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배우고 젊고 진보성향 일수록  '자본주의 신뢰도' 낮아
우리 국민은 자본주의 경제를 비교적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제 현실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열심히 일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으며 성공하려면 운과 ‘빽’이 있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시장경제 인식에 이어 자본주의에서도 현실과 인식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사회주의보다 낫지만

많이 배우고 젊고 진보성향 일수록  '자본주의 신뢰도' 낮아
이번 조사 결과 나타난 우리 국민의 ‘자본주의 신뢰도’는 7점 만점에 평균 4.27점이었다. 이 수치가 4점 이상이면 국민이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뜻이고 4점 미만이면 반대다. 중간값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예상보다 점수가 높지 않다는 게 조사를 맡은 연구원들의 반응이다.

이용수 KDI 정책여론조사팀장은 “7점 척도에선 1점이나 7점 같은 극단적인 점수를 주는 응답자는 드물다”며 “보통 또는 중립에 해당하는 4점 근처에 점수가 몰리는 특성이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신뢰도는 이론적, 원론적 측면에서 특히 높았다. 우리 국민은 자유시장경제에서는 다른 경제보다 경제 성장이 높고(4.99점) 소득 불평등이 작을 것(4.32점)으로 생각했다.

자유시장경제가 경제 성장은 물론 소득 분배 측면에서도 사회주의나 정부 주도형 경제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있다는 의미다.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높기는 하지만 ‘현실 경제’에 대해서는 불만이 팽배했다.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3.83점)고 생각하는 국민은 적었다. 대신 ‘성공하려면 운과 좋은 배경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이 같은 부정적 생각이 뚜렷했다. 또 자본주의는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체제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그렇지 않은 국민보다 많았다.

◆나이 들수록 자본주의 신뢰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뚜렷했다. 60대 이상의 자본주의 신뢰도가 4.41로 가장 높았고 이어 50대(4.35) 40대(4.3) 30대(4.19) 20대(4.08) 순이었다. 60대 이상의 경우 젊은 시절 1970~1980년대 고도성장기를 경험하면서 성장의 과실을 누린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나머지 연령층은 높은 청년 실업률과 저성장-고물가, 가계부채 등으로 체감경기가 나빠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보수 진보 중도 모두 자본주의 신뢰도가 보통(4)을 넘었다. 1990년대 사회주의 몰락 이후 현실적으로 자본주의를 대신할 수 있는 체제가 사라진 덕분이다. 특히 중도성향 계층에서 자본주의 신뢰도가 4.33으로 가장 높았다. 또 보수(4.31)는 진보(4.13)보다 자본주의를 신뢰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소득 수준별로는 고소득층이 대체로 자본주의를 더 신뢰했다. 월소득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4.33)이 다른 어떤 소득계층보다도 자본주의에 긍정적이었다. 교육 수준별로는 초등학교 졸업자의 자본주의 신뢰도가 4.34로 최고였고 대졸자나 대학 재학생은 4.23으로 최저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 자본주의 신뢰도

자본주의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보는지 나타내는 지표. 설문에서는 △자유시장경제에서는 다른 경제체제보다 경제 성장이 높고 △소득 불평등이 작고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지며 △자본주의는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체제라는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지를 통해 신뢰도를 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