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25일 벌어진 독일사상 첫 여야 총리 후보간 TV 토론에서 야당 후보인 에드문트 슈토이버 바이에른 주총리에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선거를 4주일 앞둔 이날 오후 8시 30분(한국시각 26일 오전 3시 30분)부터 1시간 15분 동안 벌어진 토론에서 두 후보는 중요한 정치, 경제, 사회적 주제마다 서로다른 견해를 분명히 드러내며 상대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TV 토론 직후 각 방송사가전문 여론조사기관들에 의뢰해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시청자들은 대부분 슈뢰더총리에 높은 점수를 줬으나 슈토이버 후보도 예상 밖으로 선전한 것으로 평가했다고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전했다. 민영 RTL과 SAT1 두 TV 방송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의 첫 쟁점인 홍수피해 대책과 관련해 슈토이버 후보는 "정부가 홍수 구호 재원 마련을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인하계획을 1년 늦춘 것은 경기 활성화를 저해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슈뢰더 총리는 "중앙은행이 분데스방크의 이익금을 수재민 구호에 쓰자는 야당의 주장은 미래세대에 책임을 전가하고 독일을 채무국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슈토이버 후보가 "독일 경제는 재난적 상황에 있으며 이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때문"이라고 공격하자 슈뢰더 총리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주된 이유"라면서 슈토이버 후보가 주총리로 있는 바이에른주의 기업 도산률이 평균보다 높다고 역공했다.슈뢰더 총리가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차 강조한데 대해 슈토이버 후보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서 독일이 국제적인이라크 제재 조치에 동참하는 것이 의무라고 주장했다. 슈뢰더 총리가 국적법 개정 등 적녹연정의 새 이민정책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하자 슈토이버 후보는 오히려 이민 유입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반박했다. 두 후보는 이밖에 사안들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며 사사건건 대립했다. 이밖에 두 후보는 국민 지지도에서 양측이 모두 과반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점에서 총선 후 진보와 보수가 모두 함께 참여하는 이른바 `대연정' 구성하는 방안을 모두 거부했다. 슈뢰더 총리는 옛 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과 제휴할 가능성도배제했다. 한편 토론 직후 실시된 RTL방송의 여론조사에서 어느 후보의 발언에 더 공감하느냐는 설문에 57%가 슈뢰더, 35%가 슈토이버라고 답했다. 또 전문지식(슈뢰더 48%: 슈토이버 1%)과 신뢰감(51% : 39%) 평가에서도 슈뢰더가 앞섰다. 제1 공영TV ARD의 조사에서도 슈뢰더 후보(43%)가 슈토이버 후보(33%)에 비해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제2공영 TV ZDF를 통해 발표된 선거 여론 조사기관인 `발렌'의 설문 결과는 슈토이버 후보(37%)가 슈뢰더 후보(35%)를 누른 것으로 나왔다. 이날 토론에 앞서 양측 참모진은 ▲한 주제당 7분간 토론하되 ▲두 방송사 앵커가 번갈아 질문하며 ▲후보당 답변은 90초 이내 ▲주제 당 추가 질문 2회 ▲추가 질문에 대한 답변은 후보당 60초 이내 등 구체적 진행 요령에 합의했다. 슈뢰더 총리와 슈토이버 후보 간의 다음 TV 토론은 오는 9월 8일 공영 TV 채널인 ARD와 ZDF 주최로 열린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