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에서 이뤄진이스라엘과 시리아ㆍ이란 정상간 만남이 역내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모셰 카차브 이스라엘 대통령은 8일 교황의 장례식장에서 이스라엘과 역사적 앙숙인 이란, 시리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교환했다고 이스라엘 방송들이 전했다. 공영 라디오는 카차브 대통령이 자신의 뒷자리에 앉았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두 차례나 악수를 교환했으며,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과도 악수한 뒤 이란어로 잠시 대화까지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방송들에 따르면 카차브 대통령은 하타미 대통령과 같은 고향인 이란의 야즈드 출신으로 하타미 대통령과 고향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두 지도자는 아랍어 인사인 "쌀람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을 주고 받았다. 중동의 역사적 숙적인 이스라엘과 이란ㆍ시리아 지도자들의 짧은 조우는 역내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우선 시리아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공식적으로 이스라엘과 전쟁 상태에있는 나라다. 양국은 2000년 협상을 마지막으로 평화 논의를 중단한 채 외교전과 심리전을 계속하고 있다. 시리아는 1967년 이스라엘에 빼앗긴 골란고원을 되찾기 위해 수차례 평화회담을제의했지만 이스라엘 지도부는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시리아에 대해 레바논에서 완전 철군하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한 이란을 역내에서 가장 위험한 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개발을 싸고 양국은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맞서 무력 항쟁을 벌이고 있는 레바논의 시아파 게릴라 단체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다. 카차브 대통령은 시리아ㆍ이란 정상과의 조우에 국내 언론이 큰 관심을 쏟자 정치적 의미가 없는 단순한 인사치레라고 해명했다. 카차브 대통령은 이스라엘 채널 10 TV 회견에서 아사드 대통령이 먼저 악수를건네와 받아준 것일 뿐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시리아 국영 TV는 아사드 대통령과 카차브 대통령이 악수를 나눴다는 외국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나 역내 언론은 역사적으로 줄곧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국가들의 정상이 비록 의례적이라고 하더라도 악수하는 모습에 놀라움과 기대를 동시에 표시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 아비 파즈너도 이스라엘과 이란ㆍ시리아 정상의 조우와관련, "중요하고 인간적인 제스처이며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