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7일(현지시간) 희대의 금융 사기꾼 버나드 메이도프의 피라미드식 금융사기(폰지)를 방조한 책임으로 26억 달러(약 2조8천억원)의 배상금을 물어내는 데 합의했다.

미국 뉴욕주 프리트 바라라 연방검사는 "JP모건이 메이도프의 수상한 거래를 감독당국에 알리지 않으며 은행비밀법(bank secrecy act)을 위반했고, 적절한 돈세탁 방지제도를 유지하는 데도 실패했음을 인정했다"며 이같은 합의 내역을 밝혔다.

JP모건이 물어낼 26억 달러 중 17억 달러는 은행비밀법을 어긴 형사상 책임에 따른 것이다.

이는 은행비밀법에 따라 부과된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이다.

사기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금액도 5억 달러 가량이다.

메이도프는 약 20년 동안 JP모건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하며 사기행각을 벌여왔다.

그러나 JP모건은 일부 직원의 의심스럽다는 보고를 묵살하며 메이도프의 사기를 감독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당국은 밝혔다.

메이도프는 1960년 증권사 버나드 메이도프 LLC를 설립했다.

그는 그러나 수십 년간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배당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를 벌이다 2008년 꼬리가 잡혔다.

당시 장부상 650억 달러로 기록된 회사의 자산은 실제로 고작 3억 달러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피해로 돌아갔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다단계 사기였다.

올해 75세인 메이도프는 15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JP모건의 배상금 합의가 앞으로 다른 은행 역시 고객의 부정행위와 관련해 은행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투자은행 KBW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금융사기 사건 배상금을 제외하고 금리와 환율 조작으로 인해 세계적인 대형 투자은행들이 부담해야 할 민사 합의금이 1천억 달러(약 10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내 6개 대형 투자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작년 중반까지 각종 소송에 대비해 1천30억 달러 규모의 소송 준비금을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서울연합뉴스) 이강원 특파원 방현덕 기자 gija007@yna.co.kr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