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주식시장에서는 한동안 급등세를 보이던 주가가 최근 미국시장 약세의 영향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자 지난달 말 글로벌 시장 폭락세를 이끌었던 3대 악재들이 다시 주식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번 폭락세 당시 불거졌던 중국 긴축과 엔화강세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자금 청산 우려, 미국 경기둔화 우려 등 3대 악재가 `해소'된 것이 아니라 `잠복' 상태였던 만큼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 악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는 상당히 약해졌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날 개장 후 오전내내 등락을 거듭하던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전날보다 11.21포인트(0.78%) 오른 1,450.95로 마감돼 악재의 망령을 털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 악재들의 부활(?) = 대신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3월 미 소비자신뢰지수가 5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하고 미국 10대 도시 주택가격을 나타내는 지수인 S&P/CS 1월 수치도 작년 동기대비 0.7% 하락하는 등 저조한 미 경제지표들의 이면에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실제로 소비경기둔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연구원은 또 "중국 당국이 추가 경기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으로 중국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연출하고 있으며 전날 엔화강세 현상에서 나타났듯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아직까지 유동성 측면에서 잠재위험으로 상존해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 주택시장 문제를 거론한 데다 중국시장이 전날 급등락을 보이고 국제통화기금(IMF)이 달러화의 가치가 더 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투자자들에게 3대 악재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강도는 약해졌지만 시장불안 때마다 나타날 수 있다" = 오 파트장은 그러나 "이 악재들이 시장에 지난달 말과 같은 충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들은 펀더멘털과 관련된 악재들인 만큼 최소한 상반기 중 지속적으로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조금씩 모습을 바꿔가면서 부각될 수 있는 변수들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시장도 갈수록 이들 악재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면 악재가 악재로서 작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곽 연구원은 "미국기업들의 실적 사이클이 본격적인 둔화에 접어든데다 이들 악재까지 겹쳐 있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의 상승 모멘텀은 분명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분석부장은 "이들 악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시장상황에 따라 불거졌다가 잠복하는 과정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들 악재가 통제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악의 국면을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시장을 박스권 내에 가둬두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