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전문경영인 체제…개별기업 중심 '각개약진' 운영

SK그룹의 대주주이자 경영권자인 최태원 회장이 18일 그룹을 대표하는 권한을 모두 내놓는 결단을 했다.

최 회장의 자리는 전문 경영인인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이 맡는다.

최 회장은 '그룹과 관계사의 성장에만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대주주 경영인이 회장직을 맡아 그룹을 책임지는 국내 대기업 환경을 고려하면 SK의 이 같은 '실험적인'인 경영체제는 단순히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넘어선 새도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 재계 일각의 해석이다.

SK는 지난 1998년 2대 최종현 회장의 타계로 당시 그룹의 전문경영인이던 손길승 경영기획실장이 3대 회장으로 추대된 바 있다.

SK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번이 두번째다.

당시는 최태원 회장의 나이가 어렸던 특수 상황이 있었으나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SK가 앞으로 추진할 새로운 경영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의 가장 큰 전제는 '성장'이다.

그룹 단위의 활동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개별 회사들이 '각개 약진'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각 위원회가 중심이 되는 이번 체제는 그룹 중심의 운영 구조를 이번에 개별 기업 중심의 운영체제로 바꾼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가 그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전문경영인에 맡긴 것이다.

SK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함께 그룹 단위의 운영을 하게 될 5개의 위원회 위원장도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계획이다.

2004년부터 그룹을 이끌어온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모두 넘겨주고 전문경영인이자 전략적 대주주로 '전장의 장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임직원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근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국내 관계사의 일에 대해 신경을 안 쓰게 되는 많은 시간을 글로벌 성장에 주력할 수 있게 되고, 그런 방향으로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대기업의 관행에서 보면 실험적인 선언으로 여겨진다.

재계는 SK의 이러한 시도가 외국과 달리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없는 국내 대기업 환경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글로벌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묘안이 될지 주목한다.

물론 '경제민주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조치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렇게 깎아내리기에는 SK 변화의 폭이 너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SK의 새로운 리더가 된 김창근 부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