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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승현
    백승현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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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1년이나 지나… 숙종은 왜 엄흥도를 불러냈을까

    2026년 2월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조선의 비극적인 군주 단종의 삶을 다룬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가 숙부의 쿠데타로 폐위되고, 유배 끝에 생을 마감한 왕. 영화는 이 익숙한 비극을 따라가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또 다른 인물이 있다. 왕이 죽은 뒤에도 그 곁을 떠나지 않았던 사람, 엄흥도다.단종은 1455년 폐위되어 ‘노산군’으로 강등되었고, 1457년 사사되었다. 단종의 시신은 한동안 수습되지 못했다. 권력의 향방이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죽은 왕을 거두는 일은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외면하던 그 순간, 엄흥도는 목숨을 걸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다. 누구의 명령도, 보상도 없었다. 남은 것은 오직 ‘해야 할 일’이라는 개인의 판단 뿐이었다.그로부터 241년이 지난 1698년(숙종 24년), ‘노산군’은 다시 ‘단종’으로 복위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 ‘단종’의 복위와 함께, 생전에는 이름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엄흥도’ 역시 충신으로 추존되었다는 사실이다. 영화 속에서 이 장면은 짧게 지나가지만, 하나의 의문점을 남긴다. ‘조선은 왜 굳이 수백 년이 지난 뒤, 이러한 선택을 했던 인물을 다시 불러낸 것일까?’# 조선은 왜 엄흥도를 다시 불러냈을까?이 질문이 오늘날 기업과 조직에 의미를 갖는 이유는, 위기의 조직이 아니라 성과가 나오고 있는 조직에서 비슷한 고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사실 단종과 엄흥도가 다시 호명된 시점은 권력이 흔들리던 때가 아니라, 정권이 충분히 안정된 이후였다. 그리고 이 선택은 감정적 추모가 아니라, 어떤 판단을 조직의 기준으로 남길 것인가를

    2026.03.03 18:34
  • 원하청 노조 교섭단위 분리…노동부 매뉴얼의 '맹점'

    오는 10일 노란봉투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는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교섭절차와 관련하여 지난달 27일에는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 명의로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이하 ‘매뉴얼’이라고 한다)을 배부하였다.매뉴얼에서는 원청 단위로 창구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기존의 고용노동부 입장을 번복하여, “하청노동조합과 원청사용자 간 교섭에서 교섭단위는 ‘전체 하청 노동자 집단’”이므로, “전체 하청노동조합과 원청노동조합 간 교섭단위 분리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이유로 “하청노동조합과 원청노동조합은 교섭권의 범위 및 사용자의 책임 범위, 근로자의 특성, 이해관계, 근로조건 결정 방식 등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며, 전체 하청노동조합은 하청사용자를 달리하더라도 계약외사용자인 원청사용자를 공유한다는 이해관계의 공통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체 하청노동자 집단이 동일한 교섭단위에 속한다”고 한다.그러나 이와 같은 매뉴얼의 설명은 현행 법에 반한다. 현행 노조법은 교섭단위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정하고 있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는 “경영주체인 법인체는 하나이므로 그 법인 내에 있는 모든 사업장 및 사업부서 전체를 하나의 교섭단위로 봄”이라고 하여 사업주인 법인 단위로 해석해 왔다. 그런데 매뉴얼은 '원청과 원청 노조'와 '원청과 하청 노조'는 별개의 교섭단위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한 기존의 해석에도 배치된다.또한 원청노조 역시 원청사용자를

    2026.03.03 18:34
  • 하청노조 교섭요구 사실 공고…어디에 어떻게 해야할까

    2026년 3월 10일 개정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동조합 간의 단체교섭으로부터 쟁의행위에 이르기까지 기존 노사관계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2026년 2월 27일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이하 '고용노동부 매뉴얼')」을 공포하는 등 법 시행 준비에 박차를 기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고용노동부 매뉴얼의 해석을 살펴보며 교섭단위를 중심으로 향후 쟁점에 대해 전망해본다.#원-하청 노동조합 교섭단위 결정과 관련한 쟁점고용노동부는 당초 노동조합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원청 사용자를 기준으로 원·하청 간의 교섭창구단일화절차가 필요하며, 교섭단위 분리신청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 공포된 고용노동부 매뉴얼에서는 원청사용자와 하청 노동조합 간의 단체교섭에 있어 원청노동조합이 교섭 당사자가 아니므로 하청 노동조합은 ‘교섭단위 분리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변경하였다. 기본적으로 하청 단위를 원청 사업단위와 다른 단위로 상정하여, 하청 노동조합의 실질적 교섭권을 도모하고, 교섭창구단일화 시 발생할 수 있는 노노갈등을 어느 정도 방지하려는 취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다만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 따른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별도의 입법 개정 없이 행정해석만으로 이를 달리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의문이고, 법원이 다른 판단을 제시할 가능성

    2026.03.03 18:34
  • 부제소 합의 후 퇴직…직장 내 괴롭힘 손배청구 가능할까

    A는 회사 상급자인 C가 휴게시간 및 퇴근 이후에도 SNS를 통해 반복적인 업무지시를 했다며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였습니다. 회사는 조사 끝에 직장 내 괴롭힘을 사실로 인정하였고, A는 해당 사건으로 인한 우울증 장애 치료 등을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하였습니다. 또한, 그와 별개로 C와 회사에 대해 불법행위(직장 내 괴롭힘)와 보호조치 불이행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해당 질환과 상급자의 지속적 업무 지시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해당 치료를 산업재해로 승인하고 요양급여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었던 것은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였습니다. 일련의 사건 이후 A가 '기타 근로계약과 관련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일체의 쟁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제소 합의서를 작성하며 퇴직하였기 때문입니다.피고가 된 회사와 상급자 C는, A가 부제소 합의를 할 당시 퇴사 이후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더 이상 법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였음에도 소를 제기한 것이기에 해당 소송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이유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부제소합의는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라 명명하면서도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을 때에는 (···) 가급적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25.2.29. 선고 2024다256932 판결)는 대법원 판결을 참조하며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나아가 A가 작성한 부제소

