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발(發)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세계 각국이 화이자 백신 추가 확보에 나섰다. 화이자 백신은 현재 상용화된 백신 중 델타 변이 예방률이 가장 높다. 화이자·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3분기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방역당국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방역 책임자인 나흐만 아시 텔아비브대 교수는 24일(현지시간) “국가 전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늘고 있다”며 “화이자 백신을 추가로 공급받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률이 55%를 넘기면서 이달 초 확진자가 한 자릿수까지 감소했지만, 지난 21일부터 확진자가 다시 1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 중 70%는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당국은 추정했다.

미국도 ‘부스터샷(백신 효과를 연장하기 위해 추가로 맞는 주사)’을 대비해 mRNA 백신 추가 확보에 나섰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관련 기관과 합동해 (백신) 추가 접종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모더나로부터 백신 2억 회분을 추가로 공급받기로 했다.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화이자 백신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델타 변이에 대해 효과가 입증된 백신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AZ) 두 가지다. 화이자 백신의 델타 변이 예방률은 87.9%(2차 접종 기준)에 달하지만, AZ 백신은 59.8%에 그친다. 모더나 백신의 예방률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당장 다음달부터 화이자를 중심으로 접종 계획을 짜던 방역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당국이 7~9월 도입하려는 백신은 총 8000만 회분이다. 백신별로 구체적인 도입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최근 “3분기 주력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라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백신 수급난’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현재 접종 계획이 7~8월에 몰려 있는데, 백신이 9월이 다 돼서야 들어온다면 접종 일정이 줄줄이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25일 “델타 변이에 대한 국산 항체치료제(셀트리온 렉키로나) 효능을 분석한 결과 비(非)변이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