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BMW코리아가 15일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연 5세대(5G) 무선통신 커넥티드카 기술 시연회 현장. 5G 통신장비를 장착한 커넥티드카 ‘T5’ 두 대가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고속 주행을 하던 1번 차량이 코너를 돌다가 사각지대에 사고로 멈춰 있는 다른 차량을 발견했다. 1번 차량이 즉각 사고 상황을 촬영하자 2번 차량과 중앙 관제실에 같은 화면이 실시간으로 떴다. 2번 차량 운전자는 이 화면을 보고 속도를 줄였다. 이런 모든 과정이 드론을 통해 근처 모든 차량과 관제실 등에 전달됐다.
SKT·BMW, 세계 첫 5G '커넥티드카' 공개
세계 최초 5G 커넥티드카 시연

SK텔레콤과 BMW코리아는 이날 시연에 맞춰 ‘5G 무선통신 커넥티드카 기술 연구 협력’을 맺었다. 지금의 4세대(4G)보다 수십배 빠른 5G 기술을 적용한 커넥티드카 기술 시연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SK텔레콤은 에릭슨과 함께 2.6㎞ 트랙 전역을 커버하는 통신망을 구축했다. 초당 20기가비트(Gbps) 이상의 속도로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고, 기지국과 차량의 단말기가 1000분의 1초 간격으로 상호 통신하는 5G 통신망이다.

독일 BMW 본사는 최고급 세단 7시리즈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5에 5G 단말기와 카메라, 모니터 등을 장착한 T5 차량을 지원했다. BMW코리아 R&D센터는 SK텔레콤과 커넥티드카 개발에서 지속 협업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기술 협력은 국내 차원의 협업이지만 앞으로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BMW 본사와 SK텔레콤은 지난 9월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을 위해 결성된 5G자동차협회(5GAA)의 회원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 에릭슨, 화웨이, 인텔, 퀄컴, 보다폰 등이 5GAA에 속해 있으며, 국내 통신사로는 SK텔레콤이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날 시연회에선 초고화질(UHD) 실시간 음성·화면 송수신 기술 및 차량과 차량(V2V)·차량과 교통인프라(V2X) 간 다채널 통신 등 다양한 커넥티드카 기술을 선보였다. 이형희 SK텔레콤 이동통신사업(MNO) 사업총괄은 “2019년까지 5G 커넥티드카 기술을 상용화하겠다”고 말했다.

5G 기술로 자율주행차 현실화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커넥티드카는 휴대폰에 인터넷을 결합한 스마트폰이 인간의 삶을 바꿔놓은 것만큼이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넥티드카의 실시간 정보 교환 기능을 활용하면 자율주행차의 완성도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은 차량에 부착한 카메라·레이더 등 센서에 의존하는 수준이어서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커넥티드카로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차량 안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고, 영상 회의를 할 수도 있다.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장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방대한 정보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다. 주변 차량과 관제센터, 신호등, 위성 등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 모드에서 통신이 끊기면 사고 위험이 급격하게 커지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5G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이번 SK텔레콤과 BMW 간 협업에서 보듯 글로벌 산업계에선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한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와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 중이며, 국내에선 KT와 5G 기술 연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14일 80억달러를 투입해 인수하기로 한 하만은 커넥티드카 전장부문 세계 1위 기업이다.

■ 커넥티드카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자동차. 다른 차량이나 교통 인프라 등과 각종 정보를 주고받으며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기반 기술로도 활용된다. 차량을 스마트폰, 집, 사무실 등과 연결해 사무공간으로 조성할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IoT) 자동차’로도 불린다.

인천=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