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행위에 공동으로 관여한 사람들의 책임근거에 대해 최근 의미있는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한다. 서울고등법원 2007. 5. 31. 선고 2006나50187호 판결이다.

■ 사안의 개요

서류를 위조해서 재판을 통해 국가 소유의 토지를 편취한 다음 이를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려던 과정에서 발생한 부동산중개사고라고 할 수 있는데, 사건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토지사기꾼 甲은 국가소유로 등기된 토지를 소송을 통해 편취할 목적으로 매도증서 등 관련서류를 위조해서 1심재판에서 승소한 후 항소심 재판 계속 중에 이 토지를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기 위해 소송담당 변호사에게 이를 매수인알선을 위임했는데, 이 변호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건축회사 대표인 乙에게 매수인을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하였고, 乙은 다시 丙이라는 부동산중개업소에 매수인물색을 부탁하게 되었다. 한편, 중개업자 丁을 통해 토지매수를 부탁한 이 사건 피해자 戊(무)는 乙, 丙, 丁의 소개로 이 건 토지를 알게 되었고, 약 117억이라는 거액으로 이 건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더구나, 소개한 대가
로, 丁에게 5억원의 수수료까지 지급하였다. 그런데 이런 매매과정에서 이미 국가를 상대로 하는 항소심재판 과정에서 매도증서가 위조된 것이라는 취지의 감정서와 위조되지 않았다는 상반된 취지의 감정서가 제출되고, 또 이 건 소송이 토지사기단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라는 취지의 익명의 투서가 재판부에 배달되는 등 甲이 이 건 토지의 진실한 소유자가 아닐 수 있다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건 중개를 담당한 乙, 丙, 丁은 매수인 戊에게 의문점들을 고지하지 않았다. (이 건 매매계약 이후 결국 甲의 사기극이 탄로나서 甲의 사기극은 실패로 끝났다). 결국, 매수인 戊는 이 사건 중개에 관여한 乙, 丙, 丁을 상대로 사기꾼 甲에게 지급하고 돌려받지 못한 매매대금 6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중개한 사람들의 책임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가 쟁점이 된 것이다.

■ 사건의 쟁점
첫 번째 쟁점은, 乙, 丙과 같이 매수인과의 직접적인 중개계약 없이 중개업무를 진행한 사람에 대해서도 매수인을 위한 확인설명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 문제에 대해 위 판결은, 관련법에 따라 중개업자에게 성실, 주의의무가 있는데 중개업자는 비록 중개의뢰인이 아니라 거래상대방 당사자에 대해서도 이러한 의무를 다해야 하고 만약 이를 다하지 못하게 되면 계약상의 의무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일반적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공동중개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권리를 취득하는 측에 비해 권리를 처분하게 되는 측의 확인설명범위가 극히 적은 것은 부동산거래의 일반적인 모습인데, 만약 중개의뢰 여부에 따라 중개업자의 책임을 따지게 되면 결국 권리취득자측 중개업자만이 확인설명의무을 부담하고, 권리처분자측 중개업자는 확인설명의무가 거의 없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이 판결결과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재판과정에서 뚜렷한 쟁점이 된 적이 많지는 않았지만, 기존 판례의 흐름 역시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의 관계에서 직접적인 중개계약이나 의뢰관계가 없는 乙, 丙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해 책임부담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판단해 왔다는 점에서 결론에 있어서는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그와 같은 결론의 논거를 분명하게 제시한 점에서 판결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쟁점은, 乙과 같이 중개업자가 아닌 사람이 중개업자와 공동으로 중개행위를 했을 때 중개업자 아닌 사람의 책임여부인데, 이 점에 관해서 법원은 중개업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중개업자와 실제로 중개를 함께 했다면 중개업자와 동일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이 판결은,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당사자가 누구의 의뢰인인지에 관계없이 관계된 중개업자 모두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거래에 관여한 중개업자는 의뢰인을 따질 것 없이 모든 거래당사자의 손해발생을 예방하는데 주의를 다해야 하고, 아울러 중개업자가 아니더라도 중개에 따른 보수를 받는 등 사실상 중개업무를 하는 경우에도 중개업자와 동일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이해를 돕기 위해 대법원 사이트에 공개된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요지를 아래에 첨부한다). -이상-


