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임기 중 300회 연 포럼·세미나…외연 넓혀 뿌듯"
“임기 중 진행한 각종 전문가 회의, 포럼, 세미나가 300여 회에 달합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외연을 넓힌 게 가장 뿌듯합니다.”

내년 2월 퇴임을 앞둔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사진)은 3년 가까이 과총을 이끌어온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리더가 떠난 뒤에도 그의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남는 게 훌륭한 리더”라며 “제가 떠난 후에도 이런 마음이 직원들에게 전해지기 바란다”고 했다.

김 회장은 과총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이다. 환경부 장관과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2017년 2월 제19대 과총 회장에 취임했다. 1966년 설립된 과총은 600여 개 학회와 단체가 모인 한국 과학기술의 총본산이다.

김 회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과총 프로그램으로 ‘차세대 과학기술리더 양성 프로젝트(YPF)’를 꼽았다. 미국 독일 영국 등 젊은 해외동포 과학기술인들이 모여 최신 이슈를 토론하는 장으로 만들었다. 그는 “오랜 과총의 역사로 인해 원로 학자가 많고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과총에 젊은 피를 수혈하고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와 대중의 소통 확대에 적극 나선 것도 주요 성과다. 올해 △미세먼지 국민포럼 △플라스틱 이슈포럼 등을 각각 6회 이상 진행했다.

“지난해 말 온라인 투표를 통해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선정한 결과 ‘미세먼지와의 전쟁’이 1위, ‘플라스틱의 역습’이 2위에 올랐습니다. 학계와 산업계, 시민단체 등이 모여 과학기술 뉴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과총은 온라인에서 접수한 시민들의 질문을 전문가 그룹이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포럼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달 24일 김 회장은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라는 책을 펴냈다. 지금의 4차 산업혁명까지 모두 네 번의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짚은 책이다. 그는 “과총 회장으로 일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모든 핵심 기술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며 “그 과정에서 산업혁명과 다른 분야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설명했다. “30여 년간 교수로 일하며 과학사 강의를 담당했던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취임사에서 ‘과총이 내 인생의 마지막 프로젝트’라는 다짐을 했는데 이 책이 과총의 마지막 프로젝트라는 생각으로 내놓게 됐습니다.”

김 회장은 여성 과학기술계의 유리천장이 깨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과학기술계에서 여성의 활약이 눈에 띄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과학기술계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스웨덴 등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