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는 불"…트럼프, 테러리스트에 '물고문 부활'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테러리스트들의 미국 입국을 방지하기 위해 시리아 난민 수용을 무기한 중단하고, 테러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부터 유입되는 난민의 수용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120일간 입국 심사를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과 관련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중세 이후 누구도 듣지 못했던 짓을 하는데 내가 ‘워터보딩(waterboarding·물 고문의 일종)’에 강하게 끌리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불에는 불’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터보딩은 얼굴에 천을 씌우고 천천히 물을 부어 호흡을 힘들게 하는 고문이다.

그는 “IS는 포로를 참수하고 이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는데 미국은 어떤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경계 안에서 모든 것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기관 최고위 인사로부터 고문이 효과적이라고 들었다”며 “고문이 절대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 부활’ 발언은 당장 행정부 내에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는 워터보딩 부활과 무슬림 입국 제한 등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고문에 대한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답했다.

CIA는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 수사에 워터보딩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 직후 행정명령으로 고문을 금지했으며, 2015년에는 법으로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주 중 시리아 난민 수용을 무기한 중단하고 테러 심사 강화를 위해 120일간 난민 수용을 일시 중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란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무슬림이 다수인 7개국 국민의 비자 발급을 최소 30일간 중단할 계획이다.

중단 기간에는 미국의 ‘국익’에 해당할 때만 사안별로 심사해 난민을 예외적으로 받아들일 방침이다. 연간 난민 수용 인원도 5만명 선으로 줄인다는 구상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계연도당 11만명을 수용 최대 인원으로 정해뒀다. 작년 회계연도에 미국에 들어온 난민은 8만4995명이며 이 중 시리아 난민은 1만1587명이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