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잠실동 서울교육청 학생체육관 앞 선별진료소에서 전날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감독관으로 투입됐던 교사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잠실동 서울교육청 학생체육관 앞 선별진료소에서 전날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감독관으로 투입됐던 교사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5일부터 2주간 밤 9시 이후 사실상 ‘통금(통행금지)’을 선언했다. 서울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자 내린 특단의 조치다. 방역당국과 서울시는 지난달 24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이어 이달 1일부터 ‘2단계+α’를 적용하면서 이번주부터 확진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핀셋 방역’ 조치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주 내 하루 확진자 100명 이내 목표”

서울시가 5일부터 시행하는 조치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준하는 대응이다. 전반적인 사회·경제 활동이 마무리되는 밤 9시 이후 시민들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원래 늦은 밤까지 운영하는 영화관과 PC방, 마트, 독서실 등도 밤 9시에 문을 닫게 된다. 9시 이후 도시가 멈추는 셈이다.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대 유동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민간 부문의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제 시행을 강력히 요청하기로 했다. 시와 자치구, 시 투자출연기관 등 공공부문은 오는 7일부터 직원 절반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시차출퇴근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2주 내에 하루 평균 확진자를 100명 미만으로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큰 고비를 넘겼지만 이달 내내 대학별고사를 치러야 하는 교육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능 이후 치러질 대학별고사는 전체의 약 28%, 남아있는 대면평가는 60만3000건에 달한다. 5~6일 20만7000명, 다음 주말인 12~13일 19만2000명의 수험생이 대학별 전형 응시를 위해 이동할 예정이다.

정부는 오는 22일까지를 집중관리기간으로 지정하고, 방역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자가격리자 수험생들이 지역 이동 없이 대학별고사를 치를 수 있도록 8개 권역별 고사장도 마련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확보한 348개 시험실로 현재 자가격리 수험생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수도권에는 113개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중·고교는 7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전면 원격수업을 실시한다. 초등학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돌봄 문제가 우려돼 현재의 학사 운영을 유지하기로 했다. 유치원도 기존 거리두기 2단계 학사운영 기준인 밀집도 3분의 1원칙을 유지한다.

방역당국도 7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를 연말연시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고 대형음식점, 유흥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방역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눈썰매장과 스키장 등은 일반관리시설로 추가 지정해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단 관리 등 방역수칙을 의무화했다.

“기준 없는 방역 대책이 재확산 불 붙여”

정부가 이처럼 긴장하는 이유는 서울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서울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초순까지는 30∼50명 선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지난달 12일(74명)을 기점으로 급증하고 있다. 18일(109명) 세 자릿수 확진자를 기록한 뒤 25일에는 200명 문턱마저 넘었다. 최근에는 이틀 연속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며 ‘전국 하루 확진자가 1000명 선에 육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늘어나는 확진자에 의료 시스템도 한계에 봉착했다. 3일 밤 8시 기준 서울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 가동률은 79.8%로 나타났다.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8개, 생활치료센터 병상은 93개만 사용 가능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도 중환자 병상 550개 중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단 59개뿐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400∼500명대가 계속 유지되더라도 중환자 병상은 2주, 빠르면 열흘이 되면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립병원 유휴 공간에 컨테이너를 활용한 임시 병상을 설치하고, 25개 자치구별로 생활치료센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따라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명확한 기준 없는 방역 대책이 재확산에 불을 붙였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0월 확진자 기준(하루 50명)을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리두기 조치를 1단계로 급하게 내리면서 확산세가 시작했다”며 “지난달 거리두기 조치가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하면서 방역 대책 기준은 더 느슨해졌다”고 꼬집었다.

추가 대책으로도 확산세를 누그러트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차 대유행은 지난 1~2차 대유행과는 다른 양상으로 감염 전파가 이뤄지고 있어 지금보다 더 강력한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대로 가다간 겨울 내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관/양길성/배태웅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