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시아지역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ㆍ중이 극단적 무력대결에 돌입했을 때 과연 승부는 어떻게 날까. 이런 의문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4개국 순방 이후 워싱턴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핵심 화제들 가운데 하나로 부각하고 있다. 특히 이달초 일본의 극우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가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발언한 게 도화선이 됐다. 이시하라 지사는 지난 3일 국제전략연구소(CSIS) 강연에서 "미.중간 긴장이 고조돼 서로의 방아쇠가 당겨져 전쟁이 확대되면 될수록 생명존중의 가치에 집착하는 시민사회를 가진 미국이 중국을 이길 수 없다"고 단정했다. 그는 또 "전쟁은 생명의 소멸전인데 생명의 가치관이 전혀 없는 중국은 쉽게 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반면 미국은 사상자가 2천명 정도만 돼도 곧바로 철수압박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들은 미국과 소련이 대립한 냉전구조 보다 훨씬 위험한 긴장 속에 놓여있다"며 "따라서 중국에 대해 강구해야 할 수단은 경제적 봉쇄이며, 미국은 이를 위해 인도 및 러시아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시하라는 아울러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 등 미 고위관리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자유 선거를 통해 안정된 민주주의 국가로 변모할 것 같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에서 발행되는 정치.안보전문 온라인매체 인사이트는 23일 이사하라의 발언을 상세히 소개하며 미.중간 '대결론'을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과 일본, 호주,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의 미 우방들조차 미.중간 재래식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이 중국을 쉽게 이길 수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는 점"이라고 인사이트는 지적했다. 인사이트를 비롯한 미 언론들은 특히 한국 등 아시아 우방들의 이런 평가가 부시 대통령이 최근 아시아를 방문, 전통적 맹방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펼친 이후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많은 아시아지역 관리들이 이 같은 의견을 사견의 형태로 스스럼없이 표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미 관리들은 이시하라의 발언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우방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미군의 역량에 대한 광범위한 회의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시인했다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또 첨단 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로 싸우는 이라크전에서 미군이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가령 우리가 이라크 서부 안바르를 장악하지 못하면 아시아 우방들에게 전달될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말하자면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아시아 지역 주요 우방들이 미국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자체 군비 확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부시 행정부는 지금까지 일본에서의 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에 일본의 자체 전력 확대에 강한 반대 의사를 피력해 왔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