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호재냐" 용산 집주인들 '두근두근'…자영업자는 뿔났다 [르포]
“대한민국 법은 엉터리다.” “윤석열 대통령님 여기 요구를 들어주세요.”

용산 일대 풍경이 뒤바뀌었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동하면서 집회·시위 1번지가 용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은 울상인 반면, 집값이 꿈틀거리자 주민들은 집무실 이전을 반기는 분위기다.

11일 오후 1시 40분. 삼각지역 13번 출구 서울지방보훈청 앞. 빈곤사회연대 집회가 열렸다. 40여 명이 자리를 잡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었다. 빈곤사회연대 관계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처음으로 윤석열 정부 집무실 가장 먼저 앞으로 와 집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도 바깥쪽에 폴리스라인 설치해 통행로를 제한했다. 시위대가 인도 전체를 막고 있어 시민들은 한 줄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웬 호재냐" 용산 집주인들 '두근두근'…자영업자는 뿔났다 [르포]
같은 시각 길 건너 전쟁기념관 서문에는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 회원들의 ‘레고랜드 중단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원들은 “중도유적지를 불법훼손하고 아이들 안전을 훼손한 레고랜드를 처벌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기자회견장 뒤편으로는 제각기 다른 요구사항을 들고 나온 1인 시위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웬 호재냐" 용산 집주인들 '두근두근'…자영업자는 뿔났다 [르포]
전날인 10일 녹색연합, 환경정의 등의 시민 단체도 삼각지역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4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생태 위기 심각하다”, “윤석열 정부 퇴보적 환경 정책 폐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상반됐다.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은 인상을 찌뿌릴 수밖에 없었다. 11일 빈곤사회연대 집회 당시에는 근처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가 집회 현장 앞에 나서 “이렇게 시위하면 장사를 어떻게 하냐”며 소리를 쳤다. 이내 김모씨는 단체 회원들과 충돌 빚고, 경찰에게 끌려갔다.

반면 시민들은 대체로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을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 용산동 삼각지경로당에서 만난 방모 씨(76)는 “대통령이 있는 곳에서 살게 됐다”며 “지인들에게 자랑할 정도로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주변 부동산 중개인 등은 윤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이 지역 개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인근 강남부동산중개 오승용 대표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이후 대부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찾아오는 외빈(外賓)이 늘고 용산정비창이 국제업무지구로 탈바꿈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웬 호재냐" 용산 집주인들 '두근두근'…자영업자는 뿔났다 [르포]
이소현/이광식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