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민간기업.단체들이 잇따라 최소한 수년만에 최악의 경제지표를 발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확실한 승전보가 들리지 않고 있는 대(對) 아프가니스탄 전쟁, 확산되고 있는 탄저병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음에도 주가가 오히려 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10월중 실업률은 전달의 4.9%보다 0.5% 포인트나 높은 5.4%를 기록, 월별 실업률 증가치로는 21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없어진 일자리는 41만5천개로 지난 80년5월 이래 최고치였다. 미국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4%를 기록했다. 물론 이코노미스트들이 전망했던 마이너스 1% 보다는 좋은 것이지만 여전히 8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은 처음 있는 일이며 낙폭도 10년만에 가장 큰 것이다.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가 매월 공개하는 제조업활동지수는 90년대초 침체기 이래 가장 낮은 39.8을 기록했으며 민간 경제조사기업인 컨퍼런스보드의 10월중 소비자신뢰지수는 7년반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어느 하나라도 밝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뉴욕증시에서는 1일에는 나스닥종합지수가 3.32%,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08%,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가 2.28%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며 2일에도 5.4%의 실업률 발표에도 약보합세를 보인 나스닥지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주요지수들이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번주들어 나스닥지수는 1.4%, 다우지수는 2.3% 밀렸지만 최근 수주간의 추세를 보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 월가에서 조차 헷갈려하고 있다. 다만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석가들이 일관되게 내세우고 있는 주가상승의 배경은 투자자들이 최근의 부정적인 경제지표를 이미 '과거지사'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같은 악재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더욱 적극적으로 주가상승의 배경을 해석하고 있는 분석가들은 최근의 주가상승은 경기회복의 시기가 가까워 오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판단이 맞다면 주가는 이제 바닥을 치고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나타낸다. 지금까지 가장 오랜 기간 상승장세가 지속된 90년대 초반의 증시호황은 미국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기 5개월 전에 시작됐다. 미국 증시역사를 보면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 상승국면으로 접어들기 평균 5~6개월 전부터 주가의 상승이 시작됐다. 최근의 주가상승세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과거 패턴이 반복된다면 미국의 경기는 내년 상반기부터 회복될 가능성이 있고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그것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이 항상 올바른 신호를 전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는 실업률은 더욱 높아져 소비의 위축, 기업수익의 저하, 투자의 위축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테러응징전쟁의 성과는 불투명하며 세계적으로 반전분위기는 커가면 커갔지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탄저병 테러의 진행과정도 심상치가 않다. 최근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무이자할부판매를 하면서 자동차판매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는 기업의 비용부담을 늘려 수익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아직 주가가 앞으로도 최근처럼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판단하는데는 조심스러운 점이 있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는 내년에 S&P 500 지수가 800선까지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어 향후 뉴욕증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