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21일 오후4시2분
신한·국민은행, 글로벌 사모펀드에 투자한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사모펀드(PEF), 인프라, 항공기금융 등 대체투자 시장에 활발히 뛰어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접었던 해외 투자도 재개하는 분위기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줄어드는 수익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데다 인수금융 등 부가적인 사업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만기 12년 PEF 투자하는 은행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미국계 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아시아 지역에서 조성하는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에 각각 200억~600억원을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KR이 조성하고 있는 펀드 규모는 70억달러(약 8조원), 만기는 12년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아레스, 파트너스그룹, 맥쿼리 등 해외 운용사들이 조성하는 인프라 전문 PEF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내부적으로 올해 국내외 PEF 운용사에 1000억~2000억원가량 출자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PEF업계에서는 “예금 만기가 대체로 5년 이내인 시중은행들이 투자금 회수에 10년 이상 걸리는 해외 바이아웃 펀드에 출자한다는 것은 대체투자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최근 계열사 간 공조를 통해 다양한 국내외 대체자산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해외 발전, 에너지, 항공기금융 등 안정적인 수익(현금 흐름)을 내는 해외 대체자산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인프라금융 주선을 선도하고 있는 하나금융투자와 협업체계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중은행 중 항공기금융 시장에 처음 뛰어든 것도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 은행의 해외 대체투자 목표 금액을 지난해(3억달러)의 두 배 수준인 6억달러로 잡았다”고 귀띔했다. KEB하나은행은 해외 대체투자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달 KEB하나은행 뉴욕지점에 별도의 IB부서를 신설했다.

농협은행도 NH투자증권 NH농협생명 등 계열사와 협력해 해외 발전, 에너지 등 인프라 시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신한·국민은행, 글로벌 사모펀드에 투자한다
◆KEB하나·농협은행, 해외 인프라 선호

시중은행 중 해외 대체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신한은행은 PEF, 벤처캐피털, 사모대출펀드(PDF), 인프라 등 다양한 대체자산군에 대한 노하우와 전문 인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자산운용과 함께 국내 인프라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 온 국민은행은 해외 인프라와 국내 부실채권(NPL) 시장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 정부의 민영화 방침으로 한동안 주춤하던 우리은행은 올해 해외 상업용 빌딩, 항공기금융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재개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대체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데다 투자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면서도 “현재 전체 자산의 1% 미만인 시중은행의 대체투자 자산이 중장기적으로 3%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 총자산(1471조원)의 3%는 약 44조원이다.

좌동욱/김은정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