    2026.03.03 18:34
  • [백승현의 시각] 가보지 않은 길 '노봉로 310'

    그 이름도 따뜻한 ‘노란봉투법’, 하지만 이름과 달리 논란을 거듭해온 개정 노동조합법이 이달 10일부터 시행된다. 법 시행이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입법에 이어 두 차례에 걸쳐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경영계는 경영계대로 손사래를 치고 있다.논란의 노동정책 실험은 또 있다. 이름하여 ‘근로자 추정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고 이를 부정하려면 노무수령자(사용자)가 입증해야 하는 제도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조차 “우리 입법과 비슷한 수준의 선례는 찾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실험적인 제도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렇다 할 토론이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올 5월 입법을 공언하고 있다. 두 개의 입법이 노동시장에 몰고올 후폭풍은 명약관화하다. 마치 대한민국이 글로벌 노사관계 이슈에서 거대한 실험실을 자처하는 형국이다. 글로벌 노사관계 실험실 된 한국어찌 됐든 오는 10일이면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노란봉투법길 310’이 열린다. 입법예고에 재입법예고까지 두 차례에 걸친 시행령 개정과 의견 수렴에도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제한하는 창구단일화 제도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계는 “실질적 지배, 구조적 통제 등 교섭의무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고 반발하고 있다.정부는 이런 논란을 의식해 원·하청 간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꾸려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판단지원위는 노동계와 경영계로부터 추천을 받아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법 시행도 되기 전에 하청 노조의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

    2026.03.01 17:11
  • 3월10일 이후…하청노조 파업 시 '대체근로 가이드라인'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종류를 불문하고 단체 스포츠에는 주전과 백업 멤버들이 있다. 보통 주전이 경기에 출전하지만, 주전이 부상 등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거나 체력 안배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상대에 맞춰 전략적으로 선수 구성을 달리할 경우, 백업멤버들이 주전을 대체하여 경기에 출전한다. 비록 숫자에 제약은 있지만, 유사시를 대비한 대체인력들이 있고, 이는 팀 운영에 필수적인 부분이다.한편 우리나라 노동법은 인력 대체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발생하였을 때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채용을 하거나 도급을 줄 수 없고(노동조합법 제32조),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노동조합법 제91조). 다만 ‘당해 사업과 관계있는 자’로 대체하는 것은 가능하고, 대표적인 것이 비조합원 혹은 쟁의행위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들이 중단된 업무를 맡아서 하는 것이다. 쟁의행위의 실효성을 확보하여 단체행동권을 보장한다는 것이 법의 취지로 알려져 있는데, 몇 년 전 정부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위와 같은 방식의 전면적 대체근로 금지 제도는 우리나라와 그 이름도 생소한 아프리카의 말라위 딱 두 나라만 두고 있다고 한다.대체근로 금지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는 ‘사용자’이므로 현행 노동조합법 하에서 대체근로 금지는 우리 회사에서 쟁의행위가 일어난 경우에 적용되고, 하청에 대하여는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하청에서 쟁의행위가 일어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애당초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행위도 아니기 때문에 대체근로 금지를 논하는 것이 넌센스이기도 하다. 이에

    2026.02.24 17:00
  • 임차한 지게차로 산재 발생…산재보험금은 누가 부담할까

    A건설회사는 고속도로 토공 공사 일부를 도급받았고 그중 교량 건설 현장의 철근 운반 작업을 위해 지게차를 임차하였다. 지게차를 임차하면서 지게차 소유주로부터 운전기사도 함께 제공받는 것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지게차 운전기사는 A건설회사 소속 근로자의 수신호에 따라 지게차를 운전하여 철근 운반 작업을 수행하였다. 운전기사는 지게차에 철근 3묶음을 싣고 이동하여 하역장소에서 지게발을 내리던 중, 신호수가 철근 고임목을 옮기기 위해 지게발 아래로 접근하자 지게발의 작동을 멈추었으나 철근 묶음이 신호수의 머리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신호수는 경추손상 등의 상해를 입었고, 근로복지공단은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보상금으로 약 6억 3600만원의 산재보상금을 지급하였다.근로복지공단은 지게차 소유주와 운전기사를 상대로 운전기사의 운전과실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운전기사는 실제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소유주는 그 사용자로서 연대하여 구상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구상금을 청구하였다.이와 관련된 법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 다만, 보험가입자인 2 이상의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서 하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각각 행하다가 그 중 사업주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피고들(지게차 소유주와 운전기사)이 본문의 ‘제3자’에 해당하는데 지게차 소유주가 순수하게 지

