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지대 영등포센터. 이소현 기자
무중력지대 영등포센터. 이소현 기자








14일 서울 영등포구의 청년복합문화공간 '무중력지대' 영등포센터에는 사람이 몰리는 오후 시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용객은 열 명도 되지 않았다.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1층 개인 업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9명에 불과했다. 단체 전용 공간인 2층으로 올라가는 이들도 5명 남짓이었다. 센터 관계자는 “최근 업무 공간 일평균 이용객은 10~20명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 안팎에서 최근 이같은 오프라인 청년지원센터 이용률이 저조해지면서 시설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무중력지대는 서울시가 만19세~39세 청년들의 취업 준비와 커뮤니티 활동을 보조한다는 취지로 2015년부터 운영 중인 시설이다. 현재는 양천‧영등포‧서대문구 등에 총 6개 센터가 입점해 있다.

센터 각 지점이 2019년부터 공개한 연간 결산‧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이들 각 지점마다 받은 3억~4억원 가량의 예산을 받았다. 지난해 무중력지대 영등포센터는 시보조금 예산 총액 2억7000을 배정받은 데 이어 하반기엔 청년 활동 지원을 이유로 지역 내 전문교육기관에서 1억원의 예산을 추가 수령했다. 홍제‧무악재 2개 점으로 분할 운영 중인 서대문센터는 같은 해 4억4100만원의 예산을 받았다. 서울시 전체로 보면 매년 최소 21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쏠린 셈이다.

연간 수 십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 데 비해 이용율은 저조하다. 한 시설당 이용객은 연 평균 6500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무중력지대 센터에 방문한 청년 이용자는 약 4만5000명이다. 이용자가 가장 많았던 영등포점의 전체 방문 인원은 1만3712명으로, 하루 38명이 이용한 셈이다. 이용자가 2067명으로 가장 적었던 강남점은 지난해 12월 운영을 종료했다. 시설의 존재 여부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센터별 네이버 평점 리뷰에는 “동네에 이런 공간이 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서울시는 지난해 청년 지원 체계 효율화를 내걸며 남은 무중력지대 6개 센터를 올해부터 '서울청년센터 오랑'으로 일괄 전환하고 있다. 서울청년센터 오랑은 서울시가 2020년부터 운영 중인 청년정책 상담‧프로그램 종합 지원기관이다. 청년공간 운영 예산도 지난해 158억원에서 올해 107억원으로 32% 삭감했다.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 관계자는 “청년센터 오랑이 들어선 자치구와 유지비를 분담하는 식으로 전체 예산을 줄였다”며 “시설비·감리비 등 실질적인 운영비는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면 방문객이 적다는 이유로 예산을 줄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포럼‧면접 지원 프로그램 등 비대면 센터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청년센터를 운영하는 한 센터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이용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있다”며 “센터 차원에서 취업 상담 등 비대면 프로그램을 늘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