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발표 현장에선 과거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수사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발표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검사가, 지금은 장관이 돼 사면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반전 인연’이 연출돼서다.

한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을 포함한 기업인 사면 배경을 설명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 장관은 지난 9일 열린 특별사면심사위원회에선 위원장을 맡아 심의 결과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한 장관은 “범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임을 고려해 적극적인 기술 투자와 고용 창출로 국가 성장에 기여한 경제인들을 엄선했다”며 “이들에게 경제 발전에 동참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검사 시절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관련 특수수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국정 농단’ 사건 박영수 특검에 소속됐던 2017년 2월 이 부회장을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한 장관은 당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자 다음번 영장심문에 직접 참여해 구속영장 발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 장관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이던 2018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지휘하면서 또다시 이 부회장과 대척점에 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약 2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등 삼성 주요 계열사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작업에 참여한 증권사와 회계법인까지 줄줄이 압수수색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이 부회장도 2000년 5월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한 장관은 또 다른 특별사면 대상자인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이던 2015년 장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재산 국외도피·상습 도박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미국 연방 검찰과 재무부 금융범죄단속국을 직접 접촉해 장 회장의 카지노 도박 혐의를 입증할 자금 흐름 자료 등을 확보해 주목받기도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