□ 판결 요지

○ 사안의 개요
가. 제1심 공동피고 A와 B는 2002. 초경 소외 000외 3인과 공모하여 국유인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하기로 공모하여, 위 A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수인 행세를 하면서 위 B가 사무장으로 근무하던 변호사 사무실의 변호사인 제1심 공동피고 C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한 다음, 대한민국을 피고로 하여 ‘위 A의 아버지인 소외 망 000이 이 사건 부동산을 사정받은 소외 000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여 그 소유 명의로 등기를 경료한 후 위 000의 사망으로 위 A가 이 사건 부동산을 상속받아 소유하게 되었는데, 대한민국이 이를 무주의 부동산으로 오인하여 자신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하였으므로, 대한민국은 위 A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경료된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 위 A와 B는 이 사건 민사소송에서 위조한 매도증서를 증거로 제출하여 이에 속은 법원으로부터 2003. 1. 28. ‘위 A이 이 사건 부동산의 정당한 소유자이므로 대한민국은 이에 관한 자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를 말소하라’는 내용의 승소 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승소판결을 선고받았다.
다. 위 A와 B는 1심 법원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승소판결을 선고받자 그 무렵 위 C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를 위임하였고, 위 C는 2003. 4.경 평소 알고 지내던 피고 1에게 이 사건 1심 판결문을 보여주면서 위 A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매도를 위임받았으니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 할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으며, 피고 1은 다시 2003. 8.경 부동산 중개업자인 피고 2에게 매수인의 물색 및 매매를 의뢰하였다.
라. 한편 원고는 2004. 2. 내지 3.경 부동산 중개업자인 피고 3에게 공장부지 용도로 적당한 부동산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고, 피고 3은 다시 2004. 5.경 평소 알고 지내던 부동산 중개업자인 피고 2에게 위 부동산을 알아보는 일을 의뢰하였다.
마. 이에 피고 2가 피고 3에게 피고 1로부터 부탁받은 이 사건 부동산을 소개하였고, 피고 3은 2004. 5. 말에서 6. 초 사이에 피고 1, 2와 함께 위 C의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하여, 위 C와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평당 금 40만 원으로 합의하고, 피고들에 대한 매 매계약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위 C로부터 금 5억 원을 지급받기로 하였다.
바. 그 후 피고 3은 원고측 매수담당자인 소외 000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소개하였고, 위 000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수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2004. 7. 13. 위 C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원고를 대리한 위 000과 위 A를 대리한 위 C 사이에 피고 3의 중개로 대금 116억 5,940만 원으로 정하여 이 사 건 매매계약이 체결되어, 위 C는 위 A가 이 사건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라 믿은 원고로부터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합계 금 60억 원을 지급받았다.
사.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당시 위 C는 ‘이 사건 부동산이 현재는 산림청 소유로 되어 있으나 그 소유자인 A가 매도증서와 등기부등본의 진본을 가지고 있어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고 2심에서도 곧 승소판결을 받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위 000에게 매도증서와 그 매도증서가 진정하게 성립되었다는 취지의 감정결과서를 보여주었다.
아. 그러나,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는 위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는데, 그 재판에서는 이 사건 매도증서가 위조되었다는 내용의 감정서와 진정한 것이라는 내용의 감정서가 제출된 상태였고, 또 다른 토지사기단의 일원인 소외 000가 허무인의 이름으로 담당재판부에게 ‘이 사건 매도증서가 위조된 것이고, 위 소송은 토지사기단에 의한 소송’이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된 상태였다.
자. 한편 피고 1은 2004. 4. 내지 5.경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여도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지 않자, 위 C에게 그 이유를 문의하였고, 위 C로부터 이의신청이 들어와 늦어지고 있으나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이 사건 매도증서와 그 매도증서가 진정하게 성립되었다는 내용의 감정결과서를 제시받자, 위 감정결과서만 확인한 후 이의신청의 내용 등 소송의 구체적인 진행경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으며, 피고 2 또한 피고 1과 위 C의 말만을 믿고 더 이상 소송의 진행경과를 확인하지 않았다.
차. 피고 3도 피고 1과 위 C로부터 이 사건 소송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다음 이 사건 매도증서와 위와 같은 내용의 감정결과서를 제시받자, 그들의 말만을 믿고 더 이상 소송진행상황에 대하여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원고를 대리한 위 000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권리관계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매수를 권유하였다.
카. 위 C는 원고로부터 1차 중도금 명목으로 금 24억 원을 지급받자 2004. 9.경 이 사건 매매계약의 중개에 대한 보수로 피고 1에게 금 2억 5,000만 원, 피고 2에게 금 5, 000만 원, 피고 3에게 금 2억 원을 각 지급하였는데, 당시 피고들은 이 사건 민사소송에 관하여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패소 판결이 선고될 경우 지급받은 중개수수료를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
타. 그러나 2005. 2.~3.경 다른 토지사기단의 투서로 위 A 등의 이 사건 사기범행이 발각되었고, 이에 따라 이 사건 매매계약도 더 이상 이행되지 않은 채 종료되었다.

○ 쟁점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 중개인이 중개의뢰인이 아닌 거래상대방에 대해서도 중개인으로서의 주의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및 그 내용

○ 원고의 주장
피고들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중개하면서 당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위 A와 대한민국 사이에 진행되고 있던 민사소송과정에서 현출된 원고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실들을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에게 알리지 않은 채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를 중개하여, 결국 원고로 하여금 지급한 매매대금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 법원의 판단
구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규정의 취지와 중개행위 속에 중개업자가 거래의 쌍방 당사자로부터 중개 의뢰를 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거래의 일방 당사자의 의뢰에 의하여 중개 대상물의 매매·교환·임대차 기타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 중개하는 경우도 포함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중개업자가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상대방은 의뢰인에 한정되지 않으며 거래 상대방 당사자에 대해서도 업무상 일반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어서, 중개업자가 의뢰인 이외의 거래당사자에게 성실의무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업무상 일반적 주의의무에 대한 위반으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송이 항소심 계속 중으로서 그 권리관계가 불확정적인 상태였으므로, 중개인으로서는 소송의 진행상황 및 소송에 제출된 자료 등을 보다 자세하게 조사·검토하여 이를 매매당사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설명함으로써 매매당사자로 하여금 매매와 관련하여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함에도, 피고들은 매도인측 대리인인 위 C의 설명과 그가 제시한 이 사건 매도증서 및 그에 관한 감정결과서만을 믿고 소송진행상황에 관하여 더 조사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매도증서의 진정성립에 관하여 상반된 감정결과가 재판부에 현출된 상태이고 나아가 이 사건 민사소송이 토지사기단에 의한 소송사기라는 내용의 탄원서가 제출된 사실을 매수인인 원고에게 설명 하지 못한 잘못이 있으며,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금을 지급함으로써 지급한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연대하여 원고에게 피고들의 과실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부동산 거래의 일방 당사자로부터만 중개를 의뢰받았다 할지라도 상대방 당사자에 대해서도 업무상 일반적 주의의무를 부담하므로, 중개업자가 의뢰인 이외의 거래당사자에게 성실의무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업무상 일반적 주의의무에 대한 위반으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함으로써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 중개업자의 주의의무의 상대방 및 그 내용을 보다 명확하게 판시한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