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요즘처럼 무섭던 때가 또 있었을까 싶어요. 너무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괜히 해코지라도 당할까 숨죽이고 있죠.”

기업인들은 서울중앙지검 이야기만 나오면 움츠린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3년간 전례없는 강도로 기업 수사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대기업이 서울중앙지검의 칼끝에 서야 했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적폐수사의 총지휘자’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지검장으로 일했던 곳이다. 특별수사부만 4개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2013년 폐지)가 부활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검사정원법은 2017년 2182명이던 검사를 2년간 110명 늘리도록 했는데 이렇게 늘어난 검사 가운데 24명(21.8%)이 서울중앙지검에 배정됐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사 정원은 269명이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휘하의 특수1~4부에만 51명의 검사가 일한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전체 검사(64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공정거래수사를 전담하는 4차장 직책을 새로 만들었다. 디지털 포렌식 수사도 고도화했다.

막강한 화력이 받쳐주자 서울중앙지검이 휘두르는 칼은 거침이 없어졌다. 대기업 가운데서도 삼성과 한진은 검찰의 핵심 표적이었다. 삼성은 지난해와 올해 검찰로부터 19차례 압수수색을 당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등은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해 단일 사건으로는 최다 기록인 10차례 압수수색을 당했다. 올해도 삼성 임직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100회 이상 검찰에 불려갔다. 8개월 동안 이어진 삼성바이오 수사에서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사람은 1명도 없다.

한진은 지난해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 이후 ‘만신창이’가 됐다. 대한항공 등 계열사들은 수사기관으로부터 18차례 압수수색을 당했다. 조씨 일가도 14차례 포토라인에 서야 했다. 이뿐만 아니다. SK는 유해성분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 제조 혐의, LG는 옛 사주 일가의 조세포탈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 등의 손을 탔다. 기업들은 “기대했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별건수사를 해서라도 회사 이미지에 ‘먹칠’을 한다”고 토로했다.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김경수 율촌 변호사는 “기업 수사는 늘어나는데 접근 방식은 예전보다 매우 거칠어지고 있다”며 “수사 정밀성이 떨어지니 무죄율이 높게 나온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