    2026.02.24 17:00
  • 교섭도 업무출장이라며 경비 지원해달라는데…

    몇 년 전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단체협약이 체결된 이래, 교섭문화가 비교적 잘 안착된 사업장에서 연락이 왔다. 문의 내용인즉슨 각 지역에 교섭위원이 근무하는 관계로 교섭 때마다 본사로 오는데, 유류비 등에서 업무출장과 동일하게 처리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를 경비처리 해줘야 하는 것인지 고민스럽다는 것이다.최근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에 대해서는 사회적 시선에서부터 기업의 인식까지, 이제는 그 당위적인 존재감과 더불어 상생적 공존을 함께하는 파트너로서의 인식은 명확하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노동조합 역시 교섭을 회사 업무와의 관련성으로 인식해 노동조합의 활동에 있어 회사의 규정을 적용해 경비 등을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진다.이런 상황에서 인사·노무 담당자는 세심한 노사관계를 설정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다. 노동조합의 활동을 법적으로 규명해 보면, 노조법상 노동조합의 활동은 자주적, 민주적으로 행해져야 함이 원칙이다. 또한 대법원은 “노동조합 조합원의 근무시간 중의 노조활동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와 배치되는 것이므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에 있어서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2. 23. 선고 94누9177 판결)라고 판시하고 있다. 반면,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으로 정의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따라서 노동조합의 활동은 법률의 취지와 관련 해석에 비추어 근로조건

    2026.02.24 17:00
  • 원청 사용자성·경영성과급 임금성…한눈에 보는 판결 흐름

    2025년 12월 11일 생중계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고용노동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중대재해 근절 및 근로감독 대폭 강화, 하청 노조의 원청에 대한 단체교섭 촉진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올 상반기 내에 포괄임금제 폐지 및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마무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정부 못지않게 노동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원의 판결은 어떠했을까? 노사관계, 임금, 근로관계, 근로자파견 등 주요 이슈별 최근의 판결 경향을 살펴본다.먼저 원청의 사용자성이다. 작년 서울행정법원에서 원청의 사용자성, 즉 원청의 하청 노조에 대한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하는 판결이 연달아 3건 선고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판결은 노동조합법(이른바 노란봉투법) 개정 이후 선고된 백화점·면세점사 판결이다(서울행정법원 2025. 10. 30. 선고 2024구합72896 판결). 이전 판결에서는 원청이 하청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는 것을 전제로 개별 의제별 단체교섭의무를 판단했는데, 백화점·면세점사 판결에서는 이와 달리 원청이 하청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지 않더라도 개별 의제별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면서 3가지 교섭의제에 대해 원청의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했는데, 그중 하나가 원청 노조 역시 교섭의제로 주장하기 어려웠던 백화점·면세점사의 영업시간과 휴무일이다. 이는 사실 백화점·면세점사의 전속적인 경영에 관한 사항인데도, 해당 판결이 이를 교섭의제로 인정하면서 큰 논란이 되었다. 다소 무리한 판결로 보이지만, 이 판결 경향이 계속된다면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대폭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다음은 경영

    2026.02.24 17:00
  • 2026년 3월10일 이후…가보지 않은 길에서 펼쳐질 일들

    올 겨울은 유달리 춥고 눈도 많이 내리고 있다. 새벽에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걸어가는 것은 약간의 두려움이 있지만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데 대한 흥분이 적지 않은 것이다. 최근의 노동 관련 입법이나 행정을 보면서 이와 같은 가벼운 설렘이나 흥분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전혀 녹녹하지 않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난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사용자 범위를 넓히기만 하면 좋을까? 노조만 우후죽순처럼 많아지면 세상은 저절로 꽃길로 바뀔까? 사실 법원이 인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청 사용자과 하청 노조 사이에 교섭의제는 산업안전, 성과급, 학자금 정도다. 그 외 임금이나 근로시간은 하청 노사간 결정될 문제여서 교섭의제가 되지 않는다.먼저 산업안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이를 위해 방대한 규모의 산안규칙이 제정되어 있다. 못 지켜서 문제이지 이보다 더한 안전판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체교섭의 결과로 달라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단체교섭으로 당사자들만 아는 지식과 경험으로 뭔가 정한다 한들 그게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결국은 전문가들이 산업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와 수단을 만들어내야 한다.성과급은 어떤가? 최근 대법원에서 성과급 중 근로제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은 임금이라고 했다. 그와 같은 성격의 성과급은 당연히 교섭의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나머지 성과 배분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성과급을 원청에게 교섭으로 요구할 수는 있을까? 원청 근로자들이 받는 성과급의 일부를 달라고 해야 할 텐데 원청 노조가 용인하지 않는 액수를 하청 노조가 요구할 수 있을까?

    2026.02.10 17:01
  • 노조법 시행령 재개정했지만…법원의 판단은?

    올해 초 고용노동부는 기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노사 양측의 우려를 수렴하고, 기존 제시한 내용을 일부 보완하여 노동조합법 시행령 수정 개정안을 다시 내놓았다. 이번 고용노동부의 시행령 수정 개정안은 노란봉투법 시행을 1개월여 앞두고 이루어진 것으로, 사실상 고용노동부가 적어도 노란봉투법 하에서의 교섭절차와 관련하여서는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고용노동부는 지난 2025. 11. 24.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원·하청 노사의 실질적 교섭 촉진을 위한 교섭절차로서 (i) 원·하청 교섭은 ‘원청 사업장을 기준’으로 진행하고, (ii) 현행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의 틀 내에서 교섭을 진행하되, (iii) 하청노조의 실질적 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를 이용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교섭단위 분리와 관련하여, 원칙적으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는 교섭단위를 분리하겠다고 하면서,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이루어지는 경우 노동위원회가 하청노조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분리 결정기준을 구체화하는 시행령 규정을 새로 도입하였다. 그 내용은 노동위원회 및 법원이 기존 교섭단위 분리 과정에서 고려하던 판단 요소 외에, 노조의 조직범위, 이해관계의 공통성, 타 노조에 의한 이익대표의 적절성, 노조간 갈등 가능성, 당사자 의사 등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교섭단위 분리시 이들을 함께 고려하도록 한 것이었다.문제는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하여, 노사 모두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하였다

