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승리 선언 vs 공화당, 추가협상 과정 대공세 예고

전 세계가 주목했던 미국 재정절벽 문제가 위기일발 상황에서 가까스로 파국을 면했다.

세금폭탄 우려도 잦아들 전망이다.

미 하원은 1일(현지시간) 밤 11시께 상원에서 넘겨받은 재정절벽 합의안을 찬성 257대 167로 승인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즉시 서명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공화당의 반발에도 불구, 벼랑 끝 상황에서 타협을 이끌어 낸데 대해 '승리'라고 평가한 반면, 공화당은 "파국을 막으려고 일시 동의해 주었을 뿐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며 향후 협상 과정에서의 대공세를 예고했다.

하원이 이날 통과시킨 상원 합의안은 연소득 45만달러 이상 가구(개인 소득은 40만달러 이상)의 소득세율을 현행 최고 35%에서 39.6%로 올리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간 마찰을 불러온 이른바 '부자증세안'이다.

또한 부유층의 재산소득 및 배당세율도 15%에서 20%로 상향조정됐고, 일정 액수 이상의 상속재산 세율도 35%에서 45%로 올리기로 했다.

아울러 장기 실업수당 지급 시한을 1년 연장하는 한편 연방정부 재정지출 자동 삭감(시퀘스터:sequester) 발동 시기를 오는 3월1일까지 2개월 더 늦추었다.

모든 계층에게 세금을 부여해 조세 수입의 안정을 도모한 대체최저한도세(AMT)도 유예돼 중산층의 세금 부담은 덜해졌다.

이밖에 부양자녀 세액공제(CTC), 근로장려 세액공제(EITC), 교육비 공제(TTC) 등의 세제 혜택도 5년간 연장된다.

그러나 이번 '매코널-바이든 합의안'은 그야말로 파국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결코 재정절벽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상·하원이 재정절벽 합의안을 차례로 승인하면서 재정절벽을 최소 2개월, 즉 오는 3월1일까지 잠시 미루게 됐을 뿐이다.

◇ 재정절벽 추가협상 난항 예고 = 민주당과 공화당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당장 3월 초부터 미 정부의 재정지출을 향후 10년간 1조2천억달러 자동 삭감하는 '시퀘스터'가 발동된다.

재정지출 자동 삭감이 이뤄지면 연방정부 기관과 각종 프로그램 예산은 8~10%가 준다.

국방·복지 등의 예산이 연간 1천90억달러가 증발하는 것이다.

하원이 이날 상원 타협안인 '매코널-바이든 합의안'을 가결하긴 했지만 연방정부 재정지출 삭감에 대한 내용이 빠져 불만이 컸음을 감안할때 재정절벽 추가 협상은 결코 순탄치 않을게 분명하다.

아닌게아니라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표결 직전까지도 상원 합의안이 부자증세는 허용하면서 재정지출 삭감에 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며 표결을 거부하는 등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다.

한때 일부 공화당 의원은 3천300억달러 규모의 재정지출 삭감안을 포함한 수정안을 상원으로 되돌려 보내자고 주장했지만 상원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 결국 수정안을 포기하고 원안을 그대로 놓고 표결했던 것이다.

◇ 채무 한도 조정문제 두통거리 = 부채 상한선은 오바마 정부에서 정치적 핵심 이슈로 부상했던 사안이다.

2010년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문제 삼고 나서면서 미국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렸다.

공화당은 부채 상한선을 높이는 조건으로 민주당 및 백악관에 재정 건전화 방안을 요구했다.

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이날 연방정부 채무가 의회가 정해놓은 한도액인 16조3천940억달러(약 1경7천470조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2011년 8월 국가부채 한도에 합의, 올해부터 10년간 1조2천억달러의 재정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재무부는 특단의 조치로 2천억 달러의 여유자금을 동원하겠다고 했지만, 이 자금은 2개월이면 바닥날 전망이다.

미 의회가 채무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오는 2월 말이나 3월 초 미국은 지난해처럼 다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현지 전문가들은 미국이 디폴트로 갈 가능성을 20%, 5분의 1 확률로 보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추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무부는 국채 조달을 할 수 없게 되고, 행정부 폐쇄 사태로 내몰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공화당이 이를 무기로 앞으로 백악관과 민주당을 압박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발 재정절벽 충격이 현실화되면 미국은 물론 중국과 유럽, 신흥국 등 글로벌 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이 가해질 것은 불문가지다.

◇ 급여 생활자들의 세금 인상 부담 커 = 급여 생활자들의 세금 인상 문제도 정치권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과 공화당이 이번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2011년 경기부양을 위해 한시적으로 낮췄던 소셜시큐리티(Social Security:국민연금) 원천징수세금(Payroll Tax)을 전혀 손대지 않아 올해부터 평균 2%P가 인상, 월급여의 6.2%씩 다시 공제하게 됐다.

이에 따라 연간 5만달러를 버는 급여 생활자는 지난해보다 올해 1천달러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10만 달러를 버는 사람은 2천달러를 더 부담하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원천징수세율과 함께 고소득층 세율까지 한꺼번에 인상함으로써 올해가 수십 년 만에 가장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해"라고 지적했다.

◇ 오바마, 집권2기 조각 경제팀 구성 급선무 =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가급적 이른 시일내 새 재무장관을 포함한 차기경제팀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

국가 채무한도 증액이나 예산안 자동 삭감 문제 등 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의회와의 합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 회생과 국가부채 감축 등 두 난제를 해결해야 할 신임 재무장관에는 제이콥 류 현 백악관 비서실장,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어스킨 보울스가 거명된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 라엘 브레이너드 재무부 차관, 로저 올트먼 전 재무부 차관, 진 스펄링 국가경제회의(NEC) 의장, 크리스티나 로머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교수도 하마평에 올라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최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를 공개적으로 추천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