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누가 쏠 거야?" 회장님 말씀에 여기저기서 "저요,저요,저요!"를 외친다.

'뭐야? 술을 사겠다는 거야,밥이야?' 아니다. 시속 60~90㎞로 공중을 비행하는 흙으로 만든 접시 모양의 목표물 피전을 총으로 쏘아 맞히는 스포츠,바로 클레이 사격을 말하는 것이다.

요즘은 직장마다 여러 종목의 동호회가 활성화돼 있지만 사격 동호회는 아마 생소할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여자 직원들은 사격 장면을 평생 TV나 영화,박물관 등에서 보는 것이 고작일 것이며,남자 직원들도 군 복무 등 특수한 환경에서의 사격 경험이 있을 뿐이다.

보통 총이라면 전쟁이나 사고가 떠올라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DGB(대구은행) 사격동호회에서는 즐거운 스포츠일 뿐이라고 이근규 동호회장은 말한다.

우리 동호회는 은행의 '여자 사격팀' 창단을 계기로 서포터스로 활동하기 위해 2004년 창립해 대구의 옛 봉무동 사격장에서 첫 출전행사를 가졌다. 총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긴장감 등으로 정말 정신 없는 행사였지만,감독님의 지시에 따라 나름대로 자세를 잡고 보니 과녁을 주시하는 눈매에서 제법 선수 같은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초창기 10여명이던 여성 회원이 이제 전체 회원 60여명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을 뿐만 아니라 실력면에서도 현역 사격선수에 버금갈 정도로 향상됐다. 연말 자체 사격대회가 있을 때면 남자 회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지난해 말에 있었던 자체 사격대회에서 클레이 부문에서 권용걸 과장이 25발 중 23발을 맞혀 우승했고,권총에선 장은선 계장이 97점(10발 기준)으로 당당히 1등을 하는 등 회원들의 실력도 많이 발전했다.

돌이켜 보면 봉무동 사격장 폐쇄 이후 경북 문경과 경주 사격장 등으로 원정을 다니면서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곤함도 있었지만 이동하는 동안 이어지는 이야기 보따리에 동호회원 간의 정은 더욱 깊어졌다. 지금은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대구 사격장(북구 금호동)이 완공돼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 동호회는 매월 정기 사격연습을 하며 봄 · 가을 두 차례 서바이벌 게임,연말에 사격대회를 통해 실력 향상과 친목을 도모한다.

지난 봄에 열린 서바이벌 게임에서 미혼 직원들의 러브라인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에는 1박2일로 회원과 가족이 함께 경북 영덕의 고래불해수욕장에서 열린 여름 MT에 참여해 화합을 다졌다.

'총'이란 무섭고 위험한 것이지만 스포츠로서의 매력은 그 어느 것에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정신을 집중해 과녁을 조준하다 보면 집중력이 좋아져 업무 능률도 높아진다. 최미연 총무는 "피전이 공중에서 자신의 총탄에 맞아 파괴되는 순간의 희열은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업무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라고 자랑한다.

박영진 과장 · 전 동호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