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이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 비정규직 직원 1900명을 직고용 형태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뒤 ‘역차별’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기존 직원, 다른 비정규직 직원 등 모두가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은 20만 명을 넘었고, 취업준비 카페에서는 ‘인국공 사태’라는 말까지 나왔다. 다른 공사의 비정규직 직원도 직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면서 사태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인국공 사태'로 번진 인천공항 정규직 갈등
각 대학 커뮤니티, 취업준비 카페 등에서는 역차별을 호소하는 글이 하루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지난 22일 인천공항이 정규직 전환을 발표한 지 사흘째다. 한 취준생은 공기업 취업준비 카페 ‘공준모’에 “인국공을 위해 토익 10번을 봤고 허벅지 찔러가면서 14시간씩 전공 공부를 했다”며 “열심히 노력했던 내가 호구가 됐다. 처음으로 아빠 앞에서 울었다”고 적었다. “나이(30) 많은 취준생은 한숨만 나온다”(공준모), “알바하다 정부 눈에 들기. 이것이 K평등, K공정, K정의”(연세대 대나무숲)라는 글도 올라왔다. 23일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정규직 전환 반대 청원은 하루 만에 20만 명을 넘었다. 청원인은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도록 해주는 게 평등입니까?”라고 호소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이와 관련, TV 뉴스에 나와 “이번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이던 보안검색 요원들에게 한정되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준비하는 정규직과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정규직 등 청년 일자리는 오히려 늘고 있다고도 했다. 황 수석은 “2017년 기준 2만1000명에 불과하던 공공기관 정규직 신규 채용 숫자가 지난해 3만3000명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촉발한 정규직 전환 논란은 다른 직종과 공사에도 번지고 있다. 서로 직고용 채용을 요구하면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는 이날 인천공항에 협의를 요구했다. 이 지부에는 보안검색 직원과 비슷한 업무를 하는 보안경비 직원 1729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에 채용될 예정이어서 보안검색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등에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된 보안검색 요원도 인천공항처럼 직고용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규직 전환을 이미 시행했거나 준비 중인 서울교통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의 정규직 노조는 이날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에 공동 대처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청원경찰로 채용된 인원이 제1 노조를 차지해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동등한 처우를 요구하면 기존 직원들이 피해를 받게 된다”며 “공사 노조 간 공동 대처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공공기관도 국가공무원처럼 공개 채용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무너진 공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로또취업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양길성/인천=강준완/고은이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