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마잉주 정치위기 '물타기 의혹' 제기

뇌물수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이 국가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대만 최고법원검찰서 산하 특별수사본부는 전날 천 전 총통을 국가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중국시보 등 현지 언론들이 22일 전했다.

천 전 총통은 지난 2008년 퇴임 직전 비서진 등을 시켜 1만7천여 건의 정부 문서를 개인 사무실 등으로 옮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문서 중에서는 3천400여 건의 국가기밀 자료가 포함됐다.

특히 천 전 총통과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롄잔(連戰) 국민당 명예주석,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 등과 관련된 문서들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후임인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타이베이 시장 시절 정치헌금과 특별비 지출 내역 등과 관련된 문서도 천 전 총통이 보관하고 있었다고 특별수사본부는 밝혔다.

당국은 천 전 총통 퇴임 뒤 뇌물수수 혐의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서류들을 확보했다.

천 전 총통 측은 회고록 작성을 위한 자료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추가 기소된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기존 형기에 더해 2년 6개월을 더 복역하게 된다.

현지 법에 따르면 기존 혐의와 추가된 혐의를 병합할 경우 최고 20년 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언론이 전했다.

민진당 등 야권은 마 총통이 지지율 급락 등 정치적 위기 속에 집권 2기 취임식을 한 직후 이 같은 수사결과가 발표된 것과 관련해 정치적 음모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성무 특파원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