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휴가 '다 못 쓴' 정부 부처 1위는 '고용노동부'
직원 연차휴가 미사용이 가장 심각한 부처는 고용노동부로 조사됐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비례) 국회의원실이 18개 부처로부터 2022년 연차휴가 평균 미사용현황을 제출받아서 분석한 결과, 직원 연차휴가 미사용이 가장 심각한 곳은 고용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순으로 나타났다.
연차 휴가 '다 못 쓴' 정부 부처 1위는 '고용노동부'
이수진 의원실은 정부 표준인사시스템을 통해서 2022년 말 기준 일반직 고위공무원에서 9급까지 직급별 평균 법정 연가일수, 실제 연가사용일수 평균 등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18개 부처별 2022년 권장연차휴가일수도 제출받아 비교에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분석 결과 18개 부처 중 일반직 9급 이상 고위공무원까지 평균 연차휴가 미사용일이 가장 많은 부처는 고용노동부였다.

고용노동부는 일반직 9급부터 고위공무원까지 2022년 말 기준 평균 연차휴가일 수는 18.44일이었고, 이 중 9.81일의 연차휴가를 실제 사용했다.

연차휴가 미사용일 비율은 46.8%(미사용일 8.63일)로, 개인별로 주어진 법정 연차휴가 중 거의 절반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의 뒤를 이은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통일부, 산업통상자원부 순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법정 연가일 20.36일 중 12.42일을 사용해 미사용일이 평균 7.94일(39.0%)에 달했다. 국토교통부도 법정 평균 연가일 20.56일 중 12.62일만을 사용해, 미사용일은 중소벤처기업부와 같은 7.94일이었으며 미사용일 비율은 38.6%를 기록했다.

연차휴가를 가장 많이 사용한 부처는 외교부였다. 외교부는 법정 연가일 평균 20.08일 중 17.31을 실제 휴가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부 다음으로 연차휴가를 많이 사용한 부처는 환경부였다. 환경부는 법정 연가일 평균 18.48일 중 15.03일을 사용했다.

데이터를 비교·분석해 본 결과, 통상 관리직 또는 간부직이라고 하는 4급(서기관) 이상 공무원들이 연차휴가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부처가 대체로 연차휴가 미사용 비율이 높다는 점이 주요 특징으로 확인됐다는 게 이 의원실의 설명이다.

고용부 4급 이상 공무원의 연차휴가 미사용일 평균은 11.04일로 법정 연차휴가일 20.33일 대비 약 54%를 사용하지 못하고 일한 것으로 확인된 반면, 환경부는 4급 이상이 평균 20.19일 중 16.03일 사용해 본인에게 주어진 법정 연차휴가 중 79.4%를 실제 사용한 것이다.

이 의원은 "고위직 공무원들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비율이 높을수록 8~9급 하위직 공무원들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했고, 부처 전체의 연차휴가 소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고용부 공무원들의 압도적인 연차휴가 미사용 문제는 특히 권장연가일수가 17일로 상당히 높게 목표를 설정한 점에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별로 매년 권장연가일수를 정하고 이에 미달하는 경우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데, 고용노동부는 외교부 18일 다음으로 높게 권장 연가일수를 책정했다는 것이다.

외교부가 권장휴가일 18에 근접하는 17.31일 사용했지만, 고용노동부는 9.81에 불과해 권장휴가일 수 17일 대비 절반 조금 넘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부처 공무원들과 비교해서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이 일은 일대로 하고 연차휴가 수당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진 의원은 "주69시간제 노동시간 개악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고용노동부가, 정작 직원들이 법정 연차휴가일 절반도 사용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