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현행 주 52시간제에 대해 업종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규제라며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사진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인천 남동공단을 찾아 제품 설명을 듣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현행 주 52시간제에 대해 업종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규제라며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사진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인천 남동공단을 찾아 제품 설명을 듣는 모습. 연합뉴스
‘주 52시간제 유연하게, 중대재해처벌법은 예방 중심으로, 획일적인 최저임금제도는 개편.’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개편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 관련 사항은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최저임금 등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윤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강조한 이슈들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밀어붙인 이슈라 향후 개편 과정에서 거대 야당은 물론 노동계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근로시간 규제, 주간→연간 단위로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인천 남동공단을 찾아 “주 52시간제가 시행됐을 때 저는 중앙지검장이었는데, 중앙지검 직원 중에서도 불편을 느끼고 반대한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강제 시행하고 있는 주 52시간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윤 당선인이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공약으로 구체화한 것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 확대다. 선택근로제는 단위기간을 정해놓고 자유롭게 근무하되 해당 기간 내 주당 평균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선택근로제는 2020년 12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구개발직에 한해 단위기간을 최대 3개월까지 활용할 수 있다. 연구개발업무가 아닌 일반 직무는 최대 1개월이다.

차기 정부는 선택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릴 계획이다. 업종별 특성에 따라 노사 합의만 거치면 1년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설정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법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쉽사리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연단위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1년 동안 근로시간 총량을 설정하고 총량을 넘어선 근로에 대해서는 초과분만큼 적립해 이후 장기휴가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선택근로제 확대,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 모두 현행 주단위 근로시간 규제를 연간단위 총량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고소득 사무·전문직에 대한 주 52시간 적용 제외도 추진된다.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으로 미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제도다.

중대재해법 의무사항 구체화

공약집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대재해법도 손질할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창원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중대재해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가 어렵다고 한다면 국민과 산업계 의견을 들어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일단 시행령으로 중대재해 발생은 철저히 예방하되 투자 의욕은 줄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선인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법 완화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망사고 발생 시 징역 1년 이상에 처하도록 돼 있는 처벌 규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시행령이 아니라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특단의 정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한 2024년 상반기까지는 여소야대 상황이다.

다만 시행령 곳곳에 있는 ‘필요한’ ‘적정한’ 등의 표현을 구체화하고, 직업성 질환의 중증도 기준 등을 명확히 할 가능성이 높다. 또 기업이 우려하는 형사처벌과 관련해서는 검찰의 기소 여부에 달린 만큼 정부의 의지가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저임금제 개편 여부도 관심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부담이 커지고 고용 여력이 축소됐다는 비판과 관련,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중 최저임금제 개편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현행 최저임금법(4조)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1988년 이후 시행된 적이 없는 업종별 구분적용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과 입법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집권 초기 여소야대 상황에서 무리하게 입법부터 시도하면 야당과 강성노조의 저항만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곽용희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