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기자의 '책마을 편지'] 사람을 변화시킨 '가시고기'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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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점엘 들렀습니다.
소설 코너에서 사람들이 어떤 책을 고르는지 한참 구경했습니다.
역시 최고 인기는 조창인의 "가시고기"(밝은세상)더군요.
연초에 나온 이 소설은 상반기 대형서점 집계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금까지 5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저도 한 권 샀죠.
내용은 알지만 우리시대의 수많은 가시고기들 틈에 섞여 그 강물의 흐름을 함께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판권을 확인하니 벌써 55쇄나 됐군요.
계산대에서 물었죠.
"왜 이렇게 인기인가요?"
대답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너무 슬프잖아요"
책을 받고 돌아서다가 반팔 와이셔츠 차림의 중년 남자분을 만났는데 그분은 두 권을 사더군요.
"아들녀석 방학 때 한 권 읽히고 저도 아내와 함께 읽을까 해서요"
20대 여성 판매원과 중년 남성 독자의 반응이 이 작품의 내재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아낌없는 사랑과 눈물,잃어버린 정체성과 부권상실의 재확인.
이런 것들이 사람들을 소설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가봅니다.
가정이 급속하게 해체되는 시대에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 것도 한 몫했지요.
"얼마나 더 아파야 죽게 되나요?"
백혈병으로 입원한 열살짜리 아들의 눈빛은 슬픔 이상의 무게로 다가옵니다.
눈물겨운 투병 속에서도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아들과 그 아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아버지의 부정.
병세가 날로 악화되자 아버지는 골수이식 수술을 위해 자신의 콩팥과 눈을 팔기로 합니다.
그러나 검사 과정에서 그는 청천벽력같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습니다.
아들의 소생을 눈앞에 두고 맞닥뜨린 자신의 죽음.
암컷이 알을 낳고 간 뒤 수컷 혼자 알을 보호하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이 떠나면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는 가시고기의 운명이지요.
이 이야기의 바탕은 실화입니다.
불치병 아들을 둔 친구로부터 "아무것도 대신해줄 게 없는 게 참 견디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이 소설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작가는 3년전부터 서해 대부도에 들어가 글만 쓰는 전업소설가입니다.
대중소설 작가라는 이유로 외면받기도 했지요.
그는 지나친 상업주의나 일회성 흥미물은 지양돼야 하지만 품격있는 대중소설의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는 세상을 기다립니다.
실제로 그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와 주유소에서 일하던 16세 소녀는 이 소설을 읽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요.
"아이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를 돌아보면서 선친의 사랑을 비로소 깨닫게 됐고 애들에게도 좀 더 표현하고싶어졌다"는 가장의 편지도 있었지요.
한 간호사는 "소설속의 뾰족이 간호사보다 더 뾰족하게 굴었던 내가 부끄러웠다"고 고백했습니다.
물론 진부하고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요.
하지만 태양의 흑점을 마주본 신화속의 원죄처럼 우리들 가슴을 뜨겁게 하는 불씨가 그 속에는 담겨 있습니다.
슬픔의 뿌리가 어떻게 사랑의 잎을 피워올리는지,검은 것이 어떻게 가장 빛나는지를 일깨워줍니다.
kdh@hankyung.com
소설 코너에서 사람들이 어떤 책을 고르는지 한참 구경했습니다.
역시 최고 인기는 조창인의 "가시고기"(밝은세상)더군요.
연초에 나온 이 소설은 상반기 대형서점 집계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금까지 5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저도 한 권 샀죠.
내용은 알지만 우리시대의 수많은 가시고기들 틈에 섞여 그 강물의 흐름을 함께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판권을 확인하니 벌써 55쇄나 됐군요.
계산대에서 물었죠.
"왜 이렇게 인기인가요?"
대답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너무 슬프잖아요"
책을 받고 돌아서다가 반팔 와이셔츠 차림의 중년 남자분을 만났는데 그분은 두 권을 사더군요.
"아들녀석 방학 때 한 권 읽히고 저도 아내와 함께 읽을까 해서요"
20대 여성 판매원과 중년 남성 독자의 반응이 이 작품의 내재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아낌없는 사랑과 눈물,잃어버린 정체성과 부권상실의 재확인.
이런 것들이 사람들을 소설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가봅니다.
가정이 급속하게 해체되는 시대에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 것도 한 몫했지요.
"얼마나 더 아파야 죽게 되나요?"
백혈병으로 입원한 열살짜리 아들의 눈빛은 슬픔 이상의 무게로 다가옵니다.
눈물겨운 투병 속에서도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아들과 그 아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아버지의 부정.
병세가 날로 악화되자 아버지는 골수이식 수술을 위해 자신의 콩팥과 눈을 팔기로 합니다.
그러나 검사 과정에서 그는 청천벽력같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습니다.
아들의 소생을 눈앞에 두고 맞닥뜨린 자신의 죽음.
암컷이 알을 낳고 간 뒤 수컷 혼자 알을 보호하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이 떠나면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는 가시고기의 운명이지요.
이 이야기의 바탕은 실화입니다.
불치병 아들을 둔 친구로부터 "아무것도 대신해줄 게 없는 게 참 견디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이 소설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작가는 3년전부터 서해 대부도에 들어가 글만 쓰는 전업소설가입니다.
대중소설 작가라는 이유로 외면받기도 했지요.
그는 지나친 상업주의나 일회성 흥미물은 지양돼야 하지만 품격있는 대중소설의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는 세상을 기다립니다.
실제로 그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와 주유소에서 일하던 16세 소녀는 이 소설을 읽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요.
"아이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를 돌아보면서 선친의 사랑을 비로소 깨닫게 됐고 애들에게도 좀 더 표현하고싶어졌다"는 가장의 편지도 있었지요.
한 간호사는 "소설속의 뾰족이 간호사보다 더 뾰족하게 굴었던 내가 부끄러웠다"고 고백했습니다.
물론 진부하고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요.
하지만 태양의 흑점을 마주본 신화속의 원죄처럼 우리들 가슴을 뜨겁게 하는 불씨가 그 속에는 담겨 있습니다.
슬픔의 뿌리가 어떻게 사랑의 잎을 피워올리는지,검은 것이 어떻게 가장 빛나는지를 일깨워줍니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