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이 주총에 상정된 의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간접투자 확산으로 `큰 손' 주주가 된 운용사들이 본격적으로 주주 이익을 대변하기 시작한 것으로 올해는 `거수기'라는 과거 오명을 벗을지 주목된다. ◆ 운용사 주총 반대 의견 개진 =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신운용은 오는 28일 열리는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총회 의안으로 상정된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한국운용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2.46%(98만5천979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운용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총에 상정된 5개 의안 가운데 이사 보수 한도 인상에 제동을 건 것은 뚜렷한 이유 없는 이사 보수 인상이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주총에 지난해 60억원이었던 이사 보수한도를 90억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이사 수가 7명(사외이사 2명)으로 변동이 없어 보수 한도 인상 이유가 없며, 지난해의 경우도 실제 보수 집행 규모는 60억원인 한도에 크게 못미쳤다는 게 한국운용의 지적이다. 한국운용 김상백 주식운용본부장은 "이사수 변동이 없는 가운데 뚜렷한 이유 없이 보수 한도를 대폭 올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해 반대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해에도 삼성엔지니어링은 보수 한도를 소진하지 못했다"며 "주총장에서도 보수한도 인상에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이고배당주식', `세이고배당밸런스드60주식혼합형'펀드를 통해 성신양회 주식 61만5천630주(3.216%)를 보유한 세이에셋자산운용도 주총 안건 중 사외이사 연임 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오는 24일 열리는 성신양회 주총에 상정된 사외이사 후보는 김재실 경남기업 사장으로 지난해 1월 이후 열린 27차례 이사회에 7차례 밖에 출석하지 않아, 출석률이 25.9%에 불과하다는 것이 세이에셋의 반대 사유다. 세이에셋운용 관계자는 "이사회의 독립성 등을 감독해야 할 사외이사의 출석률이 낮다는 것은 제 기능을 못했다는 것이라고 판단해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 `반대' 확산될까? = 이런 가운데 운용사들은 앞으로도 주주이익에 배치되는 주총 의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향후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한국운용 김 본부장은 "올해 총 130개 투자대상 기업에 질의서를 보내 30여개 기업으로부터 답변서를 받았다"며 "앞으로도 반대해야 할 일에는 목소리를 분명히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에셋 관계자도 "비록 소극적인 반대 의견 개진이지만, 주주인 펀드 가입자의 이익에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