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국제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던 인플레이션 공포감이 완화되고 있다고 아시아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은 폭등 이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또다른 세계 경제의 위협 요인인 미국발 신용경색은 원자재값 상승과 직결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불안 요인도 여전하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1.1% 하락한 배럴당 113.77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의 연중 최고치에 비해 22% 낮은 가격이다.

한때 t당 1천100달러까지 치솟으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긴장시켰던 쌀 가격은 현재 t당 600∼700달러에서 거래되고 있고, 지난 3월 t당 4천300링깃(약 134만원)을 기록했던 팜유(油) 가격 역시 이제는 2천500링깃 안팎에 머물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적어도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제가 위축되면서 물가만 상승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만큼 각국의 경제 정책 당국자들이 한숨 돌릴 여유를 갖게 됐다고 풀이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일부 국가의 폭동까지도 야기했던 만큼 상품 가격이 안정되면 각국의 물가상승 압력 감소는 물론 보조금 지원 부담이 감소함으로써 전반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중국이 최근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시중은행의 신규 여신 한도를 상향조정한 점이나 태국 재무부가 오는 10월부터 물가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이런 전문가들의 예상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불안 요인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자재 가격이 수요 증가 탓에 오른 이상 언제든 다시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며 현재의 원자재 가격 수준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식량지원 사업에 필요한 비용이 60억달러로 예년의 30억달러에 비해 10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자재 가격이 내려간다고 해서 미국 등 선진국을 압박하고 있는 신용경색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 베트남과 싱가포르 같은 몇몇 국가에서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섣불리 낙관론을 펼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