    2026.02.10 17:01
  • 리더가 열심히 할수록 조직이 망가지는 이유

    월요일 오후 2시 주간 회의. 박 팀장의 눈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협업 툴 ‘지라(Jira)’에는 화려한 대시보드와 진척률이 찍혀 있지만, 회의실의 공기는 박제된 듯 고요하다. 팀원들은 리더의 눈을 피하며 기계적인 답변만 내놓는다. 박 팀장은 속으로 읊조린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주도성이 없을까? 나만 발을 동동 구르는 것 같군.’이 장면은 대한민국 수많은 리더가 처해 있는 ‘성실한 리더의 역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그 어느 세대보다 정교한 KPI와 데이터로 무장했지만, 팀 관리의 공허함은 왜 나날이 깊어만 갈까?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코치 제리 콜로나(Jerry Colonna)는 이 문제의 칼날을 리더의 외부가 아닌 ‘내면’으로 돌리라고 조언한다.# ‘자동 조종 모드’라는 이름의 정교한 은신처경영학에서 리더십은 흔히 ‘시스템 최적화 기술’로 오해받곤 한다. 새로운 툴을 도입하고 지표를 재설계하면 팀이 살아날 것이라고 믿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리더가 마주해야 할 본질을 회피하게 만드는 일종의 ‘기술적 함정’이다. 특히 리더가 의식적인 선택을 멈추고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자신을 내맡기는 ‘자동 조종(Autopilot)’ 모드에 진입할 때, 이 함정은 더욱 견고해진다.리더에게 자동 조종 모드는 사실 가장 달콤하고 안전한 은신처다. 숫자와 리포트 뒤에 숨어 있으면 팀원과의 감정적 충돌이나 자신의 밑바닥에 있는 불안을 직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시스템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기능적 완벽함은 리더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인간적 책임과 불편한 대화를 외면하게 만드는 훌륭한 방패가

    2026.02.10 17:00
  • "네 의견은 필요없어" vs "보고 기준은 데이터입니다"

    올해 팀장 4년차인 'X세대' 김 팀장은 신입사원 민우씨와 9개월째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민우씨는 평소에 말이 많지 않고, 부탁을 하거나 다시 해오라고 하면 짧게 알겠다고만 답합니다. 이제까지 경험했던 다른 신입들보다는 업무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지기는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팀장은 민우씨에게 “모르면 물어봐”, “추측으로 답변하지 말고 예전 문서나 보고서를 찾아보거나 지침, 데이터로 보고해 줘”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특히 다시 해오라고 지시한 업무가 두세 번 반복되다 보면, 민우씨가 지시한 내용을 이해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반영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요즘은 “내 말 이해한 거 맞아? 이해가 안 된 부분이 있으면 지금 말해, 나중에 딴 소리 하지 말고 지시한 걸 메모해”라고 다그치듯 말할 때가 있기도 합니다.그런데 요즘 민우씨의 반응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지적할 때 웃으면서 대답은 잘했던 민우씨가 표정이 좋지 않고, 대화 후에는 늘 자리를 비웁니다. 질문은 오히려 더 줄었고, 소통의 기회와 타이밍은 갈수록 어려워만 집니다. 예전 같으면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속마음을 들어볼 수라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참 쉽지 않으니까요.그러던 중 전임자인 오대리와 민우씨가 사내 카페에서 대화를 한참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음 날 오대리에게 살짝 물어보니, 민우씨가 뭐가 불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김 팀장이 민우씨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수는 있지만 매번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서 하니까 자신이 너무 무능한 신입이라 소문이 날 것 같고, 그러다보니 더 질문을 못 하겠는데 팀장님은 자꾸 모르

    2026.02.10 17:00
  • TAI는 임금, OPI는 임금 X… 경영성과급 대법 판결의 교훈

    2024년 12월,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대한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하며 기업 현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이어 지난 1월 29일, 대법원은 사기업 경영성과급에 관한 세 건의 판결을 선고하며 또 한 번의 파장을 예고했다. 이번 판결들은 사기업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한 기존 판례(대법원 2005다54029 등)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이번 3대 판결의 핵심 논리를 분석하고, 기업이 준비해야 할 대응 방안을 제언한다. #임금성 판단의 핵심대법원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의 요건으로 ① 근로의 대가성, ② 지급의 계속성·정기성, ③ 사용자의 지급의무(단체협약·취업규칙 등)를 든다(대법원 2011다23149 판결 등). 이번 판결들도 이 원칙 위에서 갈렸다.○3대 판결의 요지와 엇갈린 운명 ▷대법원 2021다248299판결(A사 판결)대법원은 목표인센티브(TAI)의 경우, 사전에 확정된 산식에 따라 지급되며 근로의 양과 질에 비례해 차등 배분되는 내부 평가 척도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임금’으로 보았다. 반면, 성과인센티브(OPI)는 재원인 EVA(경제적 부가가치)가 근로 제공 외에 시장 상황이나 경영 판단 등 외부 요인에 좌우되므로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22다255454 판결(B사 판결)대법원은 취업규칙에 특별성과급 지급여부와 지급기준에 대한 회사의 재량권이 유보되어 있고, 당기순이익 발생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지급의 절대적 선행 조건이므로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보아 특별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했다. ▷대법원 2021다270517 판결(C사 판결)원심판결은 경영성과급의 지급근거가 명시되지 않고 매

    2026.02.03 16:45
  • 경영성과급 임금성 논란과 '황금알 낳는 거위'

