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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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시장 중심이던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인도와 베트남, 대만 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이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데 이어 올 들어선 러시아 ETF도 상장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국내 투자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ETF 시장에서 신흥국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선택의 폭이 좁았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는 200여개에 불과한 데다가 투자할 수 있는 국가도 제한적이었다. ETF 상품만 3000여개에 달하는 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에서 거래되는 글로벌 ETF들이 국내 증시에 속속 도입되고 신흥국 중심의 다양한 ETF들이 출시되고 있다.

해외 투자는 개별 종목의 투자정보를 접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ETF를 활용하면 업종이나 유망 테마에 쉽게 분산 투자할 수 있다. 특히 국가 단위로 ETF를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자산 배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ETF를 국내 투자자에게 선보이기 위해 전담 조직까지 꾸렸다. 지난해 말 홍콩에 세운 미래에셋글로벌ETF홀딩스를 통해서다. 이 회사는 미국, 캐나다, 호주, 콜롬비아, 홍콩, 한국 ETF 운용업무를 총괄하는 회사로, 해외 유망 ETF를 국내 투자자들에게 소개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글로벌ETF 상품군을 다변화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이 원하는 국가와 테마를 중심으로 맞춤형 해외 ETF 투자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ETF를 지난달 국내 증시에 상장한 데 이어 KB자산운용도 이미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미국 장기국채선물 ETF를 내놓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중국 증시가 2015년과 지난해 급락하면서 ‘넥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VIP(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국가의 ETF 라인업을 조속히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대표지수뿐만 아니라 섹터와 테마 ETF로 투자 수단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만증권거래소와 고배당, 정보기술(IT) 관련 공동지수 및 상품 개발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과 비슷한 산업 구조를 갖고 있는 데다 배당수익률이 한국보다 높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거래소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ETF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은 “이제 한국 주식만 해서는 매년 두 자릿수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며 “성장성 있는 해외 시장에 분산 투자한다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국내 ETF와 해외 ETF 상품의 구조가 있다면 연간 수익이 2000만원을 넘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투자자의 경우는 해외 상장 ETF를, 그렇지 않다면 국내 상장 ETF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글로벌 ETF는 해외 주식과 마찬가지로 연간 수익금 250만원까지는 비과세이고, 초과 수익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 22%가 분리 과세된다. 다만 국내 상장 ETF는 해외에 비해 상품 종류가 적다.

김현빈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전략팀장은 “고액 투자자가 아니라면 굳이 분리과세 혜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상장 ETF가 더 유리하다”고 전했다.

신흥국 ETF는 해당 국가의 환(換) 리스크에 영향을 그대로 받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환 헤지 비용이 크기 때문에 환 노출형 ETF가 대부분이고 환 변동성도 달러나 원화에 비해 높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