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A씨가 보건소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건 지난 13일(화요일) 오후 5시께였다. “전날(12일) 오전 9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인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됐으니 서둘러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하라”는 내용이었다. 지인이 확진 판정을 받은 지 32시간 만에 온 통보였다.

A씨는 자발적 검사를 통해 13일 오전 음성 판정을 받은 터. 밀접접촉자 통보도 없었던 만큼 평소대로 출근했고 외부 미팅도 했다. A씨는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이틀 뒤에 통보하면 어떡하느냐”고 하소연했지만 “확진자가 늘어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하지만 정작 A씨에게 담당 공무원이 배치돼 ‘자가격리 앱’을 깐 건 다시 사흘이 지난 16일 오후 5시였다. A씨는 “지난 9일 확진자와 접촉한 지 꼭 1주일 만에 정부의 관리를 받은 셈”이라며 “세계 최고라는 ‘K방역’의 허술함에 놀랐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K방역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다. 인력 부족으로 확진자 역학조사부터 밀접접촉자 관리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잠재적 전파자’인 밀접접촉자를 놓치면 전반적인 방역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K방역에 균열이 생긴 건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이달 초부터다. 확진자 진술을 토대로 폐쇄회로TV(CCTV)와 신용카드 결제 내역으로 동선을 검증하고, 밀접접촉자를 가려내는 역학조사관의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허술한 밀접접촉자 관리가 코로나19 확산세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밀접접촉자는 음성 판정을 받아도 잠복기가 끝난 뒤 양성으로 바뀔 수 있다. 코로나19는 잠복기 때도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여지가 있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는 감염 초기에 전파력이 강한 만큼 밀접접촉자를 얼마나 빨리 격리하느냐에 방역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