    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이끄는 반도체 기업들이 코스피 투자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 기업 직원들이 받게 될 역대급 성과급의 규모가 눈길을 끈 바 있다. 물론 처음에 호사가들이 예측하던 것과 같이 인당 수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까지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여느 대기업 직원들의 연봉보다도 많은 성과급의 규모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역대급 성과급 지급과 함께 ‘과연 성과급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는 임금인가, 아니면 경영 이익의 시혜적 배분인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고, 때맞춰 대법원은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사기업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에 대한 몇 가지 판결을 내놓으며 기준을 제시하였다.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①근로의 대가성과 ②사용자의 지급의무라는 두 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 이와 관련해 과거 대법원은 경영성과급은 "경영실적이나 무쟁의 달성 여부 등에 따라 그 지급 여부나 금액이 달라지는 경영성과의 일부 분배로 볼 수 있을 뿐, 근로의 대상으로서의 임금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임금성을 부정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이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 사건에서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한 이후, 사기업의 경영성과급에 대해서도 임금성을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이 다수 등장하여 왔고,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돼 왔다.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1월 29일 선고된 3개의 사건에서 경영성과급이라고 하여 그 임금성을 모두 동

    2026.02.03 16:45
  • 비자금 조사 위해 위장취업 지시, 괴롭힘 아닌가요?

    증권감독원 윤재범 국장과 홍금보 감독관은 한민증권의 비자금을 추적하던 중 가장 중요한 증거인 비자금 장부 입수에 실패한 후 비자금 조사 역시 흐지부지 되고 만다. 그러던 중 윤재범 국장은 한민증권의 고졸여사원 채용공고를 본 후 홍금보로 하여금 한민증권에 위장취업하여 비자금 장부를 확보할 것을 요구한다. 홍금보는 단칼에 거부하지만 윤재범 국장의 집요함과 조사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지로 결국 35살의 홍금보는 20살 홍장미로 위장하여 취업에 성공한다. 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에서 한민증권에 대한 비자금 조사를 위한 위장취업 잠입수사 스토리인데, 노동법적 이슈를 짚어본다.먼저, 윤 국장의 거듭된 위장취업 종용은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1)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2)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3)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다.윤 국장이 홍금보와의 관계에서 직장에서의 우위에 있는 것은 분명하고, 민간기업에 위장취업을 하라고 하는 것과 이를 관철하기 위하여 집요하게 따라다니면서 조른 것은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 방법 역시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이미 상당한 커리어를 쌓은 35세의 여성에서 15살이나 어리게 보이게 고졸 사원으로 변신하고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되는 것(입사시험과 면접도 봐야 한다)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어쨌든 홍금보는 스타일을 확 바꾸고 동생 홍장미로 취업지원을 하고 합격 후 언더커버로 활동함으로써 윤 국장의

    2026.02.03 16:45
  • 근로자 추정제 곧 입법… "계약서부터 다시 살펴야"

    2026년 다양한 노동분야의 법제도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기업과 인사담당자들은 새해 벽두부터 숨돌릴 틈이 없다. 그 중에서도 사업자 신분의 노무제공자와 여러 업무를 협업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지난달 발표된 ‘근로자 추정제’에 관한 관심이 높다.근로자 추정제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노무제공자에 대해 근로기준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 있어 이들을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대표 입법안으로는 25. 12. 24. 의안번호 15572, 김주영 의원 대표 발의)로 한다. 이는 정부 추산 프리랜서와 특수고용직 종사자가 최대 870만명에 달하는 만큼 이들과 업무관계를 형성해 온 기업 차원에서는 입법 이후 근로기준법 적용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가 확대되고 또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최저임금, 퇴직금, 근로시간 등의 근로조건에 있어 상술한 노무제공자가 자신의 직접적 노무 제공 사실만을 소명, 주장하면 우선적으로 근로자로 추정되어 그 지급 혹은 보장을 요구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노무제공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할 때 비로소 근로기준법 적용이 아닌 당초 맺어진 위임 내지 위수탁 계약관계를 유지,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존의 입증책임이 노무제공자에게 있었던 만큼 근로자 추정제가 입법되는 경우 노무제공자 관점에서는 다양한 노무제공 조건이 근로조건으로 바뀌면서 보다 용이하게 확대,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요구조건이 근로조건의 준수 관점에서 법 적용의무가 문제되며 자칫 형사처벌의 리스크도 염려해야

    2026.02.03 16:45
  • AI로봇이 노란봉투법을 받아들면 일어날 일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지식 기반 노동 전반에 광범위한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직은 물론, 인간의 전유물이라 믿었던 창의성의 영역인 작가, 화가조차 사정권 안에 있다. 게다가 최근 모 회사가 인간형 로봇 개발과 산업현장에의 적용 가능성을 시사하였고, AI가 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던 일부 생산·기술직 노동조차 대체 가능하다는 예상에 곧바로 고용 불안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정교한 작업이나 감성까지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와, 기술 발전과 노동 보호 사이의 긴장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라 산업 현안이 되고 있다. 이에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전제는 물론, 노사 갈등의 양상조차 빠르게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기존 노동법은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노란봉투법의 방향성은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원·하청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하청 노동조합의 실질적 교섭권 보장, 즉 원청을 하청 노동조합과의 교섭 테이블에 앉히는데 있다. 기존 노동법 체계가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제의식과 시도는 일정 부분 타당하다. 원청이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하청의 생산량, 단가, 공정, 인력 운용 등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도 법적으로는 교섭의무가 없어 결과론적으로 원·하청 간 근로조건의 격차는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이러한 접근방식이 힘을 받은 이유다.그런데 AI와 자동화 기술의 확산 속도가 섬뜩할 정도로 빠른 작금의 산업환경에서 노란봉투법이 추구하는 교섭구조 확대는 충분히 기능할 수 있

