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회 아카데미영화상(오스카) 시상식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우수작품상 후보작을 낸 영화사들이 경쟁작에대해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는 등 마치 정치적 선거와 같은 혼탁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16일 미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오스카 최고 영예인 최우수작품상 후보작들을놓고 영화사들이 전화와 전자메일로 오락 매체들에 대해 경쟁작의 문제점을 흘리거나 지적하도록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혼탁 양상은 리처드 닉슨 전대통령의 `더러운 술수'(워터게이트사건)나 조지 부시 전대통령 선거참모들이 1988년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후보를 겨냥한 비방술책을 연상케 하고 있다. 비방전은 이미 골든 글로브 등을 석권하면서 올해 오스카 최우수작품상 수상이 유력시되고 있는 유니버설 픽처스의 `아름다운 마음'(8개부문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작 영화사들의 연합적 공격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해당 영화사들은 사주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아름다운 마음'의 외국판권 소유사인 드림 웍스의 테리 프레스 마케팅책임자는 "더이상 조용한 캠페인은 없다. 더욱 시끄러운 캠페인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영화사간의 비방전은 인터넷과 일부 주류 언론이 `아름다운 마음'의 실제 주인공인 1994년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 존 내시(73)의 과거사, 즉 반유대주의자이며동성애자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인터넷 신문인 드러지 리포트와 뉴욕 포스트 등은 지난달 말 내시가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1967년에 쓴 편지 구절을 인용, 그를 `반유대주의자'로 몰았고 다른 타블로이판 대중지들은 내시가 동성애자이며 간통 의혹도 있다고 폭로했다. 일부 언론과 영화사들은 영화 `아름다운 마음'이 원작과는 달리 이런 점을 고의적으로 누락한 채 내시의 아름다운 점만을 부각시켰기 때문에 수상자격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아름다운 마음'을 각색한 내시 전기의 저자 실비아 나사르는 "내시가 유대인이나 이스라엘로부터 위협받은 적이 없다"면서 "그가 청년시절 가장 존경했던수학학자도 모두 반유대주의 희생자였고 최근에는 델아비브대의 아리엘 루빈스타인교수가 그의 가장 유명한 지지자"라고 말해 내시의 반유대주의설을 일축했다. 나사르는 또 "20대에 동성에 대해 감정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나 결코 남자와 관계를 가진 적이 없고 부인 앨리샤 라데와 결혼하기전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청산했으며 1963년 라데와 이혼했지만 작년 6월 재결합할 때까지 38년간 함께 살았다" 고밝혔다. 유니버설 홍보책임자인 테리 커틴은 "누구든지 공격을 받으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아름다운 마음' 감독자 론 하워드는"노벨상 교수의 명성이 불공정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적극 방어에 나섰다. 내시는 17일 CBS 방송의 시사대담프로 `60분'에 출연, 동성애와 반유대주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을 직접 밝힌다. 오스카 회원 약 6천명은 19일 후보작에 대한 투표를 완료하며 결과는 24일 발표된다.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작품은 또한번 돈방석에 앉을 수 있기 때문에 영화사들의수상 경쟁은 치열하다. 지난 99년 `허리케인'으로 오스카를 노렸다가 고배를 마신 유니버설은 주요 일간지 가정판 속에 `아름다운 마음' 컬러 홍보물을 수시로 끼어놓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편 영화산업 여권신장 옹호단체인 `게릴라 소녀들'은 최근 오스카 시상식 개최장소(코닥극장) 인근인 로스앤젤레스 하이랜드가와 멜로즈가 사이의 한 옥외광고탑에 오스카 제도를 비난하는 대형 게시판을 내걸었다. 4천500달러에 광고탑을 임대한 이 단체는 게시판에서 최우수감독상이 여자에게한번도 수상된 적이 없고 각본상의 94%는 남자에게 돌아갔으며 연기상의 3%만이 유색인종에게 수여됐다며 근본적인 오스카 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