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 권한을 강화하고 배당을 늘릴 예정이지만 신사업 진출 계획은 거의 내놓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저성장 기조 본격화로 성장세가 주춤해지자 배당 등으로 주주를 달래겠다는 뜻이란 풀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1일 주주총회를 여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10대 그룹 주력 계열사 50곳을 조사한 결과 올 주총에서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곳은 LG화학 롯데케미칼 포스코 현대제철 등 네 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부팜한농 인수에 따라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LG화학과 사외 문화센터 운영을 위해 교육사업을 추가하는 현대제철을 빼면 두 곳만 신규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비해 주주중시 정책을 명시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하거나 배당을 늘리겠다고 밝힌 곳은 20곳이 넘는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와 분리해 사외이사가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분기배당제도를 도입한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 합병 때 약속한 주주 권한 강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는 배당액을 높인다. 포스코도 분기배당제도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며 SK(주)는 거버넌스위원회를 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업들이 저성장 기조 속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하다 보니 신사업 진출 계획이 거의 없다”며 “기업 성장세가 주춤해지면 일자리 창출 등에서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