    2026.01.27 15:51
  • 미리 가본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의 노동법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은 피지컬 AI(Physical AI)를 필두로 AI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산업 전반의 인프라로 자리 잡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완성차 조립 공장에 곧바로 투입 가능할 정도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선보였는데, 단순히 인간의 행동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작업 현장에서 자재 및 부품 운반과 조립 업무를 인간 근로자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모습이다.관련 보도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올해부터 실무학습을 시작하여 2028년에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투입을 계획중이라는데, 이 정도의 고성능 휴머노이드가 작업 현장에 투입되는 속도를 고려하면, 기존 노동법만으로는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데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현행법 체계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지만, 미래는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공존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지난 수 년 동안의 국내 노동관련 입법을 보면 여전히 사람 사이의 관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도입을 더욱 서두르게 하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들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루 24시간, 주 7일, 연간 365일 일할 수 있고, 다칠 일도 없으며, 파업리스크도 없는 휴머노이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사 결정은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한 충실의무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인간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더 적게 든다는 것인데, 이는 얼마 전 국내 노동조합마저 아틀라스의 도입 및 연간 유지비용과 인간 근로자의 연봉을 비교하면서 스스로 인정하였다. 그러면서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

    2026.01.27 15:51
  • 흑백요리사 성공의 비결 '안성재 리더십'

    다시 돌아온 <흑백요리사> 열풍 속에서 안성재 셰프의 존재감은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요리를 입에 넣고 한참 동안 이어지는 그의 침묵은 보는 이들을 숨 죽이게 만든다. 시청자들은 그가 내뱉는 정제된 평가에 환호하면서도,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서늘한 단호함에 묘한 긴장감을 느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서늘한 긴장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심사 과정은 조직의 리더가 구성원의 결과물을 마주하고, 이를 판단해 피드백을 건네는 매일의 익숙한 풍경과 닮아 있다.누군가 밤잠을 설쳐가며 만든 결과물을 평가하고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리더의 숙명. 안성재 셰프가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과 심사 기준은 조직의 리더들이 구성원의 업무 성과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메시지를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그의 말과 태도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일터에서 자주 놓치고 있던 리더십의 결정적인 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의도를 묻는다안성재 셰프는 심사 과정에서 참가자의 ‘의도’를 집요하게 묻는다. 그는 미슐랭 3스타라는 자신의 권위를 절대적 정답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참가자가 이 요리를 통해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 의도가 접시 위에 온전히 구현되었는지를 살핀다. 자신의 스타일을 강요하기보다, 상대의 논리를 존중하며 실행의 완성도를 확인하는 방식이다.많은 리더가 완성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실무에 개입하지만, 대개는 ‘어떻게(How)’라는 방법론에 매몰되곤 한다. 폰트 크기나 단어 선택 같은 지엽적인 디테일에 매달리다 보면, 구성원의 자율성은 쉽게 훼손되고 리더 스스로도 마이크로

    2026.01.27 15:51
  • 30분마다 "결재문서 새로 올려"… 직장내 괴롭힘일까

    A는 직속 상사인 B와 같이 근무하면서 3년 넘게 갈등이 계속되자 B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사내 신고하였습니다.A는 B가 결재문서를 여러 차례 수정하라고 지시내린 것을 문제 삼았으며, 업무분장을 변경하면서 A에게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업무를 부여하고 비정규직에게 A의 업무를 일부 부담하는 것으로 업무를 변경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부딪친 것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한 A의 직장 내 괴롭힘은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상사의 반복되는 재결재 지시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법원은 직원이 결재를 올린 문서에 대해 2시간 30분 동안 4차례 재결재를 지시한 행위에 대하여, 단시간에 재결재가 반복된 것은 수정 사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지시하면서 여러 번 결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기에 업무 범위 내의 지시로, 부당한 업무지시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2022. 6. 15., 대구지방법원 2021나314644). 상사가 결재를 여러 차례 하게 된 이유가 계속적으로 수정 사항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여러 차례 결재를 올리는 행위가 반복되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법원이 반복된 재결재를 업무상 필요성으로 인정한 기저에는 모욕적 언사나 인격 비하가 없었다는 전제가 있었습니다. 법원은 지시의 ‘횟수’보다 지시의 ‘방식’이 근로자에게 미치는 결과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업무분장에 관한 상사의 재량범위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법원은 업무분장 시 상사가 직원에게 기존의 업무가 아닌 신규 업무를 부여하는 행위는 상사의 업무상 재량범위 내의 행위로 판단합니다. 또한 위의 판례에서 업무분장

    2026.01.27 15:51
  • [백승현의 시각] 근로자 추정제가 가져올 미래

    정부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에 이어 이른바 ‘일법 패키지’ 입법을 공언하고 나섰다. 일법 패키지는 크게 두 가지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플랫폼 노무제공자나 프리랜서 등 모든 ‘일하는 사람’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하는 ‘근로자 추정제’와 그럼에도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을 별도로 보호하겠다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일터기본법)이다. 두 법 모두 오는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입법한다는 로드맵도 내놨다. 노동법 사각지대 보호 좋지만정부가 관련 입법을 서두르는 이유는 급변하는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등 기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임금 노동자 870만 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여러 규제와 의무가 뒤따르는 근로계약 대신 용역·위탁 형식으로 이른바 ‘가짜 3.3’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법적 보호 사각지대를 만드는 오분류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노란봉투법과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겠다는 그림이기도 하다.하지만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건 숱하게 겪어온 경험칙이다. 더군다나 그 선명한 의도만을 앞세워 속도전을 폈을 때 되돌리기 어려운 풍선효과는 자명하다. 선한 의도가 실제 작동하기 위해선 예상되는 부작용과 기대효과를 면밀히 살피고, 명확한 입법과 정교한 행정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근로자 추정제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즉 노무제공자를 일단 근로자로 보고, 이를 부정하려면 노무수령자(사용자)가 반증

