지향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문화를 경제보다 우월한 것으로 여겼다. 실용주의가 지배하던 근대에는 경제를 인간 활동의 핵심으로 봤고, 문화는 잔여적 활동으로 간주했다. 우선순위는 정반대지만 고대와 근대의 공통점은 문화와 경제를 상호 분리해 생각했다는 것이다.현대 사회로 접어들어 대중문화 시대가 열리자 경제와 문화는 불가분한 관계로 얽혔다. 문화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됐고, 문화가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 나라의 국력을 결정짓는 것은 경제인데, 경제에서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문화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자국 문화의 대외 확산을 통해 경제 영토 확장을 도모해 왔다. 문화의 힘이 초일류 선진국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이다. 글로벌 주류 문화로 부상한 한류미국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는 1990년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을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의 소프트 파워를 결정하는 요소로 정치적 가치관, 대외 정책, 문화 세 가지를 꼽았다. 글로벌 소프트 파워 경쟁에서 한국의 비교우위는 분명 문화에 있다. K팝, K무비, K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가 세계 각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콘텐츠 수출액은 2013년 49억달러에서 2022년 133억달러로 불어났다. 콘텐츠는 바이오헬스(163억달러), 컴퓨터(159억달러)에 이어 한국 3대 수출품에 올랐다. 프랑스 철학자 기 소르망이 한국을 문화와 상품을 동시에 수출하는 5개
K팝이 세계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던 2010년대 중반 국내에서도 아레나(대형 공연장)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K팝 산업 발전, 관광 인프라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 ‘1석 3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경기도와 서울시가 뛰어들었다. 경기도는 2016년 CJ ENM을, 서울시는 2018년 카카오를 아레나 건설 및 운영을 담당할 민자 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지난 7월 초 경기도는 일산에 ‘CJ라이브시티’를 건설하기 위해 CJ ENM과 맺었던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고, 서울시는 창동에 들어설 ‘서울 아레나’ 착공식을 열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전담팀까지 만들어 지원서울 아레나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치적 승부수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 초기 집권여당의 잠룡 중 한 명이었지만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박 전 시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강북 균형 개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동에 서울 아레나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자 ‘박원순표 서울 아레나’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형 공연장은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아 자칫 ‘제2의 세빛둥둥섬’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오 시장은 그러나 2022년 4월 카카오와 서울 아레나 건설을 위한 협약을 맺었고, 서울시 산하에 사업을 지원하는 전담팀도 만들었다. 서울시 권역별로 문화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비전까지 제시했다. 경쟁 정당 전임자가 시작한 대형 사업을 자신의 사업으로 끌어안은 것이다.CJ라이브시티 사업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CJ ENM은 2016년 라이브시티 사업자로 선정된
2020년 2월 20일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 ‘기생충’ 제작진과 출연진 20여 명이 청와대에 초청받았다.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문화예술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졌다”고 감사를 표했다. 2022년 6월 12일엔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용산 대통령실을 찾았다. 두 사람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것이 우리의 국격이고, 국가발전의 잠재력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축하했다. 지금 와서 보니 한국 영화는 이때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용히 끝난 칸 국제영화제지난 5월 폐막한 제77회 칸 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가 봉착한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한국 영화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쟁 부문에 단 한 작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비경쟁 부문에서도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만 상업영화 대작을 초청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포함됐을 뿐이다. ‘주목할 만한 시선’ ‘비평가주간’ 등 주요 비경쟁 부문에는 들어가지 못했다.칸에서의 초라한 성적표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산업이 겪은 드라마틱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제작 현장과 극장은 올스톱됐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은 팬데믹을 기회로 삼아 고속성장했다. 상당수 영화제작 인력은 OTT 시리즈물 제작 시장으로 넘어갔다. 대중도 굳이 극장에 가지 않아도 볼거리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 결과 콘텐츠 소비 습관이 근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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