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됐다.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30일 서울시내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됐다.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30일 서울시내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되면서 ‘임금발(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5년간 40% 넘게 올랐던 최저임금이 내년에 또다시 5% 인상되면 전체 임금 수준을 끌어올려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지적이다. 경제계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삼중고’가 겹친 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계 “물가 급등 부채질할 것”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물가 급등 등으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추가로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며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한계 상황에 내몰릴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물가보다 빠르게 오른 최저임금 수준, 복합경제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이번 5.0%의 인상률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충격은 불가피하다”며 “고용 축소의 고통은 중소기업과 저숙련 취약계층 근로자가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8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시급을 올해(9160원)보다 460원(5.0%) 오른 9620원으로 결정했다.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월 209시간 기준)으로, 올해보다 9만6140원 늘어난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은 물가보다 네 배 빠르게 올랐다. 2018년에서 2022년 사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7%(2022년은 한국은행 전망치 4.5% 기준)지만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5.05%)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내년에 5%대 인상이 결정되면서 기업과 소상공인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5년과 윤석열 정부 1년 등 6년 동안 48.6%의 최저임금 상승률을 감내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최근 뚜렷해진 물가 상승 추세와 맞물려 임금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코로나19로 동결됐던 노동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2차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무인점포·키오스크 찾는 소상공인
현장은 그야말로 아우성이다. 코너에 몰린 소상공인들은 인력 구조조정과 근로 시간 단축, 인력 대체 기술을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가 한 실태조사에서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의 대처 방안으로 ‘기존인력 감원(34.1%)’과 ‘근로시간 단축(31.6%)’을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게 된 편의점업계에선 무인점포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낮에 점원이 상주하고, 심야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매장 수는 2603개로 집계됐다. 2년 전(434개)에 비해 여섯 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상당한 숫자의 주유소가 아르바이트를 정리하고 가족을 동원하는 추세며, 인건비 부담으로 영업시간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야간시간 미운영 편의점 비율은 2016년 13.8%에서 2020년 20.4%로 증가했다.

곽용희/안대규/박종관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