    2026.01.20 17:45
  • 정부 용역공고 뜯어보니…노란봉투법, 정부는 피해갈 수 있을까

    정부가 발주한 용역사업에 개정 노동조합법(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적용될 수 있을까?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으면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용자(이른바 ‘계약외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정할 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사용자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으므로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이론적으로 제기되던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안)’(이하 ‘해석지침안’)을 발표하면서, ‘해석지침안의 판단기준을 다른 부처 용역사업에 적용해 보면 어떻게 될까’라는 좀 더 구체적인 의문으로 발전하였다.가령, 최근 한 중앙부처(‘A부’)에서 공고한 ‘2026년 OO용역 제안요청서’를 해석지침안에 대입하여 분석해 보면, 정부(A부)가 용역 업체 근로자의 ‘실질적 사용자’로 판단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즉, 해석지침안이 제시한 사용자성 판단기준을 체크리스트로 만들고 이에 따라 A부 제안요청서를 검토해 보니, 적어도 반 이상의 항목에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우선 큰 틀에서 살펴보면, 해석지침안은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 ‘업무의 조직적 편입’, ‘경제적 종속’을 사용자성 판단의 고려요소로 제시하고 있는데, A부의 용역사업은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할 소지가 커 보인다. 가령, 용역업체 담당직원들은 A부에 상주하면서 ‘공무원 복무 관리 규정’에 따른 근무시간’을 준수해야 하고, A부의 판단에 따라 교체(배제)될 수 있으며, 보안규정 위반

    2026.01.20 16:18
  • 1년 넘게 일한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 줘야 하나요?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가자.”TV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육상 단거리 선수로 주목받다 불의의 부상으로 은퇴 후 일용직으로 살고 있는 유미지가 집을 나서며 하는 다짐이다. 일용직 근로자는 말 그대로 1일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제공을 하는 근로자로 하루 일과가 끝나면 근로계약은 종료되어, 당일 근로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다음 날에도 근로계약을 체결할 지 알 수 없다. 유미지의 다짐에 일용직 근로계약의 특성이 함축되어 있다.그런데 본질적으로 근로계약 체결과 종료가 하루에 일어나고, 다음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관계에 있어서, 노동법적으로 별 문제가 없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러한 관계가 상당시간 지속될 수 있고, 이때 반복적인 일용근로를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먼저, 상당기간 계속,반복적으로 일 단위 근로계약이 체결되어 왔다는 점을 이유로 일 단위 근로계약은 형식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는데, 일 단위 근로계약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아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정되기 어렵고, 갱신기대권 역시 갱신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판례는 호텔사업장에서 일 단위 근로계약을 맺고 84일동안 계속적으로 근로제공이 이루어지고 주휴수당이 지급된 사례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없고 갱신기대권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서울고등법

    2026.01.20 16:17
  • 근로자가 임의로 보호구 벗어 추락사고…사용자가 처벌된다고?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는 사업주가 동법 제38조, 제39조 등에서 규정한 산업재해 및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9조의 안전보건 조치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고 있습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4항, 동법 제39조 제2항).위와 같은 의무의 일례로, 안전보건규칙 제32조 제1항은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 또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 등 각 호에 해당하는 일정한 작업에 대해서 사업주가 그 ‘작업조건에 맞는 보호구를 작업하는 근로자 수 이상으로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위 보호구 지급 의무와 관련하여, 법원은 ‘사업주는 안전모와 안전대를 필요로 하는 작업에 있어 단순히 그 장비를 지급함으로써 안전조치를 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착용사용하도록 하여야 할 관리감독의무까지 있다’는 입장입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2. 4. 4. 선고 2011고단1935 판결).안전보건규칙 제32조는 그 문언상 ‘근로자에 대한 보호구의 지급 등 의무 외에 근로자가 보호구를 착용하는 것까지를 관리감독할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며 사업주는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 증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그것이 실제로 준수되고 있는지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으므로, 사업주인 피고인이 작업을 처음 시작하는 날에 근로자들에게 안전장구를 나눠주며 착용을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안전모 등 보호구를 실제로 착용하였는지까지

    2026.01.20 16:17
  • 정부 근로감독 강화에 대응하는 기업의 자세

    작년부터 인사담당자들이 입을 모아 하소연하는 얘기가 있다. 근로감독이 한층 까다로와졌고, 회사의 소명사항에 대해서도 긴 시간을 들여 검증한다는 것이다. 시정지시의 내용도 예전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바뀌었고, “이런 법령도 있었나” 하는 세세한 내용까지 담긴다고 한다. 나이가 지긋한 노무담당자 한 분은 언제인지도 모를 그 어떤 옛날을 언급하며, 세상이 달라졌다며 MZ세대의 등장, AI 확산 등이 그 변화의 원인이라고도 말한다.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정부 입장에서는 한건 한건 접수되는 민원도 중요하지만,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이 근무하는 기업 단위의 근로감독을 통해 체불 등 법 위반사항이 해소되면 수많은 진정 건을 일거에 예방할 수 있다. 체불임금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실에서는 이러한 감독행정의 강화는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정부는 2026년 1월 14일 근로감독 행정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현장밀착형 감독 행정 확립 △노동행정 전문가 양성 △감독행정 인프라 혁신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하여 그 세부 방안이 상세하게 포함되어 있다.특히 현장 밀착형 감독행정은 선제적 중점 감독을 시작으로 기실시 사업장 대상 사후관리까지 현재 감독 물량(5만4000개소, 2.6%)을 2027년까지 14만개소(OECD 평균7%) 수준으로 높이고, AI기반 감독 대상 선정과 가짜3.3 노동, 안전보건 통합감독을 실현하며, 재감독의 적극적 행정과 지역단위 전담제, 감독 팀장의 권한 강화 등을 통한 감독 자체의 품질 제고 방안까지를 담고 있다. 또한 임금체불의 약 67.5%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에

