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 이우일 서울대 교수 "미세먼지포럼처럼 과학과 대중의 접점 늘릴 것"
이우일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65·사진)는 18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 연구실에서 두 권의 책을 꺼냈다. 리처드 뮬러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쓴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과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였다. 이 교수는 “두 책은 과학기술과 관련된 이슈들을 누구나 알기 쉽게 정리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며 “과학기술계가 대중과 적극 소통해야 관심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지난 2월 이 교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차기 회장에 당선됐다. 1966년 설립된 과총은 604개 학회와 단체가 모인 한국 과학기술의 총본산이다. 이 교수는 내년 3월부터 임기 3년의 회장직을 맡는다. 1987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서울대 공대 학장,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서울대 연구부총장 등을 지냈다. 그는 “600개가 넘는 단체가 모인 만큼 꾸준한 대화를 통해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과총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교수는 과총 회장 출마 소견서에서 ‘소통과 융합’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이 대중과 괴리돼 그들만의 영역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블랙홀을 관측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을 때 이를 대중에게 쉽게 알려주는 역할을 과학기술인이 담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중과 가까워지기 위해 과총이 운영하고 있는 ‘미세먼지 국민포럼’이나 ‘플라스틱 이슈포럼’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한 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총의 체질 개선도 이 교수의 목표다. 과총의 규모가 크고 경력이 오래된 학자가 많아 젊은 세대가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과총 집행부의 30%를 여성과 젊은 인재들로 채우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그는 “대학원생이나 박사후과정 연구자들을 적극 포용하고 유튜브 등 새로운 소통 채널도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2021년 완공 예정인 과총의 ‘사이언스 플라자’(서울 역삼동의 한국과학기술회관을 재건축)도 공유오피스처럼 과학기술인들의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는 형태로 짓는다는 구상이다.

올해 정년퇴임 예정인 이 교수는 연구개발(R&D) 예산 20조원 시대를 맞아 기초 연구를 강화해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눈앞의 성과에 집착해 산업기술만 연구하면 한국이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미세먼지를 연구한다 해도 곧바로 산업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죠. 그러나 향후 미세먼지 관련 분야가 반도체처럼 거대한 산업으로 커졌을 때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기초 연구를 통해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습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