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열린 "2단계 4대부문 개혁추진" 회의
는 지금까지의 정부주도 개혁을 민간자율과 시장경제에 맡기겠다는 선언의
자리였다.

또 그동안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치중해온 개혁을 기업경영, 금융관행과
의식 등 소프트웨어적인 개혁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앞으로의 개혁을 시장기능에 맡기겠다"고 했다.

김 대통령은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하면서도
과거와는 다른 방법으로 개혁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해까지는 정부가 개혁을 주도했으나 앞으로는 민간의
자율과 시장의 기능에 의해서 개혁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한 기업들로 하여금 자율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정부는 정책적으로 이를 뒷받침한다는 방침을 천명한 셈이다.

이젠 개혁의 틀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금융과 기업, 노동, 공공부문 등 4대 부문의 개혁 골격을
갖추는데 치중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마련된 개혁 골격에 "살"을
붙이고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쪽에 무게중심이 두어진다.

이를 위해 나온 것이 4대부문의 3대 목표다.

<>기업경영 금융 행정을 건전하고 투명하게 하고(투명성) <>생산성과 경쟁력
을 세계 일류 수준으로 높이며(효율성) <>개혁의 성과를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고 고르게 배분(공익성)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정부는 이들 3대 목표를 중심으로 금융부문에서 채권시장발전 전자금융거래
촉진 등 9개과제를 선정했다.

또 기업부문에서 워크아웃제도개선 기업퇴출구조선진화 등 10개 과제,
노동부문에서 근로자재산형성지원 등 5개과제, 공공부문에서 민원행정
온라인화 등 6개 과제를 제시했다.

김대통령은 이들 4대 부문의 개혁과제중 공공부문의 2차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업에만 개혁을 강요하지 않고 정부가 경쟁력 강화에 앞장
서겠다는게 김 대통령의 의지다.

김 대통령은 "공공부문의 개혁에 정부가 솔선하겠다"면서 기업이나 금융
노동부문도 자율적으로 개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서 제기된 또다른 문제는 개혁과 함께 "생산적 복지"의 실현
이었다.

IMF 체제이후 계층간 소득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박인상 한국노총위원장과 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은 회의에서 "정부가 나서
빈부격차 해소에 나서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도 이에 큰 관심을 보여온 터여서 개혁과제와 함께 큰 관심을
끌었다.

김 대통령은 개혁의 일환으로 "기업들이 실현한 이익의 일부를 계층간 소득
격차 해소에 써달라"고 주문하고 "정부는 이런 조치를 취한 기업에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대통령은 마이크로 소프트웨어사가 서울대에 벤처기업 육성자금을 지원
하고 국내 벤처기업들이 이익금의 일부를 기금으로 내놓은 것 등을 예로
들면서 기업들의 이익 사회환원을 촉구했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강요할수 없는 문제"라고 전제하고 "기대"한다고
토를 달았다.

김 대통령은 이날 제기된 과제들의 점검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회의에서 나온 과제의 추진실적을 점검하기 위해 분기마다
한번씩 민관합동 개혁추진 점검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의 개혁추진 방안에 대해서 재계는 일단 환영하면서 빈부격차
해소의 방안으로 제시된 "이익의 사회환원" 방식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