    2026.01.20 16:17
  • '근로자성 추정법'이 '노란봉투법'을 만났을 때

    노란봉투법의 시행을 앞두고 노사관계의 관심이 해당 법과 관련 지침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서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깝다.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의 핵심 목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이며, 노란봉투법으로 대표되는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규율은 어디까지나 간접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목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후속 입법의 후보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근로자성 추정법(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이른바 ‘가짜 3.3’ 의심 사업장에 대한 기획감독을 실시하는 한편, 신고사건 처리에서 근로자성 판단을 담당할 ‘근로자성판단위원회’의 신설을 예고하였는데, 이는 입법에 앞서 행정감독의 수단을 정비하는 움직임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필자는 지난 2025. 3. 18.자 칼럼(노무제공자의 근로자성 판단…사용자가 입증하라고?)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Dynamex 판결과 AB5(Assembly Bill 5)로 대표되는 ‘ABC 검증요건(ABC test)’의 구조와 시사점—특히 중첩적 소극요건의 설계 및 입증책임의 전환—을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당시 이를 본 떠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몇 가지 입법안(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소개하고, 이러한 입법안이 플랫폼 노동자 등 취약한 지위의 노무제공자에게 노동법적 보호의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우리 법체계와의 구조적 차이 및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는 획일화의 위험을 지적하며 신중한 접근을 제언한 바 있다.그로부터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국회 논의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lsq

    2026.01.13 15:34
  • 노무제공자 보호 '일하는사람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2025년 12월 24일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이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발의되었다. 플랫폼 경제의 성장, 디지털 전환, AI 혁신으로 우리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종래의 전통적인 근로계약에 입각한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념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계약관계와 노무제공 형태가 크게 확산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 기본권을 명확히 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이다.기술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노무제공자들에 대하여도 일정한 수준의 보호가 필요함은 분명하지만, 기존 근로기준법의 틀에서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순간 근로기준법을 전부 적용 받게 되는데, 전통적인 근로계약관계나 정규직 중심으로 설계된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할 경우 현실에 맞지 않는 많은 조항들이 다수 존재할 뿐 아니라, 이들 모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포섭할 경우 전체 근로자 개념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권익 보호에 관한 별다른 입법이 없던 상황에서 새로운 노무제공자들 혹은 기존에 사업자와 근로자의 경계에 있던 자들이 일을 그만두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다투며 퇴직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하였다. 특히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의 개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과 동일한데, 산재보험법령상 노무제공자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도 보호의 필요성은 동일하다는 측면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근로자성을 인정할 요소와 부정할 요소가 비슷

    2026.01.13 15:34
  • 근무시간 외 카톡·전화…직장 내 괴롭힘일까요?

    퇴근 후 또는 휴일에 상사 또는 동료로부터 업무 연락을 받아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기기를 이용하여 업무와 연결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피로 누적, 휴식권 침해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근무시간 외 연락은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까요?최근 판례는 이 질문에 비교적 분명한 기준(업무상 필요성과 긴급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3개월간 42차례 근무시간외 연락A상사는 3개월간 B부하직원에게 총 42건의 근무시간 외 연락을 했습니다. 법원은 42건의 연락 행위 중 38건에 대해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습니다. “근무시간 외 연락이 상당한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고, 부하직원이 자제해달라는 의사표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었으며,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상당히 오랜 시간 이뤄졌고, 통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업무시간이 아닌 밤 시간에 급박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없어 보이고, 양자의 지위 및 관계를 고려할 때 부하직원으로서는 상사와의 전화통화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기 어려운 입장에 있었을 것이므로, 업무상 적정 범위 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25.10.30. 선고 2024가합110086 판결).다만, 같은 판결에서 다른 4건(야근 후 주차 확인, 퇴근 직후 보안 물품 관련 주의, 행사 담당자의 무단 퇴근 확인, 야근 중 업무 협의 전화)은 통화의 목적과 내용, 시점, 업무상 필요성을 고려하여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근무시간 외 연락이라고 해서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판례의 입장은 근무시간

    2026.01.13 15:34
  • 불편해야 변화가 시작된다

    불편한 순간을 마주하면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점검하게 된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선택과 익숙한 방식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지금의 방향이 여전히 유효한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 CEO로 취임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성공한 기업이었다. 윈도우와 오피스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었고,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컸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았을 때는 부서 간 경쟁은 심했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 속에서 새로운 시도보다 기존 방식을 지키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가 쓰이고 있었다. 나델라는 이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은 미래에도 유효한가?”이 질문을 계기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성과 중심의 경쟁 문화에서 학습과 성장 중심의 문화로, ‘Know-it-all’ 조직에서 ‘Learn-it-all’ 조직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실패를 학습 자산으로 삼았고, 답을 주는 리더가 아닌 질문을 던지는 리더의 역할을 요구했다. 이러한 변화가 자리 잡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와 AI 중심의 기업으로 재도약했고, 조직은 다시 한번 새롭게 성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사티아 나델라의 변화는 위기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조직이었지만, 그 안에서 조용히 쌓여가던 ‘불편함’을 나델라는 변화의 신호로 읽었다. 일상에서 불편함을 감지하는 순간, 리더는 익숙한 방법이 아닌 새로운 행동과 시도가 필요하다.# 불편함을 포착하는 질문 던지기리더의 역할은 불편함을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그 불편함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읽어내는

    2026.01.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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