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내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을 105만 명 늘리는 내용의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합의했다. 독감 백신 유통상의 문제로 최악의 경우 500만 명분 백신이 폐기될 가능성도 있어 올해 민간 의료기관들의 독감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올해 의료급여 수급권자 70만 명과 장애인연금·수당 수급자 35만 명 등 취약계층 105만 명을 대상으로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확대하는 내용의 추경안을 확정했다.

모든 국민에게 독감 백신 접종을 무료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야당과 전 국민 접종은 필요없다고 맞선 여당이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의 20%인 1037만 명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도 늘릴 계획이다.

여야가 독감 백신 추가 접종에 합의하면서 올해 필수 예방접종 대상 인원은 1949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외 10개 독감 백신 회사가 올해 국내에 공급하는 백신 물량은 2964만 도스다. 한 명이 1도스를 접종하는 것을 고려하면 2964만 명이 맞을 수 있는 분량이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매년 독감 백신 생산량을 미리 정하고 생산을 한다. 게다가 생산과 출하에는 5~6개월이 걸린다. 이 때문에 이번 겨울용으로 국내에서 백신을 추가로 생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공급 독감 백신 중 13~18세 어린이·청소년 234만 도스, 만 62세 이상 노인 896만 도스, 생후 6개월~만 12세 454만 도스 등 무료 접종 공공기관에서 사용하기로 예정된 물량은 1844만 도스다. 이를 제외한 1120만 도스가 민간 동네의원·병원 등에 풀릴 예정이었다. 일반 병원에서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돈을 내고 맞을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여야 합의에 따라 민간에 풀릴 예정이던 105만 명분이 국가 공급 백신으로 쓰이게 된다. 남은 물량은 1015만 명분이다.

사고백신 500만명분 폐기 땐…일반인, 돈 내고도 독감백신 못 맞을 수도
백신 일부가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진 1차 유통 물량은 500만 명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 이 물량이 모두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폐기되면 일반 병원에서 접종 가능한 양은 515만 명분밖에 남지 않는다. 인구 대비 백신 접종 확보 물량도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57%에서 47.6%로 떨어진다.

한 동네의원 의사는 “올해 정부의 독감 백신 입찰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 민간 병원에 풀리는 4가 백신 공급가격은 최저가가 1만6000원 정도로 높게 형성됐다”며 “이마저 구하기 어려워 2만원을 줘도 못 구한다는 얘기가 많은데 여기에 공급량이 더 줄면 민간 병원